[사설] 잇단 군납 비리, 도대체 끝은 어디인가

사설
입력일 2016-06-02 15:07 수정일 2016-06-02 15:10 발행일 2016-06-0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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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없다. 연일 터져 나오면서 악취가 진동하는 군납 비리가 그렇다. 전·현직의 군 장성과 무기·장비업체들이 한 통속이 돼 엉터리 무기를 눈감아 주며 국가 안보를 팔아 제 호주머니를 채우더니, 이번에는 장병들의 따뜻한 잠자리까지 내팽개친 사실이 들통났다. 해병대에서는 잠수장비 도입과 관련해 전직 최고위 장성이 검찰조사를 받게 된 일까지 벌어졌다. 감사원은 전·현직 군 간부들과 군납업체 두 곳이 신형 침낭 도입을 둘러싸고 진흙탕 싸움을 벌인 바람에 장병들만 30년전 구형 모델의 침낭을 써야 하는 피해를 입게 됐다고 발표했다.

침낭 싸움은 납품업체들이 군 고위직을 동원해 벌인 ‘청탁 전쟁’의 전형이다. 그 대가로 검은 돈의 거래가 빠졌을 리 없다. 사태의 발단은 A사가 1986년 개발해 지금까지 납품 중인 개인용 침낭을 2010년 11월 후발 B사가 넘본 데서 시작됐다. B사는 구형 침낭보다 가볍고 보온력이 뛰어나다며 새 침낭 37만개(1017억원 상당)를 납품하겠다고 제안서를 국방부에 냈다. B사는 또 국방부 담당 팀장과 선배인 예비역 장성을 함께 만나 청탁을 넣었고 3750만원을 제공했다. A사가 가만있을 리 만무했다. 또다른 예비역 장성들을 동원한 역로비로 B사를 막아냈다.

이런 침낭 싸움이 안보에 미친 악영향은 첨단무기 도입 비리보다 결코 가볍지 않다. 장병들의 사기에 끼친 해악이 훨씬 크다. 혹한을 참아내며 최일선 전방에서 젊음을 바치는 장병들을 조금이라도 걱정한다면 있을 수 없는 비리다. 수천만원의 검은 돈을 받고 청탁 전쟁에 동원된 예비역 장성들의 처신은 정말 개탄스럽다. 어떤 부모가 이런 군대에 자식들을 안심하고 보내겠는가. 엄단과 함께 군납 비리를 확실하게 근절할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