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우조선 또 ‘정피아’ 사외이사? 정신 못차렸나

사설
입력일 2016-05-30 15:09 수정일 2016-05-30 15:10 발행일 2016-05-3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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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위기의 핵은 대우조선이다. 유보금이 13조원에 이르는 현대중공업, 그룹 지원에 기댈 언덕이라도 있는 삼성중공업과 다르다. 대우는 1998년 이후 7조원 이상의 공적자금이 투입됐지만 부채비율이 7300%에 달하고 지난해 적자만 5조원을 넘었다. 돈을 쏟아부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까지 거덜내고 있는 좀비기업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대우조선은 또 ‘정피아’(정치권 출신 인사)로 의심되는 인물을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라고 한다. 다음달 13일 주주총회에서 새로 선임될 김유식 전 팬오션 부회장과 조대환 법무법인 대오 고문변호사 중 조 변호사가 논란의 대상이다. 조 변호사는 박근혜 대통령이 과거 세웠던 싱크탱크 국가미래연구원의 발기인이었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도 전문위원으로 참여했다. 무엇보다 조선·해양산업의 전문성과는 전혀 무관한 인물이다. 정피아 낙하산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사외이사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대주주의 전횡을 차단하고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그런데 대우조선은 2000년 이후 역대 사외이사 30명 가운데 조선·해양 전문가는 김형태 전 사외이사(충남대 교수) 1명 뿐이었다. 지금도 낙하산이 많다. 조전혁 전 새누리당 의원, 유정복 인천시장의 과거 보좌관이었던 이영배씨 등이 포함돼 있다. 대우조선이 왜 이렇게 깊은 부실의 늪에 빠졌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지 않아도 대우조선 부실을 놓고 대주주인 산은과 함께 사외이사들의 책임론이 비등하다. 사외이사는 선심쓰듯 나눠주거나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를 위해 만든 자리가 아니다. 대우조선이 가라앉고 국민 경제의 피해가 막심한 판국에 정권은 여전히 밥그릇 챙기기에 바쁜 몰염치를 보이는 것은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다. 당장 정피아의 보은인사는 걷어치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