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멋보다 실속… 외면 당하던 '성냥갑 아파트'의 화려한 부활

박선옥 기자
입력일 2016-03-09 15:28 수정일 2016-03-09 18:45 발행일 2016-03-0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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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편한세상 태재_투시도
100% 판상형 평면이 적용된 ‘e편한세상 태재’ 투시도.(사진제공=대림산업)

최근 현대건설이 서울 은평구에서 청약을 받은 ‘힐스테이트 녹번’은 같은 전용면적 59㎡와 84㎡지만 타입에 따라 청약률이 차이를 보였다. 판상형의 A타입은 각각 39.81대 1과 8.26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반면, 타워형의 B타입은 12.00대 1과 4.59대 1에 그친 것이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성냥갑처럼 생겨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한동안 사라졌단 판상형 위주의 아파트가 다시 돌아왔다.

판상형이란 네모반듯한 길 모양의 아파트를 말한다. 전 가구 남향 배치가 쉽고, 앞뒤로 창문이 있어 환기가 우수하다. 정방형 구조다 보니 버리는 공간이 없어 전용률이 높다는 것도 장점이다.

다만 아파트 외관이 단조롭고, 뒷동은 조망권 확보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타워형은 ‘+’, ‘Y’, ‘ㅁ’자 등 다양한 형태로 지을 수 있어 조망권 확보에 탁월하고, 외관이 독특해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에 각 지자체마다 입면 다변화를 위해 일정 비율 이상 타워형을 배치하도록 했다. 서울시의 경우 주동 형태 3가지 타입 이상을 도입하도록 정하고 있으며, 다른 지자체에서도 이를 준용했다. 하지만 타워형은 필연적으로 동향·서향 세대가 나오게 되고, 구조가 독특하다 보니 공간 활용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관리비도 판상형에 비해 높은 편이다.

그렇다 보니 타워형의 공급 증가에도 불구하고 수요자들의 판상형 쏠림현상은 지속됐고, 건설사들은 판상형 비율 최대화에 나선 상황이다. 한때 60~70%까지 떨어졌던 판상형 아파트 비율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가 하면, 단지 전체를 성냥갑 모양으로 채우는 곳까지 등장했다.

대림산업은 경기도 광주 오포읍에 분양할 ‘e편한세상 태재’ 10개 동은 모두 판상형으로 설계했다. GS건설 컨소시엄이 고양 한류월드 도시개발구역에 선보일 주거복합단지 ‘킨텍스 원시티’ 역시 아파트 2038가구는 모두 판상형 구조다.

또 GS건설과 현대건설이 화성 동탄2신도시에서 공급 예정인 ‘동탄파크자이’와 ‘힐스테이트 동탄’은 각각 판상형의 비율이 90.9%와 90%에 달한다. 앞서 지난해 현대산업개발이 김포 사우동에서 분양했던 ‘김포 사우 아이파크’도 100% 판상형 아파트였다.

업계 관계자는 “세대 앞뒤로 서비스면적이 많아 발코니 확장시 넓은 실사용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4-bay 평면이 판상형 구조에서 나온다”며 “아파트 설계는 유행을 따라가다가도 결국 수요자들이 원하는 평면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선옥 기자 pso982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