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은행 부실채권 위험, 기업구조조정 속도높여야

사설
입력일 2016-03-02 14:13 수정일 2016-03-02 14:27 발행일 2016-03-0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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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외환위기를 겪은 은행원들에게 ‘눈물의 비디오’는 아픈 상처다. 산더미같은 부실채권을 감당치 못해 은행들이 줄줄이 문을 닫는 바람에 거리로 내몰렸던 동료들의 고통 때문이다. 지금 그 악몽을 다시 떠올리게 하고 있다. 국내 은행들의 부실채권 규모와 비율이 급속히 악화되면서 건전성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 놓여 있어서다.

금융감독원 자료에서 17개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2015년말 기준, 1.71%로 전년보다 0.16%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의 1.36%에서 4년만에 0.35%포인트나 높아졌다. 부실채권 잔액도 28조5000억원으로 2000년의 42조원 이후 최대치로, 2011년(18조8000억원)에 비해서는 10조원 가까이 급팽창했다. 조선, 건설업종 등에서 이자도 못내는 좀비기업이 무더기로 늘어나며 대규모 부실이 쌓인 것이다. 은행들이 기업에 물린 돈은 26조4000억원으로 전체 부실채권의 92.6%에 달했다.

2011년만 해도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1.36%로 미국(4.29%)과 일본(2.40%)보다 훨씬 낮았다. 그러나 미·일은 선제적인 기업구조조정으로 부실이 은행으로 퍼지는 것을 막은 덕에 작년말 미국 은행은 1.59%, 일본은 1.53%로 그 비율이 뚝 떨어졌다.

1200조원의 가계부채가 문제라고 하지만 오히려 부실화 가능성이 높은 쪽은 기업여신인 것이 현실이다. 부실이 한꺼번에 터지면 은행 전체의 신뢰와 건전성을 일시에 무너뜨릴 수 있는 시한폭탄이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거꾸로 가는 수출과 내수 부진 속에서 부실은 더욱 악화될 공산이 크다. 좀비기업 수술의 시늉만 내면서 우물쭈물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한계기업 구조조정 속도를 더 높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