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은행 ISA 경품만 16억원 '과당경쟁'… 소비자 현혹 우려

이나리 기자
입력일 2016-02-28 09:07 수정일 2016-02-28 17:31 발행일 2016-02-28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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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14일 출시되는 ISA 선점을 위한 은행과 증권사의 고가 경품 경쟁이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연합)
다음 달 14일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도입을 앞두고 은행권의 경품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순이자마진 급감으로 수익을 내기 어려워진 은행들이 ISA를 새로운 기회로 삼고 과당경쟁을 벌이고 있으나 저금리시대, 돈 굴릴 곳이 마땅치 않은 소비자들을 현혹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ISA 관련 자금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포트폴리오 제시 등 투자전략 측면의 경쟁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28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KB국민·KEB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개 주요은행들은 골드바, 자동차, 여행상품권을 내거는 등 총 16억원 상당의 경품 경쟁을 벌이고 있다.  
몇몇 금융사는 직원 1인당 100개 이상 계좌를 유치하라고 할당량을 설정하는 등 ‘묻지마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민은행은 이벤트를 통해 1등 1명에게 2000만원 상당의 전세계 여행상품권을 준다. 추첨 대상은 10만명으로, 모두 5억원 규모다.
하나은행은 경품으로 9억원 상당의 하나머니를 제공한다. 1등 한 명에게 1000만원짜리 여행상품권을 제공한다. 
농협은행은 200만원 값의 골드바(10돈) 등 6000만원 상당의 경품을 내걸었다. 
ISA는 예금, 적금, 펀드, ELS(주가연계증권) 등을 한꺼번에 담아 금융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고, 발생하는 수익에 대해 세제 혜택도 있어 ‘만능통장’이라 불린다. 시행 첫 해인 올해 ISA 시장 규모는 약 24조원, 5년 후인 2021년엔 150조원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복잡한 상품 구조나 원금손실 등 투자위험에 대한 설명 없이 마치 목돈을 만들어 줄 것처럼 고가 경품을 내걸고 과당경쟁을 벌인다는 점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ISA의 장점뿐만 아니라 투자위험에 대해 낱낱이 설명해도 걱정되는 상황에서 모집 이벤트만 요란하게 벌이고 있다”며 “과당경쟁의 여파로 불완전판매가 이어져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품액이 이례적으로 치솟자 전국은행연합회와 금융투자협회는 조만간 각각 협의체를 꾸려 과당 경쟁 방지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관계자는 이어 “금융당국에서 은행의 과당경쟁을 통제하고 고객에 대한 투자위험 고지방법과 계약철회 규정을 확실히 점검해야 한다”며 “고객 수나 점유율 같은 외형경쟁보다 수익률 경쟁이 핵심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에서는 ISA의 불완전판매를 막기 위해 ISA의 금융회사별 수익률을 매 분기마다 공개하고, 미스터리 쇼핑(암행점검), 불시 점검 등 강도 높은 금융회사 현장 점검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나리 기자 nallee-babo@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