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택 산은 회장, AIIB 리스크 담당 부총재 맡는다

이채훈 기자
입력일 2016-02-03 11:21 수정일 2016-02-03 17:07 발행일 2016-02-0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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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택 회장
홍기택 KDB산업은행 회장. (연합)

홍기택 KDB산업은행 회장이 중국 주도로 창설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 자리 하나를 맡는 것으로 확정됐다. 우리나라가 국제금융기구 부총재를 맡는 것은 13년만이다.

기획재정부는 3일 AIIB 이사회가 홍 회장을 리스크 담당 부총재(CRO·Chief Risk Officer)로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는 은행의 투자와 재무위험에 대한 평가·분석을 총괄한다.

앞서 AIIB 진뤼친(金立群) 초대 총재는 지난달 20일 5명의 부총재 중 1명으로 홍 회장을 이사회에 추천했다. 경기고와 서강대를 졸업한 홍 신임 부총재는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로 있다 제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인수위원을 거쳐 지난 2013년 산업은행 회장을 맡았다.

홍 신임 부총재는 근무조건 등 계약 절차를 거쳐 조만간 정식 임명될 예정이다. AIIB 부총재는 3년 임기로 중국 베이징 사무국에서 근무하게 된다. 취임 시기는 AIIB와의 협의를 거쳐 조만간 결정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한국이 국제금융기구 부총재를 수임한 것은 2003년까지 아시아개발은행(ADB)에서 부총재를 맡았던 이후 13년만”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의 적극적인 지원과 범정부 차원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고 평했다.

AIIB는 홍 부총재를 비롯해 일반행정(CAO·Chief Administrative Officer), 투자운영 관리(CIO·Chief Investment Officer), 회원국·이사회 지원(Corporate Secretary), 중장기 정책·전략(Policy and Strategy) 분야의 부총재를 임명한다. 홍 부총재는 AIIB의 핵심 투자결정기구인 투자위원회에 총재 등과 함께 참여하는 4명 중 한 명으로 중요 역할을 맡게 된다.

‘중국판 세계은행’으로 불리는 AIIB의 한국 지분율은 3.81%로 5위다. 중국이 30.34%로 1위이고, 그다음이 인도(8.52%), 러시아(6.66%), 독일(4.57%) 순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한국은 AIIB 이사직을 영구 수임하는 동시에 초대 부총재를 수임함으로써 우리 경제규모에 걸맞은 영향력을 확보하게 됐다”며 “AIIB 투자결정 핵심 직위를 한국인이 맡게 돼 아시아 인프라 개발에 참여하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홍 부총재는 “대한민국을 대표하여 중책을 맡은 만큼, AIIB 발전과 나아가 우리나라의 국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산은 회장직과 관련해서는 AIIB 부총재로 선임된 만큼 정부 당국과 협의를 거쳐 빠른 시일내에 필요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후임 산은 회장 선임에도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홍 부총재는 “어려운 시기에 산은 회장직을 맡아 어려움도 많이 있었으나 팬오션 정상화 과정에서 새로운 구조조정 방향을 제시하고, 대우증권 등 금융자회사를 성공적으로 매각한 점은 보람있는 일로 기억된다”며 “후임 회장님께는 기업구조조정 및 산업구조 재편 등 이슈에 대해서 그간 고민했던 사항을 중점적으로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채훈 기자 freei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