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이계인, 성유리-김성균, 지진희-곽지혜, 눈만 마주쳐도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15-10-07 00:00 수정일 2015-10-18 13:34 발행일 2015-10-06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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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가 한창이던 5일 영화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의 제작보고회가 열렸다.(사진제공=CGV아트하우스)

“(부산국제)영화제 중에도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가장 하기 어렵지만 간절히 듣고 싶은 말들이 있다. 가까워서 혹은 너무 아까워서 입 밖으로 내기 힘든 말들을 고스란히 제목에 담은 영화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가 5일 서울 CGV압구정에서 제작보고회를 열었다.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 열려선지 배우는 물론 스태프들까지 “고맙다”는 말을 유난히도 많이 하는 행사였다. 취재진들 뿐 아니라 서로에게도 눈만 마주치면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를 외치곤 했다.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는 ‘식객’, ‘미인도’ 등을 연출한 전윤수 감독의 신작으로 김영철, 이계인이 과거 라이벌이었던 복싱선수 출신의 강칠과 종구를 연기한다. 성유리는 까칠하고 콧대 높은 톱 여배우 서정, 김성균은 10년째 서정에 대한 외사랑을 키워온 매니저 태영으로 분하며 독특한 로맨스를 선사한다.

성유리와 김성균, 여배우와 매니저라는 흔한 설정을 흥미롭게 만드는 캐스팅이 아닐 수 없다. 지진희는 자신의 친딸을 죽인 범죄자의 딸 은유(곽지혜)와 애틋하고 복잡한 관계를 이어가는 형사 명환으로 연기변신에 나선다. ◇이계인 “김영철 팬”, 김성균 “성유리 팬”, 지진희 “최연소이자 최고의 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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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 역의 곽지혜는 ‘고백송’으로 우렁차게 사랑을 고백했다.(사진제공=CGV아트하우스)

“저도 배우들이랑 오랜만에 재회했는데 대기실에서 김영철 선배님께서 얼굴이 좋아졌다고 얘기해주셨어요. 편집 등 후반작업을 거친 작품이 완성도 있게 잘 나와 기분이 좋아져 있었는데 그게 겉으로 드러난 걸 보신 것 같아요.”

제목을 말하는 것만으로도 사이가 안좋아질 수 없는 영화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의 연출을 맡은 전윤수 감독이 화기애애했던 대기실 분위기를 전하며 행사는 시작됐다.

이계인은 시종일관 “김영철의 팬”이었다고 강조했고 김영철은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 출연으로 “영화가 개봉하고 나면 이계인에게 섭외가 많이 올 것 같아 사인을 받아둬야할 정도”라고 치켜세웠다.

김성균은 “핑클 시절 성유리 팬”이었다고 반복해 고백하고 성유리는 “성균 오빠 마음 속에 소녀가 살고 있다. 이분이 핑클”이라고 친근하게 놀린다.

지진희는 곽지혜에 대해 “최연소이자 최고의 파트너”라고 극찬했고 열 살 소녀 곽지혜는 “아빠가 계속 은유야 잘했어, 괜찮아 해주셔서 감동받았다”며 ‘고백송’으로 우렁차게 사랑을 고백했다. 전윤수 감독은 각 커플의 매력을 “궁금했다”고 털어놓았다.

“늘 지적인 역할을 하는 김영철 선생님께서 수다쟁이에 떠벌리기 좋아하는 캐릭터를 연기하면 어떨까, 이계진 선생님은 정말 권투를 잘하실까 궁금했죠. 김성균이 과연 멜로를 할 수 있을까 했는데 캐스팅 회의에 (김성균의) 이름이 나오자 3, 4초간 정적이 흘렀어요. 그 정적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죠.”

전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배우 성유리의 재발견을 이루고 싶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지진희에 대해서도 거친 모습이 궁금했다고 털어놓았다. 감정을 드러내진 않지만 어느 한순간 솟구치는 모습이 보고 싶은 욕구에서 캐스팅했다는 전언이다.

“지혜는 오디션을 보면서 눈물을 흘릴 뻔 했어요.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그냥 느낌이 은유는 지혜다 싶었죠.”

◇베테랑 남남 커플, 이색조합 미녀와 야수 그리고 사랑스러운 부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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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하듯 서로를 칭찬하는 ‘미안해’ 커플 김영철과 이계인.(사진제공=CGV아트하우스)

“이계인의 이미지를 많이 알고 있어서 촬영이 어렵진 않았어요. 사람 좋고 종구 역할에 너무 잘 맞는 배우여서 오히려 제가 종구에게 많이 치인 거 같아요. 종구 역할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죠. 혼신을 다해 연기하는 모습에 옆에서 많이 배웠고 이계인에 대해 가졌던 이미지를 다시 생각했어요.”

오랜 연기 생활 중 첫 호흡을 맞춘다는 김영철과 이계인은 서로에 대해 경쟁하듯 칭찬을 늘어놓았다. 비슷한 연배의 두 배우는 방송국에서 스쳐가는 정도의 인연이 전부였다. 드라마 ‘왕건’에서 동반 출연하긴 했지만 김영철은 신라 왕 궁예였고 이계인은 후백제의 장군 애술로 나라도, 신분도 달라 접점이 거의 없었다.

이계인은 다시 한번 “원래 팬”이라고 재차 강조하고 “방황하는 지식인 역할엔 저 친구가 최고다. 카리스마라는 말이 무색하게 그냥 우러러 보게 된다. 한 화면에 출연한 것만으로도…”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저 혼자 죽은 게 아니라 이 무릎에서 생을 마감하는 역할을 했어요. 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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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정인 줄 알았더니 털털한 성유리와 마음 속에 소녀가 사는 김성균은 독특한 멜로를 선사한다.(사진제공=CGV아트하우스

‘베테랑’ 김영철-이계인 커플이 ‘미안해’를 책임진다면 ‘미녀와 야수’ 성유리와 김성균은 이색 로맨스로 ‘사랑해’를 고백한다. 김성균은 성유리를 처음 만났던 순간 김성호의 ‘당신은 천사와 커피를 마셔본 적이 있습니까?’를 떠올렸다고 토로했다.

“제가 한없이 추잡스러워 보였죠. 남학생이라면 누구나 좋아했을 성유리씨는 연예인을 만나는 느낌이었어요. 그런 마음이 나쁘지 않았어요. 제가 느끼는 그대로 연기하면 됐거든요.”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여신이라고 성유리를 찬양하던 김성균은 “날개랑 요술봉이 없더라. 기대했는데. 야식도 먹더라. 이슬만 드실 줄 알았는데”라고 증언(?)하고는 “털털하고 순둥이라고 부를 정도로 착했다. 이렇게 미인이 도도하거나 까칠하면 다가가기 힘든데 착하게 배려해줘서 편하게 연기했다”고 말했다.

응원차 현장을 찾은 팬들과도 허물 없이 친구처럼 지내 김성균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는 성유리는 “개인적으로 까칠하고 자기 주장 강한 여자를 좋아한다. 실제로 그러면 안되겠지만 서정을 보면서 속시원한 느낌이 들었고 멋있고 좋았다”며 “연기하면서 행복했다”고 고백했다.

핑클 활동 이후 오롯이 연기에만 몰두하며 수많은 작품에서 다양한 미남스타들과의 달달하고 애틋한 로맨스를 경험했던 성유리에게 김성균과의 호흡은 색달랐다.

“저도 처음엔 괜찮을까 우려했는데 (김성균) 오빠를 처음 보고 놀랐어요. 수줍음도 많고 촬영하다 보니 속에 요정이 들어있더라고요. 어떤 말을 해도, 설령 거짓말을 해도 다 믿을 것처럼 모든 말이 진실 되게 느껴졌어요. 그 진심이 연기에서도 느껴졌죠. 예전엔 내가 잘해야지 했는데 오빠랑 호흡을 맞출 때는 진짜 감정이 오가는 걸 느껴서 기쁘고 설렌 경험이었어요.”

성유리는 김성균이 ‘뽀로로’를 보면서 울었다는 증언을 덧붙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성균은 “지진희 선배가 통쾌하게 해답을 내주셨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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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만 봐도 눈물이 난다는 ‘고마워’ 커플 곽지혜와 지진희.(사진제공=CGV아트하우스)

“뽀로로 친구들은 고아입니다. 그 추운 데서, 각자 집을 하나씩 가지고 살고 있지만 해리가 포비네 집에 끼어 들어옵니다. 눈물 나죠.”

악연 전문 김성균과 어른스러운 남자의 정석 지진희가 나누는 이 아이 같은 대화에 베테랑 김영철, 이계인도, 전직 요정 성유리도, 10세 소녀 곽지혜도, 이야기를 듣던 취재진들도 까르르 넘어간다. 그렇게 뽀로로 친구들의 슬픈 일상을 이야기하던 지진희가 곽지혜에 대한 질문에는 자못 진지해 진다.

“시나리오를 보는 내내 울었어요. 제 역할을 보면서 빠뜨린 부분이 있었는데 곽지혜 양이 채워졌어요. 이 친구를 보는 내내 아려오고 찡하고…고스란히 전해졌어요. 이 친구의 힘이죠. 예고편 보면서도 울컥울컥했어요. 신세계를 경험했죠. 지금도 이런데 나중에는 얼마나 멋진 여배우가 될까 기대 중이에요. 이 자리를 빌어 고맙다고 얘기하고 싶어요.”

◇말하는 순간 기적이 되는 말,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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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는 순간 기적을 만날 수 있다고 조언하는 영화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 포스터.(사진제공=CGV아트하우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가슴 저미는 감동을 받았어요. 이건 꼭 한번 해보고 싶다 해서 시작했는데 이계인과 영화를 찍는 내내 (주고받은) 교감이 따뜻했어요. 말은 안했지만 서로 많이 위하고 챙겨주면서 마음들이 감성으로 편입된 것 같아요.”

김영철이 전하는 감성에 성유리는 마지막 촬영장에서 눈물을 흘렸던 사연을 털어놓았다.

“아쉬워서 그러신가 마지막 신을 유난히 오래 찍었어요. 끝나고 나오는데 갑자기 뭐가 잘못돼서 다시 찍어야 하니 대기실에서 대기하라고 하더라고요. 기다리다가 불러서 나갔더니 온 스태프들이 저에게 꽃 한송이씩을 주시는 거예요. 처음 받은 감동적인 이벤트에 웃으면서 눈물을 흘렸죠.”

지진희, 김성균, 성유리는 지인들에게 ‘사랑해’, ‘고마워’, ‘미안해’라는 말을 전한 모바일메신저 화면을 공개하기도 했다. 지진희는 ‘애인 있어요’의 상대역 김현주, 박한별과 최근 결혼을 발표한 한그루에게 ‘사랑해’라고 고백한 대화창을 공개했다.

김현주에게는 “낮술하심?”, 박한별에게는 “싱글쳤어요?”, 한그루에게는 “저 애인 있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곽도원과 ‘응답하라 1994’ 단체방에 ‘사랑해’라는 메시지를 남긴 김성균에게도 “술 마셨냐”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그만큼 고백은 어렵기만 하다.

“고백하는 순간 기적같은 아름다운 순간들이 나타날테니 자신있게 고백하세요.”

전윤수 감독의 당부에 김성균은 “고백은 듣는 이에게도 감동이지만 하는 사람에게도 풍부한 감동을 준다”고 조언했고 이계인은 “그 영화 보길 잘했다는 고백이 나오면 좋겠다”고 바람을 털어놓았다. 김영철의 표현처럼 ‘예쁘고 소중한’ 영화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는 29일 개봉 예정이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