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터넷전문은행, 금융혁신 기대할 수 있나

사설
입력일 2015-10-01 15:40 수정일 2015-10-01 15:42 발행일 2015-10-02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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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이 어제 마감됐다. 그동안 참여 의사를 밝혔던 4곳 가운데 카카오뱅크컨소시엄, 인터파크뱅크그랜드컨소시엄, KT컨소시엄이 신청서를 제출했고, 500V컨소시엄은 준비 미흡을 이유로 신청을 포기했다. 금융위원회는 본격 심사에 착수해 연내 1∼2곳에 예비인가를 내줄 계획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을 신청한 컨소시엄에는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들과 정보통신기술(ICT), 유통, 전자상거래 기업들이 대거 참여했다. 공통적으로 내세운 비전은 ‘핀테크(FinTech)를 통한 금융 혁신과 소비자 편익 증대, 금융산업 발전’이다. 예비인가 심사기준도 사업계획에 70%의 배점이 주어지게 돼있어 결국 당락은 ‘혁신성’에서 갈라질 전망이다.

하지만 그 혁신성에서 이들 컨소시엄이 과연 어떤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기 짝이 없다. 인터넷전문은행은 금융과 ICT의 융합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 위한 것이다. 스마트폰 확산에 따른 모바일뱅킹의 폭발적 성장이 ‘무(無)점포 비(非)대면’ 은행거래의 필요성을 높였다. 그것이 인터넷전문은행의 본질이고, 기존 금융의 파괴적 혁신을 통해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당위성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번에 예비인가를 신청한 컨소시엄들에는 예외없이 수백개에서 1000개를 넘는 지점들을 보유한 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끼어있다.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한도를 4%로 제한한 현행 은행법으로 산업자본만의 은행업 진출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컨소시엄 구조가 무점포·비대면 금융거래 확장과 상충됨으로써 혁신적 핀테크의 발목을 잡을 소지가 크다는데 있다.

그런 식으로는 기존 금융과의 차별화가 이뤄질 수 없고, 금융산업의 혁신 또한 기대하기 어렵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해도 홀로설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핀테크의 확산을 통한 새로운 성장산업 육성은 커녕, 한국 금융의 낙후성을 여전히 면치 못하고 말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