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이 좋은 영화가 대체 왜? 늦었지만 이제라도 만나서 다행인 '돼지 같은 여자'

김동민 기자
입력일 2015-09-10 07:00 수정일 2015-09-10 09:47 발행일 2015-09-1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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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같은 여자' 황정음, 이종혁, 최여진, 박진주 주연
'행복한 장의사', '바람 피기 좋은 날' 장문일 감독 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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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까지 3년이다. 지난 2012년 촬영을 마치고 2013년 중반까지 후반작업을 했다. 그리고 드디어 오는 10일이면 장문일 감독의 신작 ‘돼지 같은 여자’가 개봉한다. 

영화는 ‘대체 왜 개봉이 늦어졌을까’ 의문이 들 정도로 재미있다. 우려와 달리 이해하기 어려운 예술을 이야기하지도 않는다. 크게 보면 청춘 남녀가 어촌마을에서 펼치는 로맨스 영화다. 그 속을 쪼개보면 가족 부양과 사랑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한 여자 재화(황정음)의 일생이 녹아든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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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같은 여자' 영화 속 장면들 (사진 제공=CGV아트하우스)

영화 초반엔 마을에 남은 유일한 총각 준섭(이종혁)을 차지 하기 위한 세 여인 재화, 유자(최여진), 미자(박진주)의 사투에 집중한다. 그리고 이후엔 준섭과 사랑에 실패한 재화의 홀로서기가 그려진다. 사랑을 잊고 가족을 부양하는 재화의 모습에서 관객은 돼지를 떠올린다.  

‘돼지 같은 여자’란 제목이 주는 첫인상은 뚱뚱하고 먹을 걸 좋아하는 여성이지만 장문일 감독은 다르게 해석했다.

그에게 돼지는 가정에 돈을 벌어다 주는 재산이자 때가 되면 기꺼이 자신의 몸을 바치는 충직한 동물이다. 따라서 영화가 말하는 돼지 같은 여자는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극중 재화다.

“제가 생각하는 돼지는 부지런하고 희생적인 동물이에요. 시트콤에서 정음씨가 보여준 밝은 에너지가 재화 역에 잘 어울렸어요. 장어를 양식하는 여진씨도 그래요. 극에서 가장 역동적인 인물이 여진씨가 연기하는 유자예요. 그는 장어처럼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했죠. 개인적으로 배우 캐스팅이 잘되서 아주 만족스러워요. 네 주연배우를 비롯해 오광록, 이봉원 등 인물들이 크게 튀지 않고 조화롭게 구성됐어요.”

감독은 이 영화로 제39회 ‘몬트리올국제영화제’를 방문했다. 그의 전작 ‘행복한 장의사’, ‘바람 피기 좋은 날’도 같은 영화제에 초청됐다. 세 작품의 공통점은 현실적인 배경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을 동화 화법으로 풀어냈다는 것이다.

장문일 영화감독  인터뷰
영화 ‘돼지 같은 여자’를 연출한 장문일 감독.(사진=양윤모 기자)

‘돼지 같은 여자’의 발단은 ‘갈대밭에 놓인 냉장고’다. 갈대밭과 냉장고라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은 두 남녀의 어긋난 사랑이 되기도 하고 집안이 무너진 절망을 뜻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어렸을 때 체험했던 사건으로 영화를 만들려고 노력해요. 이번 작품도 마찬가지죠. 제가 살던 시골에도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장소에 냉장고가 버려져 있기도 했어요. 아무 것도 아닌 풍경이지만 ‘냉장고엔 무엇이 있을까, 왜 버려졌을까’ 생각해보면 재미있는 이야기로 발전해요. 갈대밭이 자연이라면 냉장고는 도시적인 것이기도 하고…. 그런 부조화 속에서 재미있는 이야기가 탄생하는 법이죠.”

개봉이 늦어진 이유는 배급 때문이다. 작은 영화이기에 적극적으로 배급에 나서는 곳이 없었다. 장문일 감독의 이름 때문에 간혹 배급 제안이 들어왔지만 영화에 쏟은 무수한 제작진의 노력을 생각하면 그 조건이 아쉬웠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흘러서야 관객 앞에 서게됐다.

“대중의 생각보다 더 많은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어요. 영화에 대한 인기 만큼이나 그것을 제작하는 디지털 기기가 발전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너무 극단적이에요. 지금 영화 시장은 돈이 되는 큰 영화만 극장에 걸리고 관객이 몰리는 구조죠. 저 같은 제작자도 문제지만 관객도 다양한 영화를 보지 못해 피해를 보게 되죠. 개인의 문제가 아니니 다 같이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

영화는 오는 10일 개봉한다.

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

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