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TPP 다시 시험대… 법안 장기 표류 예상

김효진 기자
입력일 2015-06-17 09:04 수정일 2015-06-17 09:04 발행일 2015-06-16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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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ama <YONHAP NO-0281> (AP)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관련 법안이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에 위치한 백악관 블루룸에서 15일(현지시간) 연설하고 있다. (AP=연합)

브릿지경제 김효진 기자 =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민주당 의원들의 반대로 미국 하원에서 한 차례 부결된 가운데 TPP 관련 법안 2차 투표에서도 가결에 실패할 경우 12개국이 참여하는 TPP협상 자체가 난관에 직면할 전망이다.

로이터 통신 등 주요 외신은 15일(현지시간) 무역조정지원제도(TAA) 법안이 애초 16일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었으나 가결을 위한 작업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공화당 의원들이 일정 연기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원 규칙위원회는 TAA 법안에 대한 표결 시한을 다음 달 30일로 연장하는 안을 제출한 상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집권 2기 핵심 아젠다인 TPP 협상에 찬성하는 공화당은 지난 12일 신속한 협상 타결을 위해 오바마 대통령에게 ‘패스트 트랙(fast track)’으로 불리는 무역협상촉진권한(TPA)을 부여하는 법안의 연계법인 TAA가 압도적 반대로 부결되자 2차 투표에 대비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TAA는 국제무역 활성화로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들의 이직과 재교육 등을 지원하는 제도다. 민주당은 근로자 보호와 환경 보호 강화를 이유로 TPP 연계 법안들에 반대해왔다.

공화당 의원들은 집단 반대표를 던진 민주당 의원들 중 적어도 70명 이상이 찬성으로 돌아서야 TAA의 처리 가능성이 열린다고 보고 설득전에 나섰다. 그러나 여전히 민주당 관계자들은 반전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내다보고 있다.

주요 외신들은 법안에 총대를 맨 존 베이너(공화·오하이오) 하원 의장이 가진 선택지를 분석해 제시하고 나섰다.

◇TPA-TAA 별도 법안으로 만드나

베이너 의장은 지금까지 상원이 패키지로 처리한 TPP 관련법안을 TPA-TAA 연계법안으로 분리했다. 각각 통과시킨 뒤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내는 방식을 염두에 두고 입법절차를 진행해왔다. 그러나 지난 12일 TPA가 찬성 219대 반대 211표로 가까스로 처리됐으나 TAA 법안은 압도적 반대로 부결됐다.

그러자 두 법안을 완전히 별도의 법안으로 만드는 것 아니냐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두 법안이 연계법안임에 따라 한 쪽이 불발될 경우 두가지 모두 효력을 잃는다.

그러나 이 경우 하원은 간발의 차로 처리했던 TPA 법안에 다시 투표해야 한다. 이후 법안을 상원으로 다시 넘겨야 하는 부담이 있다. 상·하원 어느 벽도 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TPA-TAA 한번에 처리 후 오바마 대통령에게

다른 선택은 하원이 두 법안을 완전한 하나의 패키지로 처리해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내는 방안이다. 그러나 이는 민주당 뿐 아니라 공화당의 반대에도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TAA 법안에 대한 공화당의 내부 견제 기류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현재 상황에서 어떤 선택지도 법안의 열쇠를 쥔 민주당 의원들의 마음을 돌리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지난 3월 이후 미국 최대 노조단체 산별노조총연맹(AFL-CIO)은 지난 3월 이후 TPA 등 TPP 연계 법안들에 반대하는 행사를 650건 개최했다. 입장이 모호한 민주당 의원들에게 전화 16만통, 편지 2만통을 집중해 TPP를 지지할 경우 정치후원금을 끊겠다는 압박을 가했다. 노조는 이미 민주당 경합주를 중심으로 TPP 반대 광고를 쏟아 붓고 있다.

한편 법안의 앞날에 대해 폴 라이언(공화.위스콘신) 하원 예산위원장은 폭스뉴스에 출연해 “상황을 바꾸려면 오바마 대통령이 민주당과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밝혔다. 론 카인드(민주·위스콘신) 하원 의원은 의회전문지 더 힐에 “상황이 다소 완화되면 양당 온건파들 사이에 소통이 가능할 것”이라며 “이 투표는 이해관계를 떠나 함께 일치된 태도를 취하는 협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효진 기자 bridgejin10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