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유보금 민간기업·공기업 ‘이중잣대’

차종혁 기자
입력일 2015-02-05 17:59 수정일 2015-02-05 17:59 발행일 2015-02-05 99면
인쇄아이콘
민간기업엔 유보금 줄이도록 배당압박…공기업엔 특별법으로 허용범위 넓혀
정부출자기관, 적자보전·경영악화 대비·사업 투자 위해 배당보다 유보 택해
“민간기업도 정부출자기관처럼 수익성·투자계획 따라 적정배당·유보 결정하게끔”

정부가 민간기업에 대해서는 유보금 적립을 제한하면서 정부출자기관에 대해서는 유보금 허용 범위를 더 넓게 허용하는 이중잣대를 적용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원장 권태신)은 5일 ‘유보금과 배당’ 보고서를 통해 “비(非)금융 정부출자기관의 유보금은 2013년 기준 47조1415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금융업을 제외한 유가증권 상장사 유보금(547조원)의 8.6%다. 정부출자기관은 정부가 자본금의 50% 미만을 출자한 법인체형 주식회사형 공기업을 말한다.

한경연은 “정부출자기관이 많은 유보금을 보유하고 있는 이유는 법률상 내부 유보가 허용되는 범위가 민간기업에 비해 넓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재무 안정성이 비교적 높은 정부출자기관도 적자보전과 경영악화 대비를 위해 배당보다 유보를 택하고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간기업은 이익금 처리 순서와 이익금 적립 의무 등에 대해 상법에 명시된 바를 따르고 있다. 이와 달리 정부출자기관의 경우 일부 기관을 제외하고 대부분 특별법을 준용한다. 이로 인해 상법을 따르는 민간기업은 이익준비금(기업에 유보되는 이익 중 법률에 의해 강제로 적립되는 법정준비금)의 의무 적립한도가 자본금의 50%로 제한된다.

하지만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일부 정부출자기관은 특별법에 의거해 자본금의 100%까지 이익준비금을 적립할 수 있다.

게다가 정부출자기관은 민간기업과 달리 사내유보가 허용되는 이익준비금·자본준비금 외에도 사업 확장을 위한 별도의 유보금 적립이 가능하다. 이익준비금 적립 산정기준 또한 상법은 현금배당 비율을, 특별법은 당기순이익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배당가능 규모 산정에 있어서도 특별법은 과거 유보금을 고려하지 않고 당기에 발생한 정부출자기관의 순이익만을 기준으로 하는데 반해 민간에 적용되는 상법은 누적된 순자산을 토대로 산정하기 때문에 민간의 부담이 더 크다.

김윤경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정부출자기관은 정부 위탁 사업을 수행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이익창출이 가능해 민간기업보다 재무제약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인데도 적자 보전과 경영악화 대비, 공공사업 투자를 위해 배당보다 유보를 선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민간기업에게 유보금은 투자 형태의 하나로, 각 기업들이 수익성, 투자계획 등을 반영해 적정 수준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정부는 기업들이 그냥 돈을 쌓아두고 있는 것으로만 인식해 인위적으로 배당 압박을 가하고 있다”며 “인위적인 배당압력을 가하면 기업 투자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이 최적의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유보금에 대해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건영 기획재정부 법인세제과장은 “기업소득환류세제는 민간기업과 공기업에 대해 세율을 똑같이 적용하고, 기존의 유보금이 아닌 향후 발생할 단기 유보금에 대해서만 대기업·중견기업에 대해 적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차별 적용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차종혁 기자 cha@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