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안전 강화 외친 정부, 대기업 발주자엔 책임소재 ‘관대’

차종혁 기자
입력일 2015-02-03 17:25 수정일 2015-02-03 17:25 발행일 2015-02-04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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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 “‘유해위험정보제공 의무’ 全 산업 확대해 발주자 책임 강화 검토”

정부가 산업안전을 강화하겠다며 관련 법령을 개정하고 연이어 종합대책을 내고 있지만 정작 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소재를 묻는데 있어 불분명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규석 고용노동부 산업안전과장은 3일 “안전한 일터를 조성하기 위해 산업현장 사고 발생시 원청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고 있지만 발주자에게까지 책임을 묻기에는 법리적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에 어렵다”고 말했다.

산업안전보건을 강화하겠다며 산업안전보건 혁신 종합계획까지 수립해 발표한 정부의 방침과 어긋나는 대목이다.

정부는 최근 수년간 산업현장의 대형사고가 잇따르자 산업안전보건을 강화할 목적으로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해 지난해 3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산업재해가 다수 발생한 도급사업장과 건설업 등의 안전·보건 조치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관련법 개정에도 산업현장의 사고가 계속되자 지난달 1월에는 산재예방 5개년계획(2015~2019년)의 일환으로 ‘산업현장의 안전보건 혁신을 위한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종합계획에 따르면 안전보건역할 수행자인 기업에 대해 원청과 발주자의 책임을 강화해 사업장 안전보건관리체제를 확충토록 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원청에 대해서만 책임을 물을 뿐 발주자에 대해서는 책임소재를 묻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실제 지난달 27일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내 특수강공장 건설현장에서 하청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했지만 책임소재는 원청인 현대엔지니어링에만 물었다. 

이와 관련 천안고용지청 관계자는 “사고 현장이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내에 있지만 공사 책임은 원청인 현대엔지니어링에만 물을 뿐 발주자인 현대제철에는 묻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가 원청과 발주자의 책임을 강화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책임의 범위를 어디까지 해야 할지는 여전히 모호한 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우리나라의 산업현장 사망사고율이 선진국 대비 2~4배 높은 원인의 하나로 지목된다.

고용부에 따르면 국가별 산업현장 사망사고율은 2010년 기준 한국 0.78, 일본 0.22, 미국 0.38, 독일 0.18 등이다. 산업현장 사고로 인한 우리나라의 경제적 손실액은 2003년 12조1088억원에서 2013년 18조9772억원으로 10년새 50% 증가했다.

안전 전문가들은 산업현장의 사고를 줄이려면 원청에만 책임을 물을 게 아니라 발주자에까지 물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윤호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안전사업실장은 “원청이 공사를 진행하는데 얼마나 안전에 신경을 쓰느냐는 결국 발주자의 요구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원청은 물론 발주자에도 책임을 강하게 물어야 산업현장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안전 확보를 위한 정부의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김규석 고용부 산업안전과장은 “현재 유해위험정보제공 의무가 화학업종에만 한정돼 있는데 전 업종으로 확대해 원청과 발주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차종혁 기자 cha@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