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세계자본 빨아들여 신흥국 자본유출 가속

민경인 기자
입력일 2014-12-18 13:41 수정일 2014-12-18 17:09 발행일 2014-12-1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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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내년 4월 이후로 예상되면서 한국 시장의 자본 유출과 신흥국 위기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우리 정부와 전문가들은 미국 금리 인상으로 인한 자본 유출이 제한적이라고 자신하고 있지만 이로 인한 신흥국 위기 등 추가적인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는 17일(현지시간) 내년 4월 이후에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신호를 보냈다. 이날 연준은 올해의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통화정책회의에서 초저금리를 ‘상당기간’ 유지한다는 문구를 ‘인내심을 가질 것’이라는 문구로 대체했다. 이 같은 결정은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서두르지 않고 경기와 고용, 인플레이션 추이 등을 지켜보며 신중하게 통화정책을 결정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면 세계 자본이 미국으로 빨려 들어갈 수 있다. 따라서 화폐 매력이 떨어지는 신흥국을 중심으로 자본 유출이 가속화돼 외환 위기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 같은 현상에 한국도 자유롭진 않지만 일단 큰 문제 없을 것이란 주장이 있다.

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7일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인한 자본유출 규모 추계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자본유출가 큰 위기를 가져올 것으로 보이진 않으나 철저한 대비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우리나라가 확보한 외화유동성은 4500억 달러를 상회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분석하면서 “이에 비해 국제기준에 의해 위기대응이 필요한 외화유동성 규모는 약 3900억달러”라고 추정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생각도 비슷하다. 최 부총리는 한국의 충분한 외환보유액과 큰 폭의 경상수지 흑자, 상대적으로 우량한 재정건전성 등 덕분에 자본 유출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총재는 연준이 점진적인 방식으로 금리 인상을 진행할 것이라고 예측하며 피해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2차·3차 효과가 나타면서 자본유출 규모가 예상보다 커질 수 있어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자본유출이 일어나면 환율 상승과 국내 자산가격 하락에 의해 자본유출이 지속되는 2차 효과, 신흥국 위기에 의한 3차효과도 나타날 수 있고 특히 한국은 자본유출입 변동성이 큰 나라”라면서 “이를 감안하면 자본유출 규모가 예상한 수준보다 확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기획재정부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기재부는 18일 FOMC 결과와 러시아발 금융시장 불안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기 위한 내부 회의를 열고 국제금융시장 및 국내시장 파급효과에 대한 모니터링 및 분석을 강화키로 했다.

기재부는 금융·외환시장의 양방향 변동성에 유의하면서 국제금융시장 변화가 금리, 자본유출입, 환율 등의 경로를 통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하게 분석해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금융시장의 위축, 가격변동성 확대 등 부작용은 우려되는 만큼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철저한 대비는 요구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 같은 우려에 경제 정책이 위축돼선 안된다는 주장도 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해야 한다. 다른 나라도 금리 완화 정책을 펼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을 우려해서 인하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다른 나라들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독주할 수는 없다”며 “우려 때문에 우리가 금리 조정을 못해서는 안 된다. 다른 나라들의 움직임을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경인 기자 mkibrdg@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