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오션·팬택·쌍용건설·홈플러스…판 더 커진다

서희은 기자
입력일 2014-12-11 17:51 수정일 2014-12-11 19:50 발행일 2014-12-1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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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 인수합병 2014년 결산 및 2015년 전망
한국 대기업 충분히 성장하고 자본유입 활발…M&A 시장 더 클 것

누가 뭐래도 올해 가장 뜨거웠던 M&A는 ‘삼성과 한화의 빅딜’이다. 지난달 26일 삼성그룹과 한화그룹은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등 삼성 계열사 4곳을 한화가 인수하는 2조원 규모 빅딜을 성사시켰다. 빅딜을 통해 삼성은 비주력 계열사 정리와 조직 슬림화, 핵심 사업을 위주로 한 지배 구조 개편의 포석을 마련했고, 한화는 삼성의 석유화학·방위산업 계열사 인수로 주력 사업 경쟁력을 강화함과 동시에 두 분야에서 국내 1위로 부상하는 등 시장 지배력을 높였다.

삼성은 한화와의 빅딜 외에도 삼성SDI와 제일모직 소재 부문 합병, 삼성 제조업 계열사가 보유했던 삼성생명·삼성카드 등 금융계열사 지분 매각, 삼성 웰스토리 분리, 삼성 에버랜드 건물관리 부문 양도 등 ‘선택과 집중’을 위한 M&A를 줄줄이 단행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M&A에 대한 시선이 좋지 못 했다. 때문에 삼성과 한화의 빅딜은 M&A를 통한 사업 확장이나 구조조정을 곱지 않게 봐온 국내 M&A 시장의 분위기를 바꿔 놓는 좋은 계기가 돼준 셈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이런 형태의 M&A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고 향후 전망도 밝다. 동부증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글로벌 M&A 시장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1.1% 증가한 3조2437억달러로 2007년 이후 최대치다. 또 시장조사기관인 딜로직은 올 11월 기준 2014년 미국 기업의 인수합병 규모가 1조3540억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활발한 M&A는 미국 경기 회복 속도가 빨라지면서 기업들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전했다. 중국도 1월부터 9월까지 M&A 거래 금액이 2617억달러를 기록하며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올 상반기를 기준으로 2012년 이후 최고치인 101억8500만달러를 기록했다. 현재 대기 중인 매물들이 내년으로 넘어갈 것을 고려하면 내년 M&A 규모는 훨씬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매각을 기다리고 있는 기업은 팬오션, 팬택, KT렌탈, 동부 계열사들(동부LED·동부하이텍·동부제철) 등이 있고 최근에는 네이버와 삼성 의료기기 사업부가 M&A 의지를 밝히며 내년 M&A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김상헌 네이버 대표는 11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주최로 열린 국내 스타트업 기업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 “네이버가 더 성장하기 위해 인수합병과 새로운 협업 모델 발굴 등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M&A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 조수인 삼성전자 사장도 의료기기 사업 철수설을 공식 부인하며 추가적인 인수합병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면서 향후 삼성전자 의료기기 사업의 추가M&A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팬택은 이달 말까지 2차 인수자를 물색하고 인수의향자를 최종 선정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인수 의향자들을 개별적으로 접촉하며 적극적으로 협상을 진행 중에 있다. KT렌탈은 다음 달 본입찰을 앞두고 실사를 시작한 상태다. 또 법원이 인수 조건으로 증자8500억원을 확정한 팬오션 인수전에는 하림, 삼라마이더스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이달 16일 본입찰을 앞두고 있다.

동부그룹은 동부LED, 동부하이텍, 동부제철 등 3개 계열사 매각을 진행 중이다. 동부LED는 12월 말 예비 입찰을 진행하고 내년 1월 중순 본입찰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M&A 우선협상대상자로 아이에이컨소시엄을 선정한 동부하이텍은 실사를 거친 후 연내에 매각을 마무리할 계획이며, 동부제철은 동부캐피탈 보유지분을 매물로 내놨다. 이달 말 본입찰을 한 후 내년 1월 말쯤이면 매매계약이 체결될 예정이다.

한편 건설업계에서는 쌍용건설 인수전이 4파전으로 좁혀진 가운데 이달 중순 본입찰이 시작되고 내년 2월께 본계약이 체결될 전망이다. 유통업계에서는 홈플러스가 화두다. 영국 본사인 테스코가 올 상반기 40년 만에 최악의 실적을 거두면서 해외법인 매각을 우선적으로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는 분할 매각 또는 중국 자본에 매각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M&A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 김영진 M&A 연구소 소장은 현재 국내 M&A 시장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계속해서 M&A 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소장은 “우리나라는 유교 사상의 영향으로 기업을 투자처가 아닌 안식처로 보고, 기업이 망해야 M&A를 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었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한국도 유럽이나 미국처럼 두 회사가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한 M&A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내년 시장 전망과 관련해서는 “이미 자본주의가 많이 들어오고 대기업이 충분히 성장한 덕분에 국내 M&A 시장은 점점 더 커질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다만 M&A 협회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M&A를 통해 신규사업 확장과 재무구조 개선 등 시너지를 내는 긍정적인 요소가 있다”면서도 “M&A 계약 체결 후 임금, 조직 문화 등 각기 다른 요소들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잘 어우러지는 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희은 기자 heseo@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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