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엔지니어링 '합병무산'…성난 투자자에 삼성 굴복

조민영 기자
입력일 2014-11-19 17:10 수정일 2014-11-19 18:06 발행일 2014-11-19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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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 추진이 무산되면서 이들 종목의 주가가 급락했다. 두 회사측은 향후 상황을 보고 합병을 재추진할 것이라고 밝혀 당분간 주가 변동성 확대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1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중공업 주가는 전날보다 1600원(-6.39%)하락한 2만3450원에 삼성엔지니어링은 전날보다 5500원(-9.31%)내린 5만36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삼성중공업은 삼성엔지니어링과의 흡수합병 계약을 해제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삼성중공업은 “17일까지 신청한 주식매수청구 현황을 확인한 결과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행사한 주식매수청구 규모가 합병 계약상 예정된 한도를 초과함에 따라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주식매수청구권은 주주의 이해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업의 합병, 영업양수도 등이 주주총회에서 결의된 경우 그 결의에 반대했던 주주가 자신의 소유 주식을 회사로 하여금 매수하도록 요구하는 권리다.

두 회사의 합병계약서에 따르면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주식매수청구권이 각각 9500억원, 4100억원을 초과하면 합병 계약이 무산된다.

실제 주식매수청구권 신청 결과 삼성중공업은 9500억원에 못 미치는 9235억원이었지만 삼성엔지니어링은 한도보다 3000억원이나 많은 7063억원으로 집계됐다.

합병 발표 이후 두 회사의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해 주식매수청구 가격보다 낮아지면서 국민연금 등이 이를 행사하게 된 것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합병 무산으로 오히려 삼성중공업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박무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합병은 해양 부문을 키우는 등 사업적인 이유에서 추진됐지만 실제 합병을 한다 해도 사업 시너지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며 “자금여력이 있는 삼성중공업이 삼성엔지니어링을 도와주는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합병이 실제 추진되면 부정적인 해양산업 전망과 능력 대비 과도한 외형,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려운 계열사 간 합병으로 삼성중공업이 감당해야 할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또 두 회사의 합병 무산으로 삼성그룹 전반적으로 진행되는 지배구조 개편에도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두 회사가 삼성그룹 지배구조 핵심에 있지 않기 때문에 그룹 지배구조와 연결 짓기는 무리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두 회사가 향후 주주 의견과 시장 상황에 따라 합병 재추진 의사를 밝힌 만큼 향후 회사측에서 주가부양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조민영 기자 mine8989@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