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에 악재… 코스피에 등 돌리는 외국인

조민영 기자
입력일 2014-11-13 16:33 수정일 2014-11-13 18:53 발행일 2014-11-14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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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못 믿어·환율 못 견뎌·수익 못 남겨
세계 금융시장의 분위기가 살아나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증시는 외국인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기업 펀더멘털에 대한 의심이 지속되는 과정에서 원화의 급격한 약세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외국인의 매도를 부추긴다는 분석이다.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으로 외국인은 국내 상장주식 2조1240억원을 순매도했다. 지난 9월 4940억원의 국내 주식을 판 외국인 투자자가 두 달 연속 ‘팔자’를 이어갔고 규모도 커지고 있다. 이달 들어 지난 10일과 11일 반짝 매수를 했지만 규모가 크지 않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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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이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매도하는 것은 기업 펀더멘털 우려와 원화의 급격한 약세 부담 영향이다. 올해 한국 기업의 주당순이익(EPS) 추정치는 연초대비 20% 하향 조정된 반면 같은 기간 아시아 신흥국은 5.3% 하향 조정에 그쳤다. 원화는 9월 이후 달러대비 8.1% 절하되며 세계 주요국 통화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가치가 떨어졌다.

실제 달러강세가 심화됐던 9월 이후 주요 국가의 달러 기준 주가 수익률을 보면 한국 주식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수익률이 부진한 그룹에 속했다. 한국과 더불어 그리스, 브라질, 포르투갈, 러시아 등 자국 통화 약세에 시달린 지역들도 수익률이 저조했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선 원화약세가 지속될수록 환차손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쉽사리 투자할 수 없는 환경인 셈이다.

오태동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기업 실적 실망감과 글로벌 경기회복 불확실성으로 한국 증시는 선호도에서 밀리고 있다”며 “원화의 급격한 약세는 외국인 이탈을 촉진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양적완화 종료로 인해 그동안 아시아시장으로 흘러 들어온 유동성이 철수하는 시기도 맞물리며 외국인 매도세가 빨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아시아 신흥국으로 들어왔던 자금들이 빠져 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최근 환율 구도에서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를 지속하면 손해가 나기 때문에 자금을 빼는 속도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주식시장에서 발을 빼는 분위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경기 침체와 환율 흐름을 반전시켜 외국인 투자자를 끌어들일 수단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오 연구원도 “글로벌 통화 변동성의 완화와 원화의 고점 통과를 확인하기까진 시간이 필요하다”며 “외국인 복귀 시점에 대해서는 좀더 시간적 여유를 둘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조민영 기자 mine8989@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