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신 마비 환자에 새희망… 코 세포 이식수술로 다시 걸었다

권익도 기자
입력일 2014-10-21 17:18 수정일 2014-10-22 10:33 발행일 2014-10-22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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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의료진 세계 최초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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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반신 마비 환자 다렉 피디카(출처: 가디언 홈페이지 캡처이미지)

영국 연구팀이 세계최초로 하반신 마비 환자의 후각 신경 세포를 척추에 이식해 마비 치료에 성공했다.

더 타임스, 가디언 등 영국 언론은 21일(현지시간) 폴란드 브로츠와프의과대의 파웰 타바코우 박사가 이끈 의료진이 최근 하반신 마비 환자 다렉 피디카(38)의 코에서 후각 신경 세포를 추출해 척추의 손상된 세포 조직에 이식한 결과 피디카의 하반신 마비가 점차적으로 해결됐다고 보도했다. 해당 수술 결과는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 ‘셀 트랜스플랜테이션(Cell Transplantation)’ 최근호에 게재됐다.

보도에 따르면 다렉 피디카는 불가리아인으로 4년 전 척추 부위에 나이프 피습을 당해 하반신 마비 환자로 지내고 있었다. 폴란드 의료진은 그의 척추 수술을 위해 ‘후각 초성화 세포(OECs)’를 이용했다. OECs란 코 속에 있는 신경세포로 다른 신경조직의 세포 성장을 유도할 수 있는 작용을 한다. 파웰 타바코우 박사는 “우리가 숨을 쉴 때마다 공기 중에 있는 다양한 분자들이 코 속의 신경 세포들과 접촉을 한다”며 “이때 주의할 점은 후각 신경 세포들이 지속적으로 소멸과 생성 과정을 반복한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또 그는 “코 속의 재생성 세포들을 연구하던 중 OECs가 다른 신경 조직에서 섬유질을 자라나게 할 수 있는 기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수술 배경을 설명했다.

수술을 진행한 폴란드 의료진은 총 두 차례에 걸쳐 수술을 진행했다. 의사들은 첫 번째 수술에서 피디카의 후각 신경구의 신경 세포를 떼어내 자체적으로 계간세포(분리돼 있는 신경을 연결하는 세포)인 OECs로 성장하도록 했다.

2주 후 두 번째 수술에서 의료진은 OECs를 피디카의 절단된 척수부분에 옮겨 심었다. OECs는 척수 내에 절단돼 있던 신경 섬유질의 끝 부분을 자라나게 했고 피디카의 하반신 신경과 뇌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도록 했다.

영국 BBC는 이날 피디카를 직접 취재해 그의 최근 달라진 삶에 대해 보도했다. 신문은 하반신 마비로 고생하던 피디카가 수술 이후 지지대를 이용해 걸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렉 피디카는 “신체 절반에 느낌이 없을 때의 기분은 속수무책이었다”며 “수술 후 마치 다시 태어난 것 같은 놀라운 느낌으로 살고 있다”고 말했다.

수술에 참여하진 않았지만 이번 연구의 핵심 주축이었던 런던대의 제프리 라이즈만 교수는 “피디카의 엉덩이 주변과 왼쪽 다리 근육 회복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앞으로 피디카가 춤까진 아니더라도 운전을 하거나 가까운 거리의 산책 정도는 거뜬하게 해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문은 런던대 연구팀과 폴란드 수술팀이 ‘니콜스척추질환재단(NSIF)’과 ‘영국줄기세포재단(USCF)’의 후원을 받아 이번 연구와 실험을 진행할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또 연구팀과 의료진은 앞으로 폴란드와 영국에서 하반신 마비로 고생하는 10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추가적인 수술을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라이즈만 교수는 “이번 연구가 수술로 성공하면서 현재 만성척추질환으로 하반신 마비를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역사적인 변화를 가져다 줄 것”이라며 “피디카의 치료가 마치 인간이 달에 착륙해 걷기 시작했던 것 이상으로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권익도 기자 bridgeut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