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의 전설들이 돌아왔다! 대형 로커들 음악 인생 2막

조은별 기자
입력일 2014-10-15 15:19 수정일 2014-10-15 17:03 발행일 2014-10-16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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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전인권은 11일 서울 블루스퀘어 삼성홀에서 열린 ‘2막 1장’ 콘서트에서 노래하고 있다. 지나온 세월 만큼 깊어진 감성이 팬들의 가슴을 울렸다. (사진제공=들국화 컴퍼니)

허리께까지 내려온 백발의 긴 머리, 이제는 트레이드마크가 된 선글라스와 낡은 청바지 차림은 여전했다. 무엇보다 심장을 할퀴는 듯한 절규는 청춘의 아픔을 노래했던 전성기를 연상케 했다. 그러나 그 음색은 카리스마와 저항으로 상징됐던 과거와 달리 따뜻함을 품었다. 마치 서릿발 속에서 비로소 향기를 퍼뜨리는 들국화처럼 환갑의 전인권은 거친 포효보다 감성으로 팬들 곁을 찾았다.

한국음악사의 ‘돌아온 탕아’, 그룹 들국화의 보컬 전인권(60)이 음악 인생2막을 시작했다. 그는 후배 뮤지션들과 전인권 밴드를 결성, 지난 11일과 12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콘서트 ‘2막1장’을 개최하고 본격적인 홀로서기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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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가수 신해철이 지난달 20일 연세대학교 대강당 무대에서 지나온 세월을 무색케하는 열정으로 ROCK을 외치고 있다. 사진제공=KCA엔터테인먼트)&nbsp;

전인권뿐만 아니다. 2014년은 유난히 로커들의 복귀가 많았다. 90년대 그룹 넥스트로 록의 대중화를 이끌었던 가수 신해철(46)은 지난 9월 20일 서울 연세대학교 대강당에서 개최된 콘서트 ‘리부트 유어셀프 투어(REBOOT YOURSELF TOUR)’로 컴백 신호탄을 쐈다. 신해철이 음악 활동을 펼치는 것은 6년 만이다. 그는 올 하반기 투어콘서트 및 넥스트 신보를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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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대통령 서태지가 새 앨범인 정규 9집 ‘콰이어트 나이트(Quiet Night)’를 들고 오랜만에 팬들 곁으로 돌아왔다. (사진제공=서태지컴퍼니)

 90년대 ‘문화대통령’으로 군림했던 가수 서태지도 5년 만에 정규 9집 앨범 ‘콰이어트 나이트’(Quiet Night)를 발표하고 오는 18일 서울 송파구 잠실주경기장에서 컴백공연을 개최한다. ‘난 알아요’, ‘하여가’ 등 댄스음악으로 90년대 10대들에게 큰 인기를 모았지만 서태지는 헤비메탈 록그룹 시나위 출신이다. 그는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 3집 ‘발해를 꿈꾸며’를 시작으로 4집 ‘필승’, ‘슬픈 아픔’ 등을 통해 록사운드를 녹여내기 시작했다.

2000년대 아이돌 음악이 K-POP이라는 이름으로 인기를 얻기 전까지 로큰롤 뮤직은 한국 대중음악을 지탱하는 화수분이자 90년대 대중문화 황금기를 이끌게 한 원동력이었다. 지금은 발라드 가수로 활동 중인 가수 이선희(49), 이승환(48), 이승철(48) 등도 고교 시절 록의 매력에 빠져 음악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

한국 로큰롤 뮤직의 계보는 미 8군에서 시작했다. 한국전쟁 이후 주둔한 미군들의 여가를 담당하기 위해 알음알음 개최된 공연은 어느덧 뮤지션을 꿈꾸는 음악인을 위한 새로운 장으로 자리잡게 됐다. 한국 록의 대부 신중현은 미 8군이 낳은 대표적인 록커다. 국민가수 조용필 역시 미8군 무대에서 록밴드로 활동을 시작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한국록은 70년대 초 장발 단속, 대마초 파문 등으로 암울한 시기를 겪기도 했지만 1976년, 서울대생들로 구성된 샌드페블즈의 등장과 함께 산울림, 사랑과 평화, 송골매로 이어졌다. 들국화와 다섯손가락이 동시에 데뷔한 1985년은 한국 록이 만개한 시기였다. 이후 헤비메탈의 등장과 함께 한국록은 춘추전국 시대로 접어들었다. 신중현의 맏아들 신대철이 주축이 된 시나위는 임재범, 김종서, 서태지 등 걸출한 보컬을 배출했다. 유현상과 김도균이 만든 백두산, 김태원과 이승철의 부활, 김현식의 백밴드였던 사랑과 평화 등은 모두 이 시기에 태동된 록그룹이다.

청년문화의 상징인 록은 가수들이 나이 들어감에 따라 40대 이상이 즐기는 고품격 음악으로 분류됐다. 이에 대해 강태규 대중음악평론가는 “보는 음악 위주의 소비패턴에서는 록이 설 자리가 없었지만 최근 대형가수들이 잇따라 컴백하면서 장르가 다양화되는 계기가 됐다”라며 “이는 그만큼 록을 소화해낼 수 있는 가수층이 얇다는 방증이다. 홍대 인디신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록밴드들이 시대적 공감코드를 가진 음악을 해야 대중의 마음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