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채색하는 '영혼의 울림'…자바 색소폰 클럽

김동민 기자
입력일 2014-10-14 08:00 수정일 2014-10-14 16:31 발행일 2014-10-15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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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소폰은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악기
"중년의 허전한 내면을 채워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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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바 색소폰 클럽 회장 이근성 씨가 세월의 깊이만큼 풍부한 감성으로 색소폰을 연주하고 있다.(사진=윤여홍 기자)

“어느 날 길을 걷는데 가슴의 소리가 들리더라. 묵직하면서도 분위기 있는 음색. 가서 보니 그게 색소폰이더라.”

가슴의 소리를 기억하며 이병민(48) 씨가 12일 찾은 곳은 경기도 일산에 있는 자바색소폰 클럽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색소폰의 묵직한 소리가 반긴다.

40~50대. 중년신사 서너 분이 사람 좋은 웃음으로 신입회원을 맞이한다.

“폐활량이 커야 한다거나 소리 내는 게 어렵다고들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요령만 알면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악기가 바로 색소폰이에요.”

이근성 회장(57)의 안내에 따라 잠시 머뭇거리던 신입회원이 색소폰을 받아 든다.

“윗쪽 앞니를 마우스피스 위에 대고, 아랫입술로 부드럽게 리드부분을 감싸고 불어보세요.”

잠깐의 정적이 흐르고. ‘삐~’하고 바람 빠지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이내 색소폰 특유의 소리가 울려 퍼진다. ‘못하면 어쩌나’ 긴장하던 신입회원 얼굴에 색소폰 소리를 따라 환한 미소가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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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일산신도시에서 활동중인 자바색소폰클럽 회원이 주말 저녁 일산 호수공원 수변무대에서 정기 공연을 펼치고 있다.(사진=윤여홍 기자)

취미로 즐기는 다양한 악기가 있지만 그중에서 색소폰은 중·장년층에게 큰 인기다. 푸근하고 허스키한 서브톤부터 찢어지듯 절규하는 칼톤까지 다양한 음색과 주법으로 허전한 중년의 내면을 표현할 수 있는 점이 색소폰의 매력이다. 중년의 나이에 만난 색소폰은 즐거울 때나 쓸쓸할 때나 군말 없이 대화를 나눠주는 친구같은 존재인 것이다.

중·장년층에서 시작된 색소폰 열풍은 지금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그 폭을 넓혀가고 있다. 자바 색소폰 클럽 회원 30여 명 중 대부분이 40~60대다.

고등학교 때 잠시 밴드부 활동을 한 적이 있는 김현철(49)씨는 “그때는 몰랐지만 나이가 들어가며 가슴속에서 한동안 잊고 지냈던 색소폰 소리가 울려오더라”며 “부드럽게 속삭이듯, 때로는 강렬하게. 색소폰 소리에 취해 연주를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악기와 대화를 나누는 일체감을 느낀다”며 색소폰을 향한 남다른 애정을 자랑 한다.

다른 취미와 달리 악기로서 색소폰의 매력은 연주자와 관중이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자바 색소폰 클럽은 고양시가 주최하는 시민 문화 생활을 위한 다양한 음악 연주회에 빠지지 않고 초청되는 실력파 그룹이다.

이 회장은 “색소폰 연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며 공연 중 일부러 찾아와 손잡아주며 애창곡 연주를 부탁하는 시민들과 공감을 나누는 게 가장 큰 즐거움이라고 말한다.

색소폰클럽이라고 해서 남자 회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주부 박현희(48) 씨는 색소폰을 불며 삶의 재미를 얻었다. 그는 “여자가 하기에 어려운 악기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쉽게 배울 수 있어서 놀랐다”며 “연습실에서 색소폰 한 곡을 불고 나면 온갖 스트레스가 한방에 날아가는 기분”이라고 웃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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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일산신도시에서 활동중인 자바색소폰클럽 회원들이 주말 저녁 일산 호수공원 수변무대에서 정기 공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윤여홍 기자)

나이가 들수록 무언가를 함께하는 친구의 존재가 중요하다. “즐거운 인생”이라는 그들의 모토처럼 이날 연습실에 모인 회원들에게선 지나온 세월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앞으로 살아갈 즐거운 내일이 보였다.

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