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한 다저스, 볼거리 놓친 국내 야구 팬

더팩트 기자
입력일 2014-10-11 11:54 수정일 2014-10-11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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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국내 다저스 팬들에게 많은 미움을 받은 브라이언 윌슨./ MLB 홈페이지 영상 캡처
올해도 다저스는 월드시리즈에 오르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챔피언십시리즈에서, 올해는 디비전시리즈에서 이태 연속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발목을 잡혔다. 단계만 달랐을 뿐 시리즈 진행 과정은 지난해와 매우 비슷했다. 타선은 쥐 죽은 듯이 조용했고 기둥 투수 클레이튼 커쇼는 팬들의 발등을 찍었다.
다저스는 지난 8일(한국 시각) 미주리주 부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4차전에서 2-3으로 역전패해 시리즈 전적 1승3패로 챔피언십시리즈 진출권을 얻지 못했다.
시리즈와는 별개로 올 시즌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팬들은 물론이고 국내 팬들의 화를 돋운 선수는 털복숭이 브라이언 윌슨이 아니었을까. 1천만 달러에 이르는 고액 연봉 선수를 벤치에 앉혀 둘 수는 없는 노릇이니 돈 매팅리 감독의 심사야 말로 어떠했을까. 다저스는 올해 메이저리그 최고액 연봉(2억3천500만 달러) 구단이었지만 윌슨 등에게 헛돈만 쓰고 시즌을 마무리했다.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우승 꿈은 포스트시즌 1차 관문에서 허무하게 물거품이 됐다.
그렇다면 다저스는 언제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했을까. 이 질문에 곧바로 대답하는 기자 후배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럴 만하다.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를 4승1패로 꺾고 6번째이자 마지막으로 우승한 해가 1988년이니. 그해에는 서울에서 제 24회 여름철 올림픽이 열렸기에 열혈 메이저리그 팬이 아니면 월드시리즈에 대한 관심이 그저 그랬을 것이다.
그리고 10월 16일부터 21일까지 열린 그해 월드시리즈는 해태 타이거즈와 빙그레 이글스가 맞붙은 한국시리즈(10월 19일~26일) 일정과 일부 겹쳤다. 김성한 선동열 등이 앞장서서 ‘해태 왕조’를 이루는 시기였고 창단 4년째, 리그 참가 3년째인 신생 빙그레가 맞붙었으니 월드시리즈는 국내 야구 팬들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주한미군 방송인 AFKN으로 메이저리그 중계방송을 보던 시절이기도 했다.
1903년 아메리칸리그 보스턴 아메리칸즈가 내셔널리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를 5승3패로 누르고 월드시리즈 첫 챔피언이 된 이후 여러 구단이 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뉴욕 양키스 27차례, 세인트 루이스 카디널스 11차례,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9차례, 보스턴 레드삭스 8차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7차례 그리고 로스앤젤레스 다저스가 6차례, 신시내티 레즈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각각 5차례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이들 구단 외에 다트로이트 타이거즈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마네소타 트윈스, 볼티모어 오리올스, 시카고 화이트삭스, 시카고 컵스, 필라델피아 필리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뉴욕 메츠 등이 두 차례 이상 월드시리즈 우승 경험을 갖고 있다.
다저스는 뉴욕에 있을 때인 1955년 뉴욕 양키스를 4승3패로 누르고 월드시리즈에서 처음으로 우승했다. 이때 이름은 브루클린 다저스였다. 그때 라이벌인 뉴욕 자이언츠는 이미 다섯 차례나 정상에 오른 경험이 있었다.
1958년 연고지를 서부로 옮긴 다저스는 이듬해인 1959년 시카고 화이트삭스를 4승3패로 따돌리고 우승했고 이후 1963년, 1965년에 잇따라 메이저리그를 제패했다. 이후 오랜 기간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던 다저스는 1981년 뉴욕 양키스를 4승2패로 누르고 메이저리그 정상에 다시 섰다.
이듬해인 1982년 토미 라소다 감독은 월드시리즈 우승 구단 사령탑 자격으로 이제 막 출범한 한국 프로 야구 세미나 초청 강사로 방한했다. 그때 글쓴이가 받은 라소다 감독의 명함에는 다저스가 1981년 월드시리즈 우승 구단이라는 글귀가 담겨 있었다. 라소다 감독은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6개 구단 선수들을 상대로 열강을 했다. 이탈리아계답게 수다쟁이 같기는 했지만. 그때 함께 한국에 온 피터 오말리 구단주는 뒷날 박찬호를 스카우트하는 등 한국 야구와 인연을 이어 간다.
1981년 시즌 멕시코 출신의 페르난도 발렌수엘라는 13승7패, 박찬호의 마이너 리그 시절 스승인 버트 후튼은 11승 6패로 다저스 마운드를 이끌었고 마이크 소사(포수) 더스티 베이커(외야수) 스티브 가비 빌 러셀(이상 내야수) 등이 팀의 주축을 이뤘다. 이때 멤버들이 오렐 허샤이저(23승8패) 스티브 삭스(내야수) 커크 깁슨(외야수) 등이 활약한 1988년 우승 멤버들보다 더 국내 팬들의 귀에 익숙할 것 같다. 
다저스는 1988년 우승 이후 올해까지 26년째 우승과 거리가 멀고 이 기간 아예 월드시리즈에 나서지도 못하고 있다. 그 사이 뉴욕 시절 이래 앙숙인 자이언츠는 2010년 2012년 두 차례 우승했고 올 시즌에도 페넌트레이스에서는 내셔널리그 서부 지구 1위를 다저스에 내줬지만 워싱턴 내셔널스를 3승1패로 누르고 챔피언십시리즈에 올랐다.
단기전은 장기 레이스와는 분명히 경기 양상이 다르지만 ‘야구는 돈이나 이름값으로만 하는 게 아니다’라는 사실을 다저스의 사례에서 다시금 실감한다.(더팩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