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화 국가 영국의 선택… 73세 퇴직

권익도 기자
입력일 2014-10-07 19:46 수정일 2014-10-07 19:47 발행일 2014-10-0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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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연령 1년마다 6개월씩 연장
영국 정부가 근로자들의 평균 은퇴연령을 매년 6개월씩 늘릴 수 있도록 장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시니어들에게 지급하는 연금이나 건강 보험 관련 비용 등이 늘어나면서 부족해진 세수가 정책 추진의 배경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7일(현지시간) 영국 고용노동부의 스티브 웹 장관이 최근 발표한 보도 자료를 인용해 정부가 매년 6개월씩 평균 은퇴 나이를 증가시키는 방안을 마련해 시니어들이 앞으로 훨씬 더 오래 일할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현재 영국 남성과 여성의 은퇴 평균 나이는 각각 64.7세, 여성은 63.1세로 앞으로 영국에선 70세 퇴직이 새로운 사회 규범으로 자리 잡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도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현재 65세 이상 인구수의 증가로 연금이나 건강 보험 관련 비용 등이 늘어나 영국 경제 상황이 악화될 것을 염두에 두고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영국 고용노동부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향후 20년 동안 영국에서 65세 이상 인구의 수는 현재 대비 51% 증가할 전망이다. 85세 이상 인구수도 2030년까지 두 배 이상 될 것으로 나타났다. 웹 장관은 “복지시설, 정부연금, 영국의료보험(NHS) 등의 비용이 크게 증가하는 추세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영국 정부는 연금부담을 줄이는 긴축 차원에서 연금개시연령도 점차 늘려갈 계획이다.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부 장관은 최근 “기대 수명의 증가가 자연적으로 영국의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나이(연금개시연령)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며 “50년 내로 70세까지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영국 남성과 여성의 연금개시연령은 각각 65세, 60세다.

영국 예산책임청(OBR)은 연금개시연령 증가 등과 같은 정부의 정년 관련 연합 정책들이 현재 국가소득의 75%만큼인 영국의 부채를 줄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해당 정책이 없다면 영국인들의 빚은 향후 50년 내로 약 1조 파운드(1700조 원)가 될 것이다. 현재 영국은 노동 인구의 감소와 함께 연금 수급자들의 증가로 총체적 난국에 빠져있는 상태다.

유산 상속이란 개념이 사라지고 있는 분위기도 평균은퇴연령 증가 정책을 촉진시킨 계기가 됐다. 신문은 국민연금 전문가 로스 알트만 박사를 직접 취재해 현재 연금 수급자들은 의료 보험료나 다른 복지 경비를 목적으로 후손에게 물려줄 만한 유산이 점차 없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트만 박사는 “자신들이 모아놓은 저축을 다음 세대에게 전달하는 것이 국가 전체적인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다르다”며 “현재 영국 중년들은 미래 은퇴 생활을 풍족하게 살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스티브 웹 고용노동부 장관은 “물론 영국은 2011년 65세 정년 제도를 폐지했지만 현재 시니어 노동시장과 은퇴연령이 미래 기대 수명과는 보조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며 “이룰 수 없는 목표 같지만 시니어들이 더 오래 일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익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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