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 환자 치료하다…' 스페인 간호사 유럽내 첫 감염

김효진 기자
입력일 2014-10-07 18:40 수정일 2014-10-07 18:46 발행일 2014-10-08 25면
인쇄아이콘
의료진 발병 우려 커져 병원 근무자 등 대상 추가 감염여부 조사
34
유럽에서 처음으로 에볼라 감염 확진 판정을 받은 스페인 간호사가 7일 구급차에 실려 마드리드의 한 병원으로 후송되고 있다.(AFP=연합)

에볼라 바이러스가 유럽에 상륙했다. 스페인 간호사가 유럽 내 첫 에볼라 감염자로 6일(현지시간) 밝혀지면서 중세 유럽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흑사병의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 및 주요 언론매체들은 6일 에볼라 감염 환자를 치료하던 여성 스페인 간호사가 에볼라 바이러스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여 격리병동에 입원했다고 보도했다. 유럽인들이 아프리카에서 에볼라에 감염돼 치료를 받은 사례는 있지만 유럽 내에서 감염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는 이번이 처음이다.

보도에 따르면 입원 치료 중인 이 간호사는 지난 8월 각각 라이베리아와 시에라리온에서 선교활동을 하다 에볼라에 감염된 미겔 파하레스 신부와 가르시아 비에호 선교사의 치료를 도왔다. 이들은 라이베리아에서 스페인 마드리드로 이송된 뒤 닷새 만에 사망했다.

간호사는 마드리드 라 파즈 카를로스 3세 병원 소속으로 에볼라 치료팀에서 근무했다. 지난달 30일부터 고열 증상을 보였다. 그는 두 번의 혈액 검사를 받았으며 모두 에볼라 확정 진단을 받았다. 현재는 마드리드 교외 알코콘 병원 격리병동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아나 마토 스페인 보건부 장관은 “환자의 안전을 위해 모든 조치를 다 취할 것이며 최고의 의료팀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간호사가 감염된 이후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을 모두 추적해 에볼라 확산을 막겠다”며 보건당국이 병원 내 다른 근무자들의 감염 여부를 추가 조사하겠다고 덧붙였다.

스페인 보건당국은 현재 간호사가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구체적 원인을 찾고 있다. 의료팀이 에볼라 감염 환자들을 치료할 때 명시된 지침을 준수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또 어떤 특정한 경로로부터 바이러스가 전파된 것인지 확인하고 있다.

신문에 따르면 간호사는 감염된 선교사를 치료하기 위해 격리된 병실에 한번 들어간 적이 있다. 또 환자의 개인 소지품을 정리한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대개 감염된 사람과 친밀한 접촉을 통해 전파된다. 공기, 물, 음식을 통해 감염되지 않고 감염자의 체액이나 분비물, 혈액 등과 직접 접촉할 경우 감염된다. 간접적으로는 에볼라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이 개인감염방지를 위한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을 경우 발생하기도 한다.

과거 40년간 에볼라는 아프리카에서 간헐적으로 발생했지만 사망자는 1500여명에 그쳤다. 그러나 현재까지 에볼라 사망자는 3400명이 넘는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앞으로 감염자가 140만명에 이를 수 있다고도 경고한 상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금까지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에 감염된 환자들을 돌본 의료진 382명이 감염됐다. 이 중 216명이 사망했다. 국경없는의사회(MSF) 조앤 리우 국제회장은 “WHO가 회원국의 보건 비상사태에 적절한 지원을 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지난 3월 에볼라 발병 초기 기니에서 활동한 이탈리아 간호사 마리아노 루글리는 “도대체 WHO는 어디에 있느냐”며 비난하기도 했다.

마거릿 챈 WHO 사무총장은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가 확산된 것은 1990년대 내전 후유증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이 지역 국가들의 보건시스템이 낙후됐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에볼라 치료 의료진의 감염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특별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덧붙였다.

김효진 기자 bridgejin10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