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할지 균형 잡으면 '은퇴'라는 허들 훌쩍

노은희 기자
입력일 2014-10-07 14:01 수정일 2014-10-07 18:12 발행일 2014-09-12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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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철 고려대 평생교육원 원장의 인생 2막

태어나서 생의 마무리까지 높고 낮은 인생 허들을 넘는다. 하지만 다가오는 100세 시대에는 넘어야 할 허들도 많다. 수명연장이 가져오는 시회현상이다. 따라서 인생 후반을 계획하는 일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쏟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은퇴 후에도 새로운 변화가 가능할까. 고려대 평생교육원 액티브시니어 전문가과정 김경철 (59) 원장은 가능하다고 한다.◇남은 인생 나침반은 좋아하고 잘 하고 의미있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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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평생교육원 액티브시니어 전문가과정 김경철 원장

31년간 동부건설에서 근무, 주택본부장까지 역임하며 아쉬울 것이 없었던 김 원장. 그도 ‘언젠가는 은퇴하겠지’란 생각은 있었지만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은퇴는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그는 2011년 12월 22일 은퇴했다. 

2달간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여행을 다녀왔다. 신세한탄만 하고 있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2012년 3월부터 삶의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기 저기서 오라는 곳도 있었지만 길어봤자 1~2년 정도 있으면 나올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컴퓨터, 은퇴설계, 경영컨설팅교육, 인문학 등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해 연말까지 오프라인 교육에만 무려 1064시간을 투자 했다.

김 원장은 그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잘하는, 또 의미가 있고 오래 할 수 있는 것을 중심으로 방향 설정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배움에 투자하니 새로운 길 보이더라

그는 많은 교육을 받다 보니 경영컨설턴트나 강사가 답이란 느낌이 왔다고 한다. “우연한 기회에 사회연대 은행 강의를 맡으며 많은 은퇴자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힘을 실어주었다. 1년 6개월 동안 변화관리 과정을 알린 “The best is yet to come” (아직 내 생애 최고의 순간은 오지 않았다.) 란 주제의 강연은 그야말로 폭발적인 반응이었다.”

그는 스스로 공부하고 강의도 해 보니 은퇴 쪽에 제대로 된 전문가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전문가가 되어보자. 그리고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어보자.” 김 원장은 2014년 1월 인생 후반기 새 삶의 출발 테이프를 끊었다. KDB 나눔재단이 운영하는 ‘KDB시니어브리지아카데미’에서 사회공헌 은퇴교육을 수료한 사람들과 뜻을 모아 ‘액티브시니어연구원’을 설립했다.

◇액티브 시니어의 경험담 자체가 진짜 필요한 강의

김 원장이 많은 교육을 받고 낸 결론은 은퇴자 교육과정은 많지만 은퇴자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강의는 많지 않다는 것이었다.

“은퇴 이후의 삶은 준비시간이 필요한데 연륜이 있는 사람들에게 주입식 교육은 아무 의미가 없다. 동기부여를 위한 사례강의가 필요하다.” 김 원장은 이 같은 생각을 담아 고려대에 제안했다. 고려대 평생교육원 ‘액티브 시니어 전문가’ 과정이 탄생한 계기다. 이 과정은 퇴직 후 직접 발로 뛰어 만났던 액티브 시니어들의 생생한 경험담 위주로 진행한다.

P R A V O 정신 (Pride 자존감 중시, Relation 소통. 관계 중시, Active 적극적 활동, Valuable 가치 있는 삶 지향, Occupied 평생 현역)을 바탕으로 지난 인생을 회고하고 은퇴설계, 현장 탐방, 내 꿈을 찾는 직업, 인문학 등 현실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과목들로 이루어져있다.

 “수료한 1기 원생들은 새로운 활동을 시작했거나 할 수 있는 영역을 만드는 일에 무척 바쁘다. 9월 2기 강의가 시작됐는데 계속적으로 진행된다면 아마 원생들의 사례들로 수업이 진행되지 않을까 싶다.3기는 내년 3월에 개강되며 시니어들의 요구를 반영해 단기, 야간과정도 개설할 예정이다.” 

재능기부의 의미로 많은 시니어들의 날개를 달아주는 일에 힘쓰고 싶다는 김 원장은 “버킷리스트 영화대사 중에 ‘당신의 인생이 상대방에게 얼마나 기쁨을 줬느냐‘ 란 대사가 있다”며 앞으로는 베푸는 삶을 살겠다고 말했다.

노은희 기자 selly215@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