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현역이다] ① 2030, 첫 직장이 평생을 좌우한다

차종혁 기자
입력일 2014-07-31 11:37 수정일 2014-08-26 18:20 발행일 2014-07-31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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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준비하는 취업준비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20~30대에 첫 직장을 잘 들어가야 40~50대 중년기와 60~70대 은퇴 이후에 편안하고 풍족한 삶을 살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정부는 직업 선택의 기회와 학력, 성, 업종별 차이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지만 첫 직장이 평생 연봉을 결정하는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 2030세대에 열려 있는 회사의 문은 많은데 유독 금융권, 공기업, 대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열광한다. 그들이 선택한 첫 직장이 이후 중년과 노년 시절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첫직장평생간다
각 대학과 기업들은 우수 기업 취직을 준비하는 학생과 우수 인재를 원하는 기업을 연결하는 ‘캠퍼스 리쿠르팅’을 매년 실시하고 있다. 지난 2013년 상반기 신입사원 공개채용 기간을 맞아 건국대 서울캠퍼스에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주요 대기업이 참가하는 기업별 채용설명회와 채용상담 등 ‘캠퍼스 리쿠르팅’이 진행됐다. / 사진제공: 건국대학교

#1. 서울 소재 명문대학 경영학과를 졸업한 박 모 씨(38)는 대학 졸업 후 증권사에 근무한 경력을 갖고 있다. 10년간 근무했으나 지난 5월 명예퇴직 후 더 좋은 조건의 자리를 구하기 위한 휴식기를 보내고 있다.

명예퇴직을 결정한 것은 같은 직종에 더 나은 조건에 재취업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다. 연봉이 1억 원 수준에 달했던 박씨는 나이 마흔이 되기도 전에 1억 원이 넘는 퇴직금을 받았다. 명문대학의 출신들이 금융권에 몰리는 이유다.

#2. 서울의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전 모 씨(32)는 중소기업 근무 경력 5년차의 사무직 근로자다. 첫 직장에서 연봉 2600만원으로 시작해 이직 후 3500만원을 받고 있다. 현재 연봉에 만족하고 있지만 직장 상사를 볼 때 수년 뒤 연봉이나 근로조건이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여 고민이 많다.

결국 지난 2013년부터 대학원 MBA 과정을 밟고 있다. 당장은 일과 학업을 병행해야 해 하루하루가 고단하지만 졸업 후 대기업 내지는 증권·금융사에 취업해 연봉 5000만원을 넘게 받겠다는 각오다. MBA 입학 전에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컸지만 지금은 40~50대에 억대 연봉을 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가득 차 있다.

◇ 취업 준비기간 길어진 사회 초년생들, “첫 단추 잘 꿰어야” 의식 강해

취업정보 인기 블로그인 다음의 ‘닥치고 취업’에는 매일같이 퇴사 후 재취업을 시도하다 시간만 낭비했다는 넋두리가 쏟아진다.

섣불리 취업을 했다가 퇴사 후 다시 재취업을 위한 준비기간을 갖는 사례를 보면서 취업 준비생들은 더욱 신중하게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주요 공기업의 경우에는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갈 정도로 경쟁률이 더 치열하다. 공기업들이 정부 시책에 따라 지방으로 이전하고 있지만 올해에도 경쟁률은 100대 1이 넘었다. 서울에 소재한 주요 공기업의 경우에는 400대1, 500대1에 달했다. 2013년 전 업종의 평균 이직률은 15.8% 수준일 때 공기업의 이직률은 1% 이하로 조사됐다.

사회 진출 첫 발을 정규직, 공기업, 대기업에서 내딛기 위해 준비하는 기간이 길어진 이유다. 최근에는 대학 졸업 시기를 늦춰가면서 1년간의 어학연수와 별도의 취업준비 기간을 갖는다. 이도 여의치 않으면 졸업 후에도 1~2년의 취업 준비 기간을 갖고 있다.

공기업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H씨는 “내가 취업할 때만 해도 대학별로 일정 인원을 정해서 채용하다 보니 전국 각지의 대학에서 다 모였는데 요즘 새로 들어온 신입을 보면 서울대 등 명문대 출신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기업의 어느 본부장이 신입 직원을 S대 경제학과 수석이라고 소개하면 자리에 함께한 다른 본부장은 신입 직원을 S대 경영학과 수석이라고 소개할 정도다”며 이는 첫 단추를 잘 꿰려는 사회 초년생들의 의식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대졸신입 및 10년차 평균 연봉
취업정보포털 ‘페이오픈’의 제조업종별 연봉 추이를 보면 금융·보험·증권 업종의 대졸 신입과 10년차의 평균 연봉이 가장 높게 집계됐다. 반면 출판·인쇄·편집, 섬유·의류·패션은 신입 및 10년차 연봉이 제일 낮은 업종으로 나타났다.

◇ 첫 직장 연봉, 5060 중장년기 연봉 결정‥신중할 수밖에

사회 초년생들이 눈높이를 낮추지 못한 채 모두가 선망하는 일부 직장에 집착하는 이유는 20~30대에 첫 발을 어떻게 내딛느냐에 따라 직장 경력 10~15년 후의 연봉이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첫 직장을 어떤 곳에서 어느 정도의 연봉으로 시작했느냐는 은퇴 후 생활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대졸 정규직의 경우 어떤 업종을 선택했느냐에 따라 연봉 차이가 크다. 취업정보포털을 운영하는 ‘페이오픈’을 보면 평균연봉 1위 업종인 금융·보험·증권 업종의 신입사원 평균연봉은 3117만원, 10년차 평균연봉은 5121만원이다. 반면 신문·서적·출판·인쇄·편집의 신입은 2414만원, 10년차는 3515만원이다. 섬유·의류·패션의 평균연봉도 신입은 2092만원, 10년차는 3816만원이다.

정보통신, 컴퓨터, 인터넷 업종, 법률, 회계, 조사, 광고홍보, 연구개발 업종은 경력이 쌓일수록 연봉 상승률이 높아 10~15년 후에 대한 신입사원의 연봉상승 기대치가 높다. 그러나 그 외의 업종은 신입사원 때부터 상대적으로 연봉이 낮고, 경력을 쌓은 후에도 연봉 상승률이 낮아 금융업종, 공기업 등에 비해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

고졸이하 비율이 높은 단순 노무직의 연봉은 대졸과 더 큰 차이를 보인다. 벽지 대리점의 영업사원은 초임 평균연봉이 2000만원 수준이다. 10년 이상 일을 한 영업직 부장의 연봉도 3000만원 정도다.

한국노동연구원 정성미 책임연구원은 “초반에 괜찮은 일자리에 있으면 나중에도 좋은 자리로 갈 수가 있다. 그러나 사회에 발을 내딛을 처음부터 괜찮은 일자리가 아닌 곳에서 시작한 사람들은 나중에 좋은 자리로 가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차종혁 기자 cha@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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