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보증기금마저 ”…‘성과연봉제’ 시중은행으로 퍼지나

장애리 기자
입력일 2016-05-25 15:51 수정일 2016-05-25 18:59 발행일 2016-05-25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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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공기업 9곳 中 7개사 성과연봉제 도입 현실화
일부 시중은행, 태스크포스(TF)를 구성...노조와 도입방안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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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사에서 전국금융산업노조원들이 성과연봉제 도입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연합)

금융공기업 9곳 가운데 7곳의 성과연봉제 도입이 현실화되면서 시중은행에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올해 초 금융 당국이 금융개혁의 핵심으로 ‘성과주의 문화 확산’을 꼽은 데다 금융권 전반으로의 확산을 최종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은행권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신용보증기금은 25일 이사회를 열고 성과연봉제 확대 실시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당국이 성과연봉제 도입을 주문한 9개 금융공공기관 중 7개 곳이 성과연봉제를 채택하게 됐다.

은행권은 적잖이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노조와 임직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당국과 사측의 밀어붙이기로 급여체계가 바뀌고 호봉제 폐지가 순식간에 결정되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국은 성과중심 문화 확산을 계속해서 강력하게 밀어붙일 계획이다. 금융공공기관 등 금융권 전반에 무사안일, 보신주의가 팽배해 이를 타파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올해 초 금융 공공기관의 성과주의 문화 선도를 강조하며 “금융 공공기관의 모범사례를 통해 은행 등 민간 금융권으로의 확산 계기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노조측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금융공기업의 불법적인 취업규칙 변경, 직원에 대한 동의서 강압 등 불법행위에 대한 법적 조치는 물론, 오는 9월 총파업까지 결의한 상황.

금융노조 관계자는 “당국과 사측의 강행으로 공기업 성과주의 도입이 가시화되는 상황을 보며 시중은행들도 압박을 느끼고 있다”며 “산별교섭 등을 통해 노사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최대한 지양하겠지만, 불법적인 도입 강압이 계속될 경우 9월 총파업까지 불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시중은행들은 일반 직원들에게는 기본급에 성과급을 반영한 호봉제를, 관리자급 이상 직원에는 성과연봉제를 적용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경우 3년 단위 호봉제가 적용된다. 성과급 역시 전문직군을 제외하고는 지점평가를 통해 이뤄진다. 신한은행은 일반 직원에게는 기본급에 일부 성과급이 반영되는 호봉제를, 부지점장급 이상에 대해 성과연봉제를 적용한다. 우리은행은 차장급 이하 직원에 성과급이 반영된 호봉제를 적용하고 부지점장 이상에 대해 연봉제를 실시하고 있다. 하나은행도 호봉제에 성과급이 붙는 임금체계다.

일부 은행에선 성과연봉제 도입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노조와의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일부 은행 노조가 의견 교환 차원에서 TF에 참여하고 있다”며 “금융공기업의 도입 여부가 확실히 매듭지어지지 않아 공개하진 못하고 있지만 시중은행과 구조가 비슷한 기업은행의 성과연봉제 내용을 참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애리 기자 1601chang@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