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꼼짝마'…국과수·인공지능까지 나섰다

장애리 기자
입력일 2016-05-19 16:13 수정일 2016-05-19 18:48 발행일 2016-05-19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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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국과수와 손잡고 사기범 목소리 분석
신고 포상금 최대 1000만원 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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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진(52)씨는 몇 일전 검찰청 수사관으로부터 “금융 사기범들이 정씨 계좌를 대상으로 범죄를 시도한 정황을 포착했다”며 “검찰청 홈페이지에 접속해 주민등록번호, 통장 계좌 비밀번호 등을 입력하고 휴대전화로 수신된 인증번호를 전송하라”는 전화를 받았다. 김씨는 그가 알려준 인터넷 주소를 입력한 뒤 개인 및 금융정보를 입력했다. 사기범은 김씨 명의로 공인인증서를 발급받아 카드론 대출 등 2000만원을 가로챈 뒤 잠적했다. 김씨는 “전문적인 용어를 사용하고 위압적인 말투로 신속하게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바람에 깊게 고민할 겨를이 없었다”며 “당황한 데다 사기범이 알려준 홈페이지도 검찰청 로고, 건물 사진, 전화번호 등이 있어 가짜 홈페이지라고 의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보이스피싱 피해를 줄이기 위해 금융당국이 팔을 걷어 부쳤다.

지금까지는 전화사기범의 목소리와 수법 등을 공개했지만, 앞으로는 사기범의 목소리를 데이터베이스(DB)에 축적·분석해 특정인을 밝혀내는 첨단 수사기법을 활용하게 된다.

19일 금융감독원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과 보이스피싱 근절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지난해부터 국민들이 녹음한 사기범의 전화 목소리 녹음 파일 224개를 ‘그놈 목소리’라는 이름을 붙여 인터넷에 공개해왔다.

그러나 단순히 목소리를 공개하는 데 그쳐 시간이 갈수록 범죄 예방 효과가 떨어지고, 범죄자를 검거하는 데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에 국과수와 손을 잡고 ‘머신러닝’으로 목소리를 분석, 보이스피싱을 여러 차례 한 사기범의 목소리를 공개하기로 한 것.

금감원은 이날 공개한 사기범 9명의 목소리에 ‘바로 이 목소리’라는 명칭을 붙였다.

4차례 목소리가 신고돼 동일인으로 밝혀진 한 여성 사기범은 ‘부산고등검찰청 형사 1부 김나영 수사관’을 사칭하고 “개인정보 유출 때문에 몇 가지만 여쭤보겠다”며 보이스피싱을 시도했다.

‘바로 이 목소리’는 보이스피싱 지킴이 홈페이지(phishing-keeper.fss.or.kr)에서 들어볼 수 있다.

금감원과 국과수는 앞으로 신고되는 사기범의 목소리를 분석해 데이터베이스에 축적하고, 검거에 도움이 되도록 수사참고자료로 제공하기로 했다.

사기범 검거에 결정적 제보를 한 국민에게 1000만원의 포상금을 준다.

진웅섭 금감원장은 “초창기에는 중국 현지 동포가 주로 보이스피싱을 했으나 최근에는 국내 청년들까지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에 빠져 사기단에 합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단순히 사기범의 목소리를 공개하는 것만으로는 보이스피싱 예방이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장애리 기자 1601chang@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