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청약 예치금 기준? 은행원도 헷갈려”

장애리 기자
입력일 2016-05-18 11:11 수정일 2016-05-18 16:13 발행일 2016-05-18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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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 예치금 기준 '신청지'로 잘 못 설명하는 사례 많아
30여년 경력자도 "복잡한 내용, 구조 탓 헷갈려"
피해구제 쉽지않아…스스로 최종 확인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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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중구에 사는 서지훈(34)씨는 최근 아파트 청약 신청에 실패했다. 은행을 너무 믿은 게 화근이었다. 경기도 양주시 한 아파트에 청약을 넣으려던 그는 은행을 방문해 주택청약종합저축에 든 납입금과 횟수 등이 자격에 부합하는 지를 확인받았다. 그러나 청약 마감일 그는 ‘자격 미달’로 접수를 완료할 수 없었다. 필요한 예치금은 600만원인데 은행원이 300만원이라고 잘 못 알려줬던 것. 은행으로부터 사과를 받았지만, 이미 청약신청은 마감된 상태였다. 서씨는 “상담 당시 예치금을 제대로 알려줬더라면 통장에 납입금을 추가로 넣고 청약을 신청했을 것”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 작년 A은행 지점장을 끝으로 정년퇴임한 조정석(58)씨는 아파트 청약을 신청하려는 아들에게 예치금을 잘 못 설명해 얼굴이 화끈거린 경험이 있다. 현재 거주지를 기준으로 산정해야 하는데, 분양 신청지가 기준인 줄로 알고 있었던 것. 조씨는 “직관적으로 예치금 기준이 분양 신청지일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상품 안내서에 설명이 나와있긴 하지만, 은행 생활 30년 넘은 나조차 실수할 만큼 헷갈릴게 표기돼 있다”고 말했다.

주택청약종합저축을 통해 분양을 받으려는 금융소비자들이 은행을 찾았다가 청약신청 조건의 하나인 ‘예치금액’에 대한 잘못된 안내를 받는 경우가 잦아 피해가 우려된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택청약종합저축은 주택 분양 우선권이 주어지는 금융상품이다. 가입 후 2년간 일정액을 납부하고 납부액이 ‘지역별 예치금’에 도달할 경우 청약 1순위 자격을 갖게 된다. 신

한·KB국민·KEB하나·우리·NH농협·IBK기업·부산·대구은행 등 8개 은행이 취급한다.  

문제는 종합저축을 판매하는 은행원들조차도 지역별 예치금 산정 기준을 ‘거주지’가 아닌 ‘분양 신청지’로 잘못 인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

예를 들어 전용 102㎡ 이하 공공·민영주택에 1순위 청약을 넣기 위한 통장 보유금액은 서울·부산 600만원, 기타광역시 400만원, 기타 시·군 300만원이다. 앞선 서씨의 경우 현재 ‘서울’에 거주하고 있어 600만원 이상을 보유하고 있어야 청약이 가능했지만, 은행원은 청약 신청지인 ‘경기 양주시’를 기준으로 보고 300만원으로 안내했다.

한 시중은행 지점장은 “많은 고객들이 청약 전 상담을 받거나 청약을 등록하기 위해 은행을 방문한다”며 “‘집 한 채’가 걸려있는 만큼 상당히 신경이 쓰이는 업무지만 거주지, 평형에 따라 신청 자격과 예치금이 달라지는 등 따져봐야 할 항목이 복잡해 상담 과정에서 종종 분쟁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원칙적으론 모든 은행원들이 금융상품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고 있어야 하지만 청약저축 전담 직원이 아니라면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수 있다”면서도 “전담직원이 아니더라도 상담을 진행하는 경우가 있는 만큼 상품 교육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상담 실수에 따른 소비자 피해의 경우 법적으로 구제받기 힘들기 때문에 본인 스스로 최종 확인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법무법인 변호사는 “피해자가 은행원의 중과실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고, 어떤 피해가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증명하기 어려운 사례”라며 “위자료를 받아도 소액에 그칠 수 있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신청자 본인도 자격 조건 확인을 꼼꼼히 따져보고 준비하길 권한다”고 말했다.

장애리 기자 1601chang@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