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자율협약 개시 결정…앞으로 넘어야할 산은?

이혜미 기자
입력일 2016-05-04 17:38 수정일 2016-05-04 17:44 발행일 2016-05-04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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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조양호 경영권 포기
산업은행 등 7개 채권금융기관이 4일 채권단 회의를 통해 한진해운의 조건부 자율협약 안건을 통과시키면서 한진해운이 구조조정의 첫 발걸음을 떼게 됐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한진해운 본사 내 보유 선박의 모형 앞을 이 회사 직원이 지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양윤모 기자)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개시가 결정되면서 향후 한진해운이 통과해야 할 구조조정 절차에 이목이 모아지고 있다.

4일 산업은행 등 7개 채권금융기관은 채권단 회의를 통해 한진해운의 조건부 자율협약 안건을 통과시키면서 한진해운이 구조조정의 첫 발걸음을 떼게 됐다.

자율협약이란 채권단이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에 처한 기업을 구제하고자 대출상환 유예 등을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채권단은 자율협약에 따라 향후 3개월간 원리금과 이자 회수를 유예하고, 이날부터 회계법인을 선정해 바로 실사에 돌입한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조건부 자율협약은 가결됐지만 한진해운의 구조조정은 이제 시작이라고 봐야 한다. 한진해운의 구조조정은 현대상선과 마찬가지로 사채권자들의 채무재조정과 해외 선주들의 용선료 인하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고통을 분담해야 하는 구조로 진행된다.

한진해운은 이르면 내주부터 해외 선주들과의 용선료 협상에 나서고, 19일께에는 사채권자 집회를 열어 만기 연장 등을 요구할 전망이다.

특히 용선료 협상의 경우 글로벌 해운동맹이 재편되는 외부 상황을 고려하면 향후 2∼3개월 이내에 결판을 내야 하는 상황으로 자율협약을 위한 1차 핵심 관문이 되고 있다. 현재 한진해운은 해외 선주들에게 연간 1조 원에 가까운 용선료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선주가 많이 겹치는 만큼 현대상선의 협상 결과가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상선은 지난 2월부터 22곳의 선주들을 대상으로 용선료를 30∼35% 가량 깎아달라는 협상을 벌여왔으며 상당한 진척을 이뤄낸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채권단은 자율협약의 조건을 충족하기 전에는 자금 지원을 하지 않을 방침이기 때문에, 유동성을 확보하는 일도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한진해운은 채권단의 자율협약 개시 결정이 경영정상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구조조정에 사활을 걸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한진해운은 자율협약 개시가 결정되기 전인 지난 2일 임원들의 급여 최대 50% 반납, 인건비 10% 절감, 복리비 최대 100% 삭감 등의 내용이 담긴 자구안을 내놓으며 비상 경영을 선포했고, 한진해운을 살리기 위해 경영권 포기 각서까지 쓴 조양호 회장은 지난 3일 한진해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현재 마무리 단계에 있는 얼라이언스 재편 협상, 향후 용선료 인하 등 경영정상화 방안 추진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율협약이 개시되면 재무 구조 개선에 속도가 붙는 만큼 채권단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경영 정상화와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혜미 기자 hm7184@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