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저성장의 늪으로… 구조개혁·금리인하에 쏠리는 눈

최재영 기자
입력일 2016-04-19 16:07 수정일 2016-04-19 18:06 발행일 2016-04-1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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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감소 위기의 부산항<YONHAP NO-0847>
수출부진이 지속되면서 경제성장률 전망도 어둡게 만들고 있다. 사진은 부산항 신선대부두 모습.(연합)

한국은행이 19일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0%에서 2.8%로 내렸다. 낙관적인 전망을 해온 한은마저도 3% 성장이 어렵다며 기대치를 낮춘 것이다. 수출, 소비, 고용, 물가 등 경제전반이 더 나빠지고 있는 상황을 반영했다.

한은의 이번 전망치는 지난해 10월 3.2% 전망한 이후 두 차례나 하향 조정한 수치다. 1월 3.0%, 이달 2.8%로 6개월만에 0.4%포인트를 내렸다. 이는 지난해 성장률(2.6%)보다 0.2%포인트 높지만 중앙은행이 2년 연속 2%대 성장을 기정사실화한 셈이다.

전망치의 하향조정에는 ‘수출 부진’이 가장 큰 영향을 줬다. 국내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중국경제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여파는 더욱 커지고 있다. 여기에 국제유가 하락 등 대외여건도 나빠지고 있다.

서영경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수출 실적이 좋지 않았고 기업 설비투자 또한 급감하면서 성장률전망치 하향 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경기부진 장기화 우려 높아져한국경제 성장률은 2014년을 제외하고는 3년 동안 2%대를 기록했다. 2012년 2.3%에서 2013년 2.9%, 2014년에는 3.3%로 반등했지만 지난해 2.6%로 다시 하락했다.

이 때문에 저성장이 고착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더욱 높아졌다. 각종 지표에서 반전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설비투자 부문은 심각한 수준이다. 설비투자는 지난해 5.3%를 기록했지만 한은은 올해 전망치에서 0.9%를 제시했다. 심지어는 올 상반기 설비투자 성장률을 -1.1%를 내려 잡았다. 수출 부진이 해소되더라도 경기 회복이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수출부진이 이어지며 생산, 고용, 소득, 소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봤다. 차츰 기지개를 피고 있는 소비심리가 또다시 얼어붙어 내수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나마 민간소비가 버팀목 역할을 해내고 있다. 지난해 2.2%에서 올해는 2.3%로 소폭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해법을 찾을 수 없다는 점이다. 서 부총재보는 “하반기 수출 회복세에 따라 투자심리가 살아날 것으로 보이지만 설비투자 등 구조적 요인들이 가로막고 있다”고 진단했다. LG경제연구원 역시 “수출부진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제조업 성장둔화로 이어지면서 투자활력을 떨어뜨려 생산성 증가세를 저하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정정책, 구조개혁 임박발등의 불은 저성장 국면이 장기화되는 것을 막는 것이다. 한은은 지난 1월 ‘2015~2018년 잠재성장률’을 연평균 3.0~3.2%로 추산했다. 잠재성장률은 자본, 노동 등 생산요소를 최대한 사용해 물가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하는 GDP(국내총생산) 증가율이다. 현재 세계경제 회복세와 고령화 등 구조적 요인으로 잠재성장률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경기부양책을 쓰더라도 3% 달성을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LG경제연구원은 장기적인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재정정책 확대와 구조개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IMF(국제통화기금)의 자문기구인 IMFC(국제통화금융위원회)는 최근 공동선언문을 통해 “실질·잠재성장률을 높이고 금융 안정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상호 보완적인 구조개혁과 거시경제정책 실행이 중요하다”며 구조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기준금리 인하 압박도 그만큼 높아졌다. 한은은 이날 기준금리를 10개월째 동결했지만 금융시장에서는 금명간 한 차례 인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 역시 기준금리 인하 여력은 남아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현재 기준금리 인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면서 “금리 정책 결정은 부작용을 예상하고 고려해서 내리는 판단이고 효과를 보기위해서는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부정적 시각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은은 세계경제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는 만큼 올 하반기 국내경기가 오름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주열 총재는 “미국경제는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고 유로지역도 미약하지만 개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선진국을 중심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최재영 기자 sometimes@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