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영화 'PMC:더 벙커' 하정우 "극한의 민낯 연기, 소원 이뤄"

‘1억 배우’ 송강호·하정우가 나란히 스크린 공략에 나섰다. 송강호의 ‘마약왕’과 하정우의 ‘PMC: 더 벙커’는 충무로를 이끄는 남자배우가 출연한다는 공통점과 한국영화계의 새 장을 연 우민호·김병우 감독 신작으로 관객들의 기대감을 한 몸에 받았다. ‘마약왕’은 1970년대 실존했던 마약밀매업자의 일대기를, ‘PMC:더 벙커’는 몇 년 후 미래의 한반도를 배경으로 한 군사기밀 작전을 다룬다. 뚜껑을 연 결과물은 아쉽게도 이름값에 걸맞는 흥행력을 발휘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력은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그들이 말하는 ‘나의 영화, 나의 인생’을 들어봤다.


◇‘PMC:더 벙커’ 하정우 “개연성과 만듦새로 평가하지 말고 VR체험에 키워드를 맞춰 관람하시길…”
 

최근 걷는 즐거움에 빠졌다는 하정우는 “집에서 예매율과 관객수를 보는 시간에 한 걸음이라도 더 걸으려 한다”고 미소지었다.(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Scene1.

DMZ의 한 벙커 안. 다국적 군사기업을 이끄는 에이헵은 동료들에게 미국에 있는 아내가 곧 출산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을 알린다. 지난 6년간 CIA를 통해 한 계약 중 단 한건도 실패없이 해낸 팀원들은 인종도, 나이도 다르지만 캡틴 에이헵에 대한 믿음과 충성도만큼은 일치한다. 새로 영입한 팀원의 면접과 동시에 이원 생방송으로 연결되는 보스의 지시를 예의주시하던 에이헵은 자신이 맡은 사건에 북한의 실세인 ‘킹’이 등장하자 당황한다.


-제작자 하정우

“5년 전 ‘더 테러 라이브’를 함께 찍으면서 (김병우) 감독님과 ‘또 한번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작자(그는 ‘퍼펙트스톰’이라는 이름의 제작사를 동생인 차현우와 운영 중이다)로 흔쾌히 참여하게 된 이유도 배우에게 집중해 찍을 수 있는 감독님의 능력을 높이 샀기 때문이죠. 특히 국제적으로 통할 수 있는 이야기를 잘 풀어낸 게 좋았어요. 그렇지 않았다면 이런 글로벌적인 배우들이 함께 하긴 힘들었을 거예요. 국내에는 생소하지만 다들 현지 영화의 주·조연 혹은 미국 드라마에 출연 경력이 있는 배우들이죠. 한국의 밥차를 신기해하고 참 좋아하더라고요.(웃음)

-비정규직, 사고, 절실함의 에이헵

“제가 연기하는 에이헵은 그들을 이끌어야 하니 더욱 설득력있게 풀어내려고 노력했어요. 실제로 중학교 동창 중에 14년만에 영주권을 딴 친구가 있어요. 자리를 잡고 가족을 부르려고 불철주야 한국에도 못 들어오고 고생을 많이 했죠. 그런 절실함이 에이헵이란 역할에 묻어나야 했고 실제로 PMC란 단체가 비정규직에 가까워요. 1년 이상 계약하지 않는 시스템이라고 들었어요. 그래서 군대에서 어떤 사고를 겪고 미국으로 가서 자신의 전공을 살려 민간군사단체인 PMC에 들어간 사람으로 접근했죠”

-액션 아닌 인간의 민낯

“완성된 걸 보니 단점도 물론 보여요. 여백을 주지 않고 캐릭터와 드라마가 너무 꽉 차 있는 듯한 느낌? 사실 이 영화는 액션영화가 아니에요. 배신과 사고를 당한 한 인물이 상황을 극복하는 드라마죠. 핸디캡과 트라우마를 안고 극한의 상황에서 인간의 민낯을 드러내는 작품에 대한 욕구가 있었는데 이번 영화를 통해 풀었어요.” 

극중 인종과 나이를 뛰어넘는 개인민간군사를 이끄는 에이헵 역할을 맡은 하정우.(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이번에도 이게 되겠어?

“다행히 순차적으로 영화를 찍어서 환경적인 것에 의지하며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물론 예민해질 때도 많았어요.모든 걸 혼자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니까요. 그럴 때는 스태프의 작은 실수에도 예민해져요. 대리석 조각에 손이 박히는 아픔따위는 신경 쓸 겨를이 없죠. 제가 출연한 영화들의 공통점은 ‘이게 되겠어?’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는 거예요.(웃음) 지금은 모두 성공했지만 ‘추격자’, ‘더 테러’ 심지어 쌍천만작인 ‘신과함께’도 시작할 때는 걱정이 많았죠.”

 

‘또 갇힌 캐릭터’에 대한 걱정보다는 요즘 젊은 세대들의 키워드인 VR체험을 스크린으로 풀어낸 영화라는 점을 강조하는 하정우.(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고음불가 하정우, 뮤지컬 영화를 꿈꾸다 

-새롭게 소비되는 영화

“배우 하정우가 아닌 인간으로서 마음과 진심이 통할 거란 믿음이 투철해요. 나와 함께 한 사람들은 다 좋은 사람들이고요. 그렇기에 영화에 대한 애정을 잃고 싶지 않달까요. 그게 식어버리면 능력이 된다해도 무의미하고 지금은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는 고마운 입장이라 뭐든 진심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더더욱 영혼없이 ‘이 영화 봐라’는 말은 못해요. 영화 연출의 명문인 뉴욕대에서조차 요즘엔 게임 연출로 인재들이 몰린다고 들었어요. 그런 지점에서 ‘PMC:더 벙커’는 새롭게 소비되는 영화가 될 거라 생각해요.

-부모님을 닮은 삶, 함께 해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꿈이요? 감사하게도 한번도 강요받지 않은 유년시절을 보냈어요. 고3때도 학교에서 오면 어머니의 첫 마디가 ‘그래, 피곤하지? 빨리 자라’였어요. 그 반항심에 공부를 했다니까요. 아빠도 아무리 바쁘시더라도 자신의 삶에 충실하셨고요. 여행도 많이 다니셨지만 졸업식에 안오더라도, 도시락을 간혹 못 싸가도 그게 서운하지 않을 정도로 좋은 순간을 함께 해주신 부모님처럼 살고 싶어요. 거기에 동참해주는 아내가 있었으면 하는 요즘이죠.”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