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뮤지컬 ‘썸씽로튼’ 한국 초연의 주역들이 모였다! 윌 파워를 향한 인류 최초의 “뮤~지컬!”

허미선 기자
배포일 2020-06-26 17:00 수정일 2020-06-26 22:21 발행일 2020-06-26 14면
인쇄아이콘
[즐거운 금요일] 6월 23일 뮤지컬 '썸씽로튼' 상견례 현장
14010101-2606202000a.ps
지난해 내한공연된 뮤지컬 ‘썸씽로튼’ 공연장면(왼쪽)과 8월 개막할 한국 프로덕션 ‘썸씽로튼’ 팀의 상견례 현장(사진제공=엠트리뮤직, 에스앤코)

“몇년 동안 라이선스 뮤지컬의 연출을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었어요. 창작뮤지컬만 했었는데 ‘썸씽로튼’은 간만에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하게 됐죠. 내한 공연은 미처 보지 못했었고 대본만 봤는데도 너무 재밌었어요.”

지난 23일 충무아트센터 연습실에서 진행된 뮤지컬 ‘썸씽로튼’(8월 7~10월 18일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상견례에서 이지나 연출은 오랜만에 라이선스 뮤지컬 작업을 선택한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상견례 자리에는 한국 라이선스 프로덕션 초연을 책임질 이지나 연출과 서병구 안무감독, 김성수 음악감독 등 창작진들과 신재홍 프로듀서, 닉 바텀 역의 강필석·서은광·이지훈(이하 가나다 순), 나이젤 바텀 노윤·여원·임규형, 비아 리사·제이민, 포샤 이봄소리·최수진, 셰익스피어 박건형·서경수, 노스트라다무스 김법래·마이클 리 그리고 스물네살 막내 이정빈을 비롯한 앙상블 배우들이 참석했다.

◇어디서 봤더라? 셰익스피어와 다양한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향연 

[썸씽로튼 최초내한]공연사진
뮤지컬 ‘썸씽로튼’ 지난해 내한 공연 중 닉 바텀(왼쪽)과 나이젤 바텀(사진=브릿지경제DB, 엠트리뮤직, 에스앤코 제공)

뮤지컬 ‘썸씽로튼’은 16세기 문화 르네상스 시대를 배경으로 어디를 가나 연호하는 이름 윌리엄 셰익스피어와 그로 인해 어떤 무대도 할 수 없게 된 극단의 리더 닉 바텀, 메인작가 나이젤 바텀 형제가 인류 최초의 뮤지컬 ‘오믈릿’을 제작하는 과정을 따른다.

말 그대로 바닥(바텀) 형제들이 유아독존 ‘윌 파워’를 자랑하는 슈퍼스타 셰익스피어의 대항마로 만들어낸 인류 최초의 뮤지컬과 신대륙을 찾아 떠나는 여정이 셰익스피어의 소네트와 다양한 작품들, 브로드웨이 역사를 관통하는 뮤지컬들로 패러디된다.

뮤지컬 썸씽로튼_이지나 연출
뮤지컬 ‘썸씽로튼’ 한국 초연의 이지나 연출(사진제공=엠트리뮤직)

‘윌 파워’에 대항하는 형제들의 분투기 ‘썸씽로튼’은 월트디즈니 애니메이션 ‘스머프’ 시리즈를 비롯한 ‘아빠가 줄었어요’ ‘치킨 런’ ‘샬롯의 거미줄’ 등의 각본가이자 채닝 테이텀 등이 참여한 애니메이션 ‘스몰풋’의 감독인 커리 커크패트릭(Karey Kirkpatrick) 그리고 베이비 페이스, 에릭 크랩튼 등과 작업한 작곡가이자 기타리스트 겸 키보디스트 웨인 커크패트릭(Weyne Kirkpatrick)의 기발한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다. 

커크패트릭 형제의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뮤지컬 ‘렌트’(Rent), ‘애비뉴 큐’(Avenue Q), ‘인더 하이츠’(In The Heights), 연극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The Play That Goes Wrong) 등의 제작자인 케빈 맥컬럼Kevin McCollum)과 ‘알라딘’(Aladdin), ‘북 오브 몰몬’(The Book of Mormon), ‘스팸어랏’(Spamalot) 등의 케이시 니콜로(Casey Nicholaw) 연출이 의기투합했다. 2014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됐고 지난해 한국에서 내한공연됐다.

작곡가이자 지난해 내한공연 프로듀서이기도 한 엠트리뮤직 신재홍 대표는 “이지나 연출님, 서병구 안무가, 김성수 음악감독 등이 엄청난 열의로 작업 중”이라며 “원 대본의 맛과 셰익스피어의 운율은 살리면서도 한국화할 수 있는 번역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데드풀’ 시리즈, ‘스파이더맨’ 시리즈, ‘콜미 바유 유어 네임’ 등과 지난해 ‘썸싱로튼’ 내한공연, ‘스쿨 오브 락’의 황석희 선생이 고민해 작업 중”이라고 귀띔했다.

뮤지컬 ‘썸씽로튼’에는 ‘햄릿’ ‘로미오와 줄리엣’ ‘베니스의 상인’ ‘헛소동’ ‘십이야’ ‘리처드 3세’ ‘코리올라누스’ 등 셰익스피어 대표작들과 ‘시카고’ ‘레미제라블’ ‘에비타’ ‘렌트’ ‘애니’ ‘코러스 라인’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위키드’ ‘캣츠’ ‘헤어’ ‘사운드 오브 뮤직’ ‘지붕 위의 바이올린’ ‘메리 포핀스’ ‘맨 오브 라만차’ ‘웨스트사이드스토리’ ‘드림걸스’ ‘오페라의 유령’ 등 유명 뮤지컬에서 인용하고 차용한 구절과 장면들로 넘쳐난다.

썸씽로튼
뮤지컬 ‘썸씽로튼’ 지난해 내한 공연. 어디선가 본듯한 작품들이 차용된다. 이 장면에서는 뮤지컬 ‘시카고’ 중 변호사 빌리가 앙상블과 함께 추는 유명 깃털부채춤이 패러디된다(사진=브릿지경제DB, 엠트리뮤직, 에스앤코 제공)

‘오믈릿’이 돼 버린 ‘햄릿’, 그 중 궁을 지키는 경호원의 대사 “Something is Rotten in the State of Denmark”에서 인용한 제목 ‘썸씽로튼’부터 캐릭터화된 ‘베니스의 상인’ 속 악덕 유태인 고리대금업자 샤일록, ‘라이온 킹’의 악당 스카와 한 무대에 선 ‘햄릿’의 오필리어, 엉터리 예언가 노스트라다무스가 어설프게 전하는 미래의 뮤지컬 흥행 요소 등이 중첩되며 다양한 재미를 만들어낸다.

우스꽝스럽지만 눈물겨운 여정에는 형제애와 가족애, 로맨스, 창작자이자 슈퍼스타로서의 고뇌, 오롯이 나로 서기 위한 시행착오들과 꿈을 이룰 신대륙을 찾아 떠나는 용기 그리고 여자들은 집에서 살림이나 해야 한다던 시대에 발길질을 하는 진취적인 여성 캐릭터들이 깃든다.

◇모두의 숙제 한국화…코로나19로 ‘썸씽로튼’한 시대의 대항마 그리고 신대륙을 찾아서

썸씽로튼
뮤지컬 ‘썸씽로튼’ 지난해 내한 공연. 록스타처럼 ‘윌 파워’를 발휘하는 가죽재킷 차림의 윌리엄 셰익스피어(사진=브릿지경제DB, 엠트리뮤직, 에스앤코 제공)

“더 재밌게 하려면 먼 미국 정서를 한국관객과 친밀하게 만드는 장치가 필요해요. 그래서 김성수 감독, 서병구 선생님에게 너무 미국스러운 정서를 좀 빼고 음악적, 안무적으로 다르게 만들어 달라고 했어요.”

이지나 연출의 말처럼 ‘한국화’는 ‘썸씽로튼’의 가장 큰 숙제인 동시에 “가장 재밌는 작업”이다. 이지나 연출은 “한국에서 내한공연은 ‘오페라의 유령’ 말고는 잘 안된다”며 “한국 관객들은 이제 한국 배우들이 하는 걸 보고 싶어 하지 외국 배우들이 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을 보탰다.

뮤지컬 썸씽로튼_김성수 음악감독
뮤지컬 ‘썸씽로튼’ 한국 초연의 김성수 음악감독(사진제공=엠트리뮤직)

“한국인배우가 더 가깝게 느껴지고 재밌는 거죠. 우리 관객들에게는 미국의 ‘썸씽로튼’ 보다 우리 프로덕션이 더 재밌을 거에요. 먼 나라의 오래 전 이야기 아니라 온전히 우리에게 와닿는 이야기로 만드는 게 저희가 해야할 일이죠. 저와 배우들은 미국 코미디가 아닌 한국 사람들이 웃을 수 있는 코미디를 만들 세분화작업을 할거예요.”

그리곤 “배우 여러분들이 할 일은 ‘라이선스’ 뮤지컬이 지켜야할 선은 충실히 지키면서도 할 수 있는 연기적 아이디어를 많이 내는 것”이라고 전했다.

“노스트라다무스 신부터 잡아갈 거예요. 마이클 리가 한국어를 익힐 시간을 좀 줘야하니까요.”

그렇게 상견례 후 이지나 연출과 드라마 분석에 돌입한 마이클 리는 신재홍 프로듀서 전언에 따르면 “라이선스가 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노스트라다무스를 하겠다고 직접 가장 먼저 찾아오신 분”이다.

김성수 음악감독은 ‘브릿지경제’에 “한국 프로덕션은 브로드웨이 버전이랑 달라질 것”이라며 “(패러디되고 차용되는) 레퍼런스들을 한국 관객이 쉽게 알고 즐길 수 있는 작품들로 바꾸기 위해 대본을 분석하며 작업 중이다. ‘썸씽로튼’의 한국화는 이런 걸 뜻한다”고 전했다. 그리곤 “현재 저의 ‘썸씽로튼’이자 가장 큰 이슈”라고 덧붙였다.

신재홍 프로듀서는 가장 좋아하는 넘버로 ‘웰컴 투 르네상스’와 ‘뮤지컬’로 꼽으며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전성기를 맞았던 16세기 르네상스, 그 시대의 슈퍼스타에 맞서 ‘뮤지컬’을 제작하려는 바텀 형제 이야기라는 ‘썸씽로튼’의 정체성이 응축됐다”고 설명했다. 그리곤 “두 넘버의 곡 구성이나 진행이 유사하며 중독성이 엄청나다. 특히 ‘뮤지컬’은 지극히 뮤지컬적인 넘버”라고 귀띔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댓글 0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