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금사과’ 되나… 경북 산불로 사과가격 ‘들썩’

장민서 기자
배포일 2025-04-13 11:14 수정일 2025-04-13 11:14 발행일 2025-04-1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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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락시장 사과 도매가 6만원에서 7만원으로 올라
 경북 지역에서 최근 일어난 산불로 사과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사진은 서울 한 대형마트에 사과가 진열된 모습(연합)

국내 사과의 주산지인 경북 북부지역의 대형 산불로 사과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화재로 인해 주요 사과 산지는 물론 일부 저장창고까지 피해를 입어 당장 다음 달부터 대형마트를 비롯한 소매·유통채널의 사과 판매가가 오를 가능성이 점쳐진다.

 

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경북 안동 청송 의성 영덕 영양 등의 사과 재배지와 저장창고가 일부 소실되는 피해를 입었다. 현지에서는 전체 저장창고의 10~15%가량이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한다.

통상 햇사과는 여름이 시작되는 7월부터 출하된다. 그전까지는 전년도 10월께 수확한 저장 사과(부사)가 유통되는데, 저장창고가 화재 피해를 보면서 출하량이 줄어 돌발적인 수급 불안이 발생했다. 

안동시농산물도매시장에서 거래되는 부사(상·20㎏ 박스)의 주간 평균 도매가는 지난달 중순 7만 원대에서 산불 발생 후인 하순에는 9만 원까지 치솟았다가 이달부터는 8만 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매일 경매로 형성되는 도매가의 변동성이 산불 이전 10~20%에서 최근 20~30%로 확대된 것이 불안 요소로 작용한다.

전국 사과 재배 면적과 생산량의 약 60%를 차지하는 경북 북부지역의 수급 불안은 전체 사과 도매가에 영향을 주고 있다.

전국 상품이 모이는 서울 가락시장의 주간 평균 부사 도매가(상·10㎏ 상자)를 보면 지난달 중순까지 6만 원 초반이던 시세가 하순에는 7만 원에 근접했고, 이달 첫 주에는 8만 원 선을 넘어 섰다. 이달 둘째 주 7만 원 중대로 다시 떨어지긴 했으나 가격 흐름은 여전히 불안한 모습이다.

이는 지난 2023년 이상 기후로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금(金) 사과’로 불릴 만큼 가격이 치솟은 이후 지난해 4월 중순까지 7만 원대를 유지하며 안정적인 추이를 보인 것과 대비된다.

대형마트 바이어들은 현재와 같은 도매가 우상향 흐름이 지속하면 이르면 다음 달부터 매장 판매가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이달 말까지 사전에 계약한 물량이 남아 있어 가격에 변동이 없겠지만 이후에는 도매가 시세 변화에 따라 판매가가 상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변수는 수요다. 공급이 달리는 상황에서 수요마저 높아지면 가격 상승 폭이 커지게 되고 반대로 5월 제철 과일인 참외, 토마토, 귤 등으로 수요가 옮겨가면 상대적으로 사과 시세는 안정될 수 있다.

산불에 따른 저장창고 피해가 햇사과가 출하되기 전인 오는 6월까지 단기 사과 수급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면 재배지 피해는 올해 하반기 이후 수급을 좌우할 악재로 꼽힌다.

앞서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번 산불로 사과 재배면적 3000㏊가 직간접적인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국내 전체 재배면적(약 3만4000㏊)의 9%에 이르는 규모다.

다만 화기에 따른 간접 피해가 커 오는 20일 전후 개화 상황을 봐야 정확한 수급 영향을 파악할 수 있다고 농식품부는 설명했다. 대형마트들은 일단 경북지역 사과 출하량이 감소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강원도나 호남지역 물량을 확대하는 등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경북 북부지역 작황 부진이 현실화하면 공급 부족에 따른 금사과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며 “선물용 수요가 몰리는 추석은 물론 내년 상반기까지 여파가 미칠 수 있어 대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민서 기자 scaler@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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