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 줄고 관망세 확산… 거래 둔화 속 가격은 ‘버팀’
서울 아파트값이 지난 2월 평균 14억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지난달 24일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확대 지정되면서 부동산 시장이 다시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매물 감소와 관망세 확산이 맞물리며 단기적으로는 거래는 줄고 가격은 유지되는 ‘비정상적 균형 상태’가 이어질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2월 서울 아파트 평균 실거래 매매가격은 14억3343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6년 실거래가 집계 이후 최고치로, 전월(12억7540만원) 대비 약 1억6000만원(12.3%) 오른 수치다. 거래량도 6141건으로, 6개월 만에 처음으로 6000건을 넘어섰다.
하지만 이 같은 흐름은 3월 들어 다소 주춤한 분위기로 전환됐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지정 이후 매수 심리가 위축되면서 가격 상승세도 둔화된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동향에 따르면, 3월 4주차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전주 대비 0.11%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는 직전 주(0.25%) 대비 상승폭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 수치다.
시장 분위기가 가라앉는 가운데 주목할 흐름은 ‘매물 감소’ 현상이다. 토지거래허가제 시행으로 인해 매수세가 약화됐지만, 매도자들 또한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시장에 나오는 매물 자체가 줄어든 상황이다. 공급과 수요가 동시에 위축되며 실질적인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정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거래는 줄었지만 매물도 부족해 가격이 쉽게 하락하지 않는다”며 “마용성 같은 서울 중심 지역은 규제가 있더라도 가격이 급락할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시적인 급매물이 나올 수는 있지만, 수요가 받쳐주는 지역은 빠르게 소화되기 때문에 외부에서는 가격이 출렁이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지지력이 강하다”고 덧붙였다.
강남권 인접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일대에서는 풍선효과 기대감 속 일부 단지의 호가가 상승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급매물이 소진된 이후 일부 집주인들이 호가를 높이는 사례가 있었지만, 실수요자 반응은 미지근해 거래는 활발하지 않은 상태다. 결국 ‘심리적 반등’에 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강남권의 경우 갭투자가 어려워지면서 거래 둔화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 같은 분위기가 지속되면 일부 지역에서 급매물이 출회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공급 부족 우려와 금리 인하 기대감이 맞물려 있어 가격이 급락할 가능성은 낮다”며 “오히려 강남 인근을 중심으로 일시적인 거래 증가와 가격 반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 위원은 이어 “오는 7월부터 DSR 규제가 강화되면 반등 흐름도 오래가지 않을 수 있다”며 “서울과 수도권은 전반적인 집값이 높아 금리보다 대출 규제의 영향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노도강(노원·도봉·강북)과 금관구(금천·관악·구로) 등 중저가 아파트 밀집 지역은 금리와 대출 규제의 영향을 보다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 2월까지 이어졌던 실수요 매수세도 3월 들어 빠르게 위축되는 분위기다. 특히 오는 7월 시행 예정인 DSR 3단계 규제가 현실화되면, 중저가 시장은 ‘거래 절벽’ 현상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성동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요즘은 물건이 없어서 거래가 안 되는 게 아니라, 팔 사람도 살 사람도 없는 정체 상태”라며 “마용성은 대출 여력이 있는 수요층이 있어 호가를 버틸 수 있지만, 강북 지역은 상황이 다르다”고 전했다.
이은형 연구위원은 “노도강이나 금관구 같은 지역은 토지거래허가제와는 별개로 실수요와 가격 메리트가 시장 흐름을 좌우한다”며 “정책보다는 수요와 자금 여력이 앞으로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유진 기자 pyj@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