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운명’… 네이버 AI 승부수 vs 다음 매각 기로

나유진 기자
배포일 2025-03-27 17:33 수정일 2025-03-28 08:13
인쇄아이콘
(좌) 네이버, (우) 다음 모바일 앱 화면.  네이버·카카오 제공

글로벌 빅테크가 검색 시장을 장악한 대부분 국가와 달리, 한국은 토종 기업이 수성에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AI 혁명과 모바일 중심의 소비 패턴 속에서 국내 대표 포털 두 곳의 미래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네이버가 자체 개발한 AI를 통해 검색 서비스의 진화를 꾀하는 사이, 다음은 별도 법인 분사라는 생존 카드를 빼들며 생사의 기로에 섰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이날 ‘AI 브리핑’을 출시한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전날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그린팩토리에서 개최된 주주총회를 통해 “올해는 AI를 검색과 광고에 더욱 밀접하게 접목하며 혁신을 가속할 계획”이라며 “검색에서는 AI 브리핑 도입으로 이용자의 질의에 대한 정보를 요약 제공하고, 맥락에 맞는 콘텐츠 추천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출시된 하이퍼클로바X 기반 AI 브리핑은 검색, 숏텐츠, 플레이스, 쇼핑 등 유형별 최적화된 정보를 제공한다. 네이버는 이를 통해 자사 콘텐츠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향후 이미지 검색을 통한 멀티모달 서비스와 다국어 지원까지 확대한다.

최병호 고려대 인공지능연구소 교수는 AI 브리핑에 대해 “전통적인 AI 검색 측면에서는 네이버 서비스 중심의 답변 범위가 한계지만, 포털 서비스 관점에서는 네이버만의 독자적 방식으로 세계 어디서도 성공하지 못한 중요한 실험을 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네이버는 AI 브리핑을 시작으로 자사 서비스 전반에 AI를 접목하는 ‘온서비스 AI’ 전략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최 대표는 “온서비스 AI는 연내 계속해서 발표될 것”이라며 “커머스 영역에서는 발견·탐색부터 구매까지 돕는 에이전트 형태의 서비스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반면, 다음은 시장에서 빠르게 입지가 축소되며 위기를 맞고 있다. 한때 “이순신 장군님, 야후는 ‘다음’이 물리치겠습니다”라는 마케팅으로 포털 시장 정상에 올랐던 다음이다. 하지만 인터넷트렌드에 따르면, 다음의 국내 검색 엔진 점유율은 올해 1월 2.78%, 2월 2.73%, 3월(1~25일) 2.85%로 쪼그라들었다. 마이크로소프트(MS) 빙에도 밀려 4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앞서 카카오는 2023년 다음 사업을 운영하는 사내독립기업(CIC)을 설립했고 지난해 콘텐츠CIC로 또 한번 이름을 바꿨다. 올해 1월에는 모바일 앱 개편 작업을 마무리하며 반등을 시도했으나 효과는 미미했다. 포털 비즈 사업 매출도 2021년 약 5000억원에서 2024년 약 3000억원으로 급감해, 꾸준히 감소세를 보이며 비핵심 사업으로 인식된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다음이 시장 변화에 대응하지 못했고 제주도로 본사를 옮긴 것도 시장과 격리된 잘못된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네이버도 구글에 자리를 위협받는 상황에서, 다음의 턴어라운드 가능성은 낮다”고 덧붙였다.

카카오는 최근 다음을 별도 법인으로 분사한다고 발표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독립 경영 구조와 자율적 실험이 가능한 구조로 만들겠다”며 매각 계획은 부인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2023년 CIC 전환부터 매각을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에서 계륵 같은 존재였는데 분사는 결국 매각으로 가는 수순이며, AI와 메신저 사업 중심으로 선택·집중하는 카카오에서 다음의 경쟁력을 키우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포털의 데이터 주권 측면에서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있다. 수백만 이용자의 디지털 정체성과 활동 데이터의 가치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용자들의 검색 기록과 관심사 정보가 축적된 데이터가 AI 산업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고 말한다.

나유진 기자 yuji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