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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탐구생활] 간호인력 역량 강화 전환점 될 ‘간호법’… PA 간호사 업무 등 해결과제도

입력 2024-09-08 13:39 | 신문게재 2024-09-09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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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법 국회 통과<YONHAP NO-2941>
(연합)

 

간호인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간호법이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간호사들은 그동안 의료기관과 노인복지시설, 재택간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해왔지만 업무와 특성을 규정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의사를 대신해 처방, 수술지원, 검사 등을 수행해왔던 진료지원(PA, Physician Assistant))간호사들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의료현장을 지켜왔다.

간호 업무와 간호 인력에 대한 독자적인 법률이 제정된 만큼 앞으로 간호 서비스의 질 향상은 물론 전문화된 인력 양성으로 역량을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4090803

◇간호법, 17대 국회서 첫 발의… 19년 기다림 끝에 결실

간호법은 지난 1977년 대한간호협회 주도로 법제화가 추진됐다. 국회에서 처음 입법을 시도한 것은 제17대 국회에서였다. 지난 2005년 4월 김선미 열린우리당 의원이 ‘간호사법’이라는 이름으로 법안을 발의했고, 같은 해 박찬숙 한나라당 의원도 간호법을 냈지만 논의되지 못하고 모두 폐기됐다.

이후 간호법은 2019년 20대 국회에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2건의 법안이 발의했지만 상임위에서 계류된 채 임기 만료와 함께 사라졌다.

21대 국회에서는 훨씬 진전된 모습을 보였다. 2021년 발의된 3건의 간호법안은 심사를 거쳐 다음해 5월 상임위(보건복지위원회) 문턱을 넘었고 2023년 4월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이 야당의 단독 처리를 문제 삼으며 거부권을 행사했고, 본회의 재표결에서 부결되면서 끝내 법 제정이 좌절됐다.

최근엔 의대증원으로 인한 의정갈등으로 의료공백 대란이 발생하면서 간호법은 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22대 국회 개원 이후 여당에서는 추경호 원내대표가 ‘간호사 등에 관한 법률안’을, 야당은 강선우·이수진·김선민 의원이 ‘간호법안’을 발의하면서 간호법 처리에 한 목소리를 냈다. 여야도 원내대표 합의를 통해 법안 처리의 물꼬를 텄고 지난달 본회의까지 통과하며 19년 만에 결실을 맺었다.

간호법 제정안은 공포 후 9개월 뒤 시행될 예정이다. 이달 중 국무회의에서 공포되면 내년 6월부터 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간호법, 면허·자격부터 업무 범위·처우 등 사항 명시

간호법은 간호사·전문간호사·간호조무사의 면허와 자격을 비롯해 업무 범위, 권리와 책무, 수급 및 교육 등에 관한 사항을 체계적으로 규정해 간호 혜택이 제공되는 다양한 영역에서 수준 높은 간호 서비스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간호사의 업무는 △환자의 간호요구에 대한 관찰, 자료수집, 간호판단 및 요양을 위한 간호 △의사·치과의사·한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 △건강증진활동의 기획과 수행 △간호조무사 업무보조에 대한 지도 등으로 규정했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의료진<YONHAP NO-4402>
(연합)

 

특히 PA간호사가 법적 보호를 받으며 업무에 매진할 수 있도록 진료지원업무의 수행근거를 법률에 명시하고,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요건과 절차 등의 규정을 명시했다.

아울러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간호사 1인이 담당하는 환자수를 줄이기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신규 채용되거나 보임된 간호사와 간호대학생의 직무수행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 역량을 가르치고 적응을 지원하는 교육전담간호사도 두도록 했다.

인권침해 행위 금지, 일·가정 양립 지원 등 권리에 대한 사항과 더불어 규칙적이고 예측 가능한 교대근무가 이뤄지도록 대체인력 배치 등을 지원하는 내용도 명시했다.

또 보건의료기관이 원활히 간호 인력을 확보하도록 간호종합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고, 간호인력에 관한 실태조사도 함께 실시하는 내용도 담았다. 그밖에도 간호사 중앙회와 간호조무사 협회와 같은 법정단체의 설립을 규정하고 간호 인력의 장기근속 유도, 이직방지, 전문성 및 자질 향상 등을 지원하는 간호인력 지원센터도 설치·운영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PA 간호사, 법적 근거 갖추면서 진료지원에 힘 실려

PA는 의사 면허 없이도 의사가 하는 업무의 일부를 위임 받아 진료를 지원, 보조하는 인력을 일컫는다. 미국, 영국, 캐나다 등에서는 법으로 PA의 역할과 인력 양성 과정에 대한 기준을 마련해 의료 현장에서 다양한 분야의 PA가 운영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1960년대 의사 부족 현상이 나타나면서 PA가 양성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PA간호사가 되기 위해서는 간호사 면허를 가진 사람이 3년 이상 의료경험을 쌓고 석사학위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후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자격을 얻을 수 있다.

PA간호사가 되면 의료 현장에서 의사의 감독 하에 약물 처방과 진단, 시술 등을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우리나라 진료지원 간호사는 20여년 전부터 의료현장에서 지원 업무를 수행해왔다. 특히 올해 의정갈등으로 인한 의료대란이 발생한 이후 진료지원 간호사 수는 지난 7월말 기준 1만6000여명까지 늘어날 정도였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법률적 근거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교육과정이나 범위도 불분명해 의료지원과 무면허 의료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가야 했다.

간호법이 통과되면서 이들의 업무 수행은 법률적 근거를 명확히 갖출 수 있게 됐다. 제12조 2항에는 진료지원 간호사가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환자 진료 및 치료행위에 관한 의사의 전문적 판단 이후 의사의 일반적 지도와 위임에 근거해 업무를 수행한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또 진료지원 간호사가 되기 위해서는 전문간호사 자격을 보유하고, 임상경력과 교육과정 이수에 따른 자격을 보유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특히 제25조 2항에서는 업무 범위를 침해하는 무면허 의료행위의 지시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지시 거부에 대해 징계나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못하도록 했다.


진료 지원 범위·간호조무사 응시자격 등 해결과제도

큰 틀에서의 간호법은 통과했지만 세부적인 사항에서는 아직 몇 가지 과제가 남아있다.

이 가운데 간호조무사의 응시 자격은 새로운 갈등요소로 떠올랐다.

간호조무사 응시 자격을 명시한 제6조에 따르면 △특성화고등학교 간호 관련 학과 졸업자 △고등학교 졸업자로서 간호조무사양성소의 교육을 이수한 사람 △평생교육시설 간호 관련 학과 졸업자 △학원의 간호조무사 교습과정 이수자 △외국에서 간호조무사 교육을 이수하고 자격을 취득한 사람으로 명시하고 있다.

법안 심사 당시 간호조무사 응시자격을 전문대 졸업생까지 확대하자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견이 발생하면서 ‘간호인력 양성체계 및 교육과정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와 각 이해관계단체 등을 포함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추후 개선방안을 마련한다’는 부대의견으로 반영됐다. 

 

간호법 추진 의료계 반응은<YONHAP NO-2948>
(연합)

 

대한간호조무사협회(간무협)는 “지난해 대통령의 간호법 재의요구 당시 국민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한 위헌성이 있음을 명시했음에도 간호조무사 시험응시자격 학력제한이 그대로 남았다”며 “우리나라 모든 직업 중에서 간호조무사만 유일한 차별”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간호조무사 시험응시자격 개선 사회적 논의기구’를 구성하고 응시자격을 다른 직업과 동등하게 해달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진료지원 간호사들의 업무범위도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법안 심사 당시 국민의힘은 PA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검사·진단·치료·투약·처치로 명시하자고 주장했지만 의료기관의 사정과 의사들의 반대 입장 등을 고려해 보건복지부령으로 진료지원업무의 구체적인 범위와 한계, 병원급 의료기관의 기준 및 절차·요건 준수에 관한 사항을 정하도록 했다.

정부는 진료지원업무 제도화에 대한 전문가와 현장의 의견수렴을 토대로 구체적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세종=이한빛 기자 hble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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