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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한독 교류 너머 전 세계 아이들 음악으로 연결하고파"

[맘 with 베이비] 정나래 지휘자

입력 2024-09-03 07:05 | 신문게재 2024-09-03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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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학생들로 구성된 청소년 합창단이 유창한 한국어 노래로 합창대회를 휩쓸었다. 정나래 지휘자가 이끄는 독일 도르트문트 청소년 합창단 이야기다. 이 합창단은 지난해 6월 최고 권위의 독일합창 대회(Deutscher Chorwettbewerb 2023)에서 심사위원 전원 만점으로 우승의 영예를 안아, 독일 대표 합창단으로 선정됨과 동시에 한국인 지휘자로 당당히 독일 무대에 자리 잡았다. ‘달아 달아 밝은 달아’나 ‘아리랑’도 포함되어 한국 합창곡의 파워를 보여주었다. 합창단원들과 2022년에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해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작년 베를린에서 열린 한독 수교 140주년 기념공연의 총감독을 맡아 한독 문화 교류를 이끈 공로로 ‘세계한인의 날’ 기념식에서 국무총리 표창을 받기도 했다. 정나래 지휘자를 만나 그 간의 애환과 향후 계획 등을 들어보았다.

 

 

- 간단한 본인 소개부터 부탁 드립니다.

“독일에서 활동 중인 도르트문트 어린이·청소년 합창단 지휘자 정나래입니다. 도르트문트 합창단은 뒤셀도르프, 보훔, 도르트문트, 에센 등이 속한 NRW 주의 합창 학교로, 약 500명의 소년 소녀가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저는 상임 지휘자로 Akademie fur Gesang NRW 합창 학교에 속한 어린이 합창단과 청소년 합창단, 그리고 소년 합창단을 이끌고 있습니다.”

- 성악을 공부하던 유학생에서 합창지휘자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들려주세요.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합창단에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중학교 선생님 추천으로 시 주최 성악대회에 학교 대표로 나가 1등을 차지한 후 계속 노래를 공부하게 됐습니다. 어느 날 할머니와 TV에서 남북한이 합동 콘서트에서 함께 노래하는 모습을 보고 크게 감명 받았습니다. 분단된 국가가 음악으로 하나 된 것을 보며 제 꿈을 음악인으로 정하게 됐어요. 저는 아직도 새로운 꿈을 꾸며 도전하고 있습니다. 꿈은 사람을 도전하고 발전하게 하지요. 단·장기 목표를 꿈으로 두면서 계속 성장하고 발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현재 한독 문화교류의 대표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독일과 한국의 관계를 넘어 전 세계의 아이와 문화교류로 소통하며 음악으로 세계의 아이들을 연결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이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적에 평화로운 세상이 만들어지리라 믿습니다. 합창은 어떤 언어로 하든 하나로 만드는 매력이 있어요. 노래하는 순간만큼은 나이와 나라를 불문하고 하모니를 이루죠. 지금은 막막하지만,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북한에서 통일을 이룬 독일 아이들과 통일의 메시지를 한국 아이들과 음악으로 전하고 싶습니다.”  

한독수교 140주년 기념 공연 (1)
정나래 지휘자는 작년 베를린에서 열린 ‘한·독 수교 140주년 기념공연’의 총감독을 맡아 성공리에 공연을 이끌었다.

 


- 초창기에는 동양에서 온 외국인이 독일 아이들에게 독일 노래를 가르친다는 것에 의문을 품는 부모들도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텃세나 서러움을 겪은 적은 없으셨는지, 그렇게 힘든 점을 어떻게 극복하셨는지요.

“서로 ‘다름’을 인정했기에, 미움 받을 용기를 가지고 독일에서 직업 전선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저를 싫어하고 제 말을 무시하는 사람을 눈앞에서 만나니 상처를 많이 받게 됐습니다. 친하게 지내려 노력해도 마음의 문을 열지 않고 무례하게 대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하지만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저의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에게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저를 사랑해 주는 동료들에게 집중하고 최선을 다하자고 마음 먹었어요. 시간이 지나면 진심은 통할 것이기에 마음에 두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처음에는 제 성악 클래스에 아무도 오지 않았어요. 1시간 수업을 위해 10시간 공부하고 수업을 위해 레슨까지 받고 와도, 아이들이 저를 신뢰하지 않더라고요.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대회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었고, 실력 있는 선생님으로 인정받게 됐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하다 보니, 정말 시간이 약이 되어주었습니다. 지금은 제 성악 클래스에 자리가 없어 못 들어오는 아이들까지 생길 정도입니다.”
유퀴즈
2022년에 합창단원들과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해 큰 화제를 모았다.

 


- 도르트문트 청소년 합창단이 이제 독일을 대표하는 합창단이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렇게 높게 평가받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감동과 간절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음악은 마음을 움직이고 내면을 어루만질 수 있는 마음의 약입니다. 음악에 감동이 없었다면 사람들에게 기억될 수도 없었고, 심사위원의 만장일치로 1등도 할 수 없었을 겁니다. 제자들에게 늘 강조하는 것이 ‘마음으로, 진심을 다해 노래를 부르자’입니다. 제자들과 가사 공부를 할 적엔 가사 하나하나가 자기 이야기가 될 수 있도록 스토리텔링을 하며 수업을 진행합니다. 아이들이 소리만 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하듯 진심을 담아 노래했기에 청중에게 감동을 주는 음악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 도르트문트 청소년 합창단은 ‘가장 아름다운 아리랑’, ‘고향의 봄’, ‘달아 달아 밝은 달아’ 등 많은 한국 합창곡 레퍼토리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단원들에게 한국어로 된 합창곡을 제안했던 이유, 아이들에게 어떻게 생소한 한국어 가사를 익히게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정과 신뢰가 쌓이며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제게 관심을 갖게 됐고 한국에도 관심을 두게 됐습니다. 아이들이 ‘나래 선생님 나라 노래도 부르면 좋겠다’고 했고, 제가 아리랑을 들려주자 모두가 이 노래에 마음을 움직이는 무언가가 있다며 부르고 싶어 했어요. 그렇게 한국의 노래를 배우게 되었답니다. 제자 중에는 한국 노래가 좋아 역사를 궁금해하는 친구도 있고 여행을 가는 학부모도 생기게 되었습니다.

최근에 꿈 하나를 이루었어요. 독일을 대표하는 성당 중 하나인 쾰른대성당에서 한국 작곡가의 곡을 미사 때 초연한 것입니다. 요즘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 파워가 인정받고 있습니다. 종교의 중심인 성당과 교회에서도 한국의 영향력이 끼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한국 작곡가에게 의뢰한 미사곡을 쾰른 대성당 측에 소개해 성공적으로 초연했습니다. 앞으로도 한국과 독일의 문화 외교관이자 나라를 음악으로 연결하는 가교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 다음 목표는 무엇인지, 또 최종적인 꿈은 무엇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30대 초반까지만 해도 구체적인 꿈이 많았지만 지금은 하루하루를 열심히 사는 것, 현재의 프로젝트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꿈은 크고 작고가 없고 삶의 내비게이션이 됩니다. 저는 청소년기에 아빠의 사업 실패로 어려운 시간을 보냈는데, 어두운 삶의 빛이 되어 준 것은 ‘꿈’이었습니다. 꿈은 제 어두운 인생에 빛이 되어 주었고, 이 빛을 따라가다 보니 단계별로 꿈을 이룬 행운아가 됐습니다. 이 이야기를 청소년 친구들에게 나눠주고 싶습니다. 한국이 선진국이 되었지만, 물질적으로 힘들어서 꿈에 도전하지 못하고 현실과 타협하는 아이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는 이야기를 나누며 한국·독일 아이들과 소통하며 살고 싶습니다.”

이금재 맘스커리어 대표 겸 브릿지경제 객원기자 ceo@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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