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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7남매 둔 워킹맘 "유아 치중된 정책 지원 확대해야"

[맘 with 베이비] 김미라 단양군 공무원

입력 2024-08-20 07:00 | 신문게재 2024-08-2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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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마흔 넷에 2017년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단양군 공무원으로 임용된 김미라 씨. 그녀는 무려 7 남매를 둔 워킹 맘이다. 늦은 나이에 공부가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최선을 다해 도전하고 그것을 통해 행복을 찾아보라”고 말한다. 그녀는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들이 자라며 보고 배워, 그들도 부모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될 것”이라며 다자녀 가정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 줄 정책적 지원책을 의망했다. 김미라 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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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인과 가족 소개를 부탁 드립니다.


“단양군에서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김미라입니다. 남편과 딸 6명, 다섯째인 아들 1명이 있습니다. 첫째는 취업 준비 중이고 둘째와 셋째, 넷째는 대학생입니다. 다섯째 아들은 현재 고 2 학생이고 여섯째는 그 무섭다는 중 2, 일곱째인 귀염둥이 막내는 초 3입니다.”


- 마흔 넷에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며 공직을 시작하셨습니다. 어떻게 일을 시작하려는 마음을 먹었는 지 궁금합니다.

“학원 강사로 일하다가 결혼하면서 그만뒀습니다. 아이 5명을 키울 때까지 전업주부로 지내며 아이와 남편에게 매진하며 살다가 외벌이하는 남편을 도울 방법을 고민했어요. 아이들도 공부시키며 수입을 얻으려면 공부방 운영을 해야 하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당시 첫째가 공부를 곧잘 해, 친한 엄마들이 비법을 궁금해 한 것이 생각나 공부방 운영까지 염두에 둔 것입니다. 공부방을 열어 몇 달째 운영하다 덜컥 여섯째가 생겼어요. 계속 공부방을 운영하는 것은 너무 무리라 싶었습니다. 우리 아이들 공부를 위해 시작한 일이었는데 다른 아이의 공부를 봐 주다 보니 아이들이 뒷전으로 밀려나기 시작했어요. 결국 다시 전업주부로 돌아왔습니다.

그런 어느 날, 남편이 업무차 기차를 타고 가던 중 옆자리 공무원 분과 주고받았다는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남편은 첫아이 돌 무렵에 공무원 시험 관련 서적을 제게 건넨 적이 있습니다. 당시 저는 아이만 키우고 싶다며 거절했지요. 그땐 공무원 시험에 나이 제한도 있었어요. 당장 가서 환불하라고 했어요. 양육에만 전념하고 싶다면서요. 하지만 남편은 앞으로 아이들을 키우며 직장생활을 한다면, 다른 어떤 직장보다도 공무원이 나을 것 같다며 공무원 시험을 권유했습니다. 그렇게 본격적으로 시험공부를 시작한 이후 무려 4번이나 불합격 통지를 받았습니다. 나이도 나이지만 아이를 키우며 공부 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때마다 남편은 집안 일을 도맡아 하며, 제게 위로와 용기를 주었습니다. 남편과 아이들의 희생 덕분에 마침내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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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라씨 부부와 7남매들.

 

- 다자녀를 키우며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어떤 점이 가장 어려웠고, 어떻게 극복을 하셨는지요.

“아이들이 어릴 적엔 참 많이도 아팠습니다. 동네 소아청소년과를 제 집처럼 들락거렸어요. 그나마 원장님이 아이들 병원비를 늘 적게 받으셨어요. 4명인데 3명 값만 받으셨죠. 본인도 딸 셋을 키우다 보니 얼마나 힘든지를 안다고 말씀하셨어요. 감기가 심해지면 치료기기를 빌려주기도 하셔서 집에서 치료할 수도 있었어요. 원장님의 배려와 보살핌을 늘 고맙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직장생활을 다시 시작하면서부터 육아가 더 어려워졌습니다. 마흔 둘에 막내도 낳았구요. 공무원 발령을 받은 뒤 넷째와 막내만 데리고 단양으로 가 말 그대로 두 집 살림을 했습니다. 아이가 갑자기 아플 때는 자녀돌봄휴가제도 덕분에 병원에 데려갈 수 있었습니다. 야근을 할 때는 먼저 아이들을 집에 데려다 놓고 저녁을 차려주거나, 음식을 사다 준 뒤 사무실로 돌아오곤 했죠. 제 가족이 단양에서 완전체가 된 것이 1년도 채 안됩니다. 남편과 저는 주말부부로 생활해야 했어요. 아이들이 서로서로 돌보며 잘 지내준 덕에 제가 일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 하루 일과가 궁금합니다.

“이제는 막내가 초 3인지라 다들 조금씩 더 자랐지요. 아이들도 각자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고 있답니다. 아침 6시 30분과 7시에 알람이 두 번 울리면 잠에서 깹니다. 아이들을 깨워 30분, 20분, 10분 단위로 등교 준비를 재촉합니다. 초등생인 일곱째의 등교를 도와준 후 군청으로 출근해 업무에 매진하다 보면 어느 새 퇴근 시간이 다가옵니다. 부서를 옮긴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엔 적어도 3개월 정도는 야근을 했습니다. 그때마다 저녁은 아이들이 스스로 해결했어요. 퇴근 후에 아이들 저녁을 챙겨주고 난 뒤엔 제 건강을 위해 일주일에 2~3번 배드민턴을 하러 체육관에 가 1시간~1시간 반 정도 운동을 합니다. 귀가 후 아이들 공부 점검도 하고 잠자리도 봐줍니다. 아이들이 잠을 청하면 좋아하는 드라마를 보거나 설거지를 하거나 다음 날 아침 국을 미리 끓이기도 하지요. 모든 일이 끝나면 씻고 잠을 청합니다.

주말 오후에는 일주일 분량의 식량을 사러 마트로 향합니다. 단양에는 큰 마트가 없어 제천까지 가 저렴하다고 생각한 마트를 2군데 골라 다닙니다. 그래도 저희의 일주일 장보기 한도금액인 25만 원을 훌쩍 넘습니다. 온라인 구매도 있으니 일주일 저희 식비는 35만~40만 원 정도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이들이 적은 집은 음식이 남아 버리는 일이 다반사라고 하는데, 아이들이 많은 집은 음식이 없어서 못 먹게 되니 참 신기합니다. 심리적으로 여럿이 먹을 때가 더 많이 먹게 되는 것 같습니다. (웃음)”
 

가족생일
김미라씨 가족들이 함께 모여 생일 파티를 하고 있다.

 

- 다자녀라 정부나 군에서 어떤 지원을 받는 지 궁금합니다. 다자녀 혜택 가운데 아쉽거나 추가됐으면 하는 것은 없으신지요.

“주변에선 ‘애국자’라며 집 한 채씩 줘야 한다고 말씀하시기도 합니다. 아이가 일곱이라고 해서 받는 것 중에 도시가스·수도세·전기세 요금 할인이 있습니다. 8월부터는 다자녀지원금이 전국 최초로 충북에서 지원됩니다. 다섯 자녀 이상 가구에 18세 미만의 아이 한 명당 100만 원씩 받게 됩니다. 그 외엔 별로 없네요. 정책 대부분이 출산과 유아시기에만 맞춰 있어서 아이들이 성장하는 유년기, 청소년기, 대학생에 대한 정책은 거의 없습니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출산을 많이 독려하고 있긴 하지만 실제 초·중·고·대학생을 키우는 가정에 대한 지원은 많지 않습니다. 자녀가 적은 다른 가정보다 많은 지원을 받지 못하며 생활한다면, 그런 분들에게 다자녀 계획이 있을까요. 저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들이 자라며 보고 배워 그들도 부모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 아이 낳아 키우기 힘들다는 부부가 점점 늘고 있습니다. 그런 부부들에게 선배 부모로서 조언 한마디 부탁 드립니다.

“아이 낳아 키우기 쉽다고 말할 부모는 없을 겁니다. 하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 등을 희생하며 아이에게 맞춰가며 생활하는 게 MZ세대에겐 조금 어려울 수도 있겠습니다. 비혼도 많고, 자녀 계획이 없는 부부도 종종 봅니다. 부부가 젊을 때엔 둘만이 사랑하며 행복할 수 있으나, 아이로 인해 웃고 울고 싸우면서 그 가정은 활기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 아이들 3명이 캠프를 가고, 2명은 타지에 있어 집에 아이 2명과 부부가 이틀 정도 있었습니다. 어찌나 집안이 조용하고 적적했는지 모릅니다. 아이 없는 집은 더 그렇지 않을까요. 집에서도 부부 각자의 일을 하다 보면 얼굴 마주할 시간도 줄어들고 대화의 시간 역시 줄어들 것입니다. 가끔은 아이 키우는 힘든 책임감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제 삶의 활력소가 되고, 제법 성장한 아이는 엄마 아빠의 친구 자리를 내어 주기도 합니다. 이럴 때 정말 든든합니다. 아이들을 통해 제가 더 많이 배우고 성장함을 느낍니다.”

이금재 맘스커리어 대표 겸 브릿지경제 객원기자 ceo@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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