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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아기 받을수록 적자… 분만 국가책임제로 바꿔야"

[맘 with 베이비] 김영주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교수

입력 2024-08-27 07:00 | 신문게재 2024-08-27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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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30여 년 동안 생명 탄생의 순간을 지켜 본 김영주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교수. 그는 사명감을 가지고 엄마와 아기 두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일에 평생을 다하며 살았다. 조산예방치료센터장으로 이른둥이 분만과 치료에 앞장섰고, 고위험 임신 예방과 치료 연구에 매진했다. 최근에는 조산 조기 예측 방법 개발과 개인 맞춤형 진통 억제제 사용 근거를 마련하는 등 고 위험 임신과 분만 대응에 기여하며 저출생(출산) 극복의 공로를 인정받기도 했다. 김 교수를 만나 ‘저출생(출산) 시대의 산부인과’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영주 교수4

 

- 간단한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이대목동병원에서 산부인과 전문의로 일하는 김영주입니다. 현재 이대목동병원모자센터·조산예방치료센터장과 태아알코올증후군 연구소장을 역임하고 있습니다. 최근 장애친화 산부인과를 열어 장애 여성에게 안전한 산부인과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최근 분만을 포기한 산부인과가 많습니다. 때문에 산부인과 분만 수가 개선을 ‘국가책임제’로 바꿔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30년 전에는 대학병원에서 하루에 200~250명의 아기가 태어났습니다. 지금은 50명도 분만하러 오지 않습니다. 분만실이 운영되려면 하루에 아기 100명은 태어나야 하는데 턱없이 모자랍니다. 또 아이 한 명이 태어나려면 의료진 10명 정도가 필요합니다. 산부인과·소아과 의사, 산부인과·소아과 간호사, 마취과 의사 등이 함께 분만실에 들어오지요. 세 쌍둥이가 태어날 때는 의료진 40명이 분만에 참여했습니다. 아이를 받을수록 적자인데 이를 유지할 병원이 있을까요? 누가 산부인과를 지망하겠습니까. 전문의 배출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저는 이제 분만을 국가책임제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가가 나서서 분만실이 없는 지역에 병원을 설립하고 의사를 고용해, 산모가 안심하고 진료받으며 무사히 출산할 수 있게 되었으면 합니다.”


- 분만 진료를 어렵게 하는 다른 요인들이 있나요.

“불가항력적인 분만 사고임에도 의사가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 분만 진료를 포기하게 만듭니다. 이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젊은 의사는 산부인과를 선택하지 못할 것입니다. 최근에 뇌성마비 신생아 분만을 담당한 산부인과 의사에게 법원이 12억 원 배상을 판결했습니다. 의사가 의무를 다했더라도 결과가 좋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국가에서 전적으로 보상해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의 경우 정부에서 3억 원을 보상해 줍니다. 한국은 겨우 3000만 원입니다. 나머지 비용을 의사가 전부 책임져야 합니다. 최근 정부가 무과실 분만사고의 국가보상 한도를 실제 민사배상 수준으로 증액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좋은 결론이 나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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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 교수가 저출생 극복에 대한 기여를 인정받아 국무총리 표창을 받고 있다.

 

- 출생아 수는 줄어드는데 조산아 수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아이는 물론 산모까지 위험해질 수 있는 조산을 예방할 방법은 없을까요.

“현재 대한민국은 전체 출산율이 줄어드는 추세지만, 고령 임산부가 늘어나면서 조산과 고위험 임신의 위험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몇 가지 중요한 예방 방법을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건강한 식습관 유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영양가 있는 식사로 산모와 태아의 건강을 잘 관리해야 합니다. 둘째,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규칙적이고 적절한 운동을 권장합니다. 셋째, 스트레스 관리가 필요합니다. 충분한 휴식과 취미 생활을 통해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과거 조산을 한 적이 있다면 조산의 발병률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산부인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 태아알코올증후군 예방연구소를 설립하셨습니다. 임산부가 음주와 흡연 시 어떤 문제점이 생길까요.

“임신 중 음주는 태아 알코올 증후군(fetal alcohol syndrome)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태아의 얼굴에 기형을 초래해 눈이 작아지고, 위쪽 입술이 얇아지며 인중이 평평해질 수 있습니다. 출생 전후의 성장 속도가 느려질 수 있고, 지적장애 및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ADHD) 등 신경 발달 장애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산모의 음주율이 비교적 낮지만, 임신 초기에는 임신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알코올을 섭취하기도 해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임신 중 흡연 역시 신생아 저체중 출생의 위험을 증가시키고, 태반의 기능을 저해해 태반 조기 박리 등 조산의 위험을 높입니다. 흡연은 또 태아의 폐 발달을 방해해 출생 후 호흡기 질환, 면역 시스템의 약화, 정서 발달 등의 다양한 문제를 유발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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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유 수유의 장점을 소개해 주십시오. 모유 수유를 보다 많은 엄마가 하려면 어떤 점이 바뀌면 좋을까요.

“모유 수유는 아이의 건강한 미래를 위한 중요한 첫 걸음입니다. 아기의 면역력 향상뿐만 아니라 아토피, 천식, 비만 등의 질병을 낮추고 두뇌 발달에도 좋습니다. 모성에서는 고지혈증, 당뇨병, 유방암 등 질병 가능성이 내려간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모유 수유율은 2010~2012년 66%에서 2019~2020년에는 34%로 떨어졌습니다. 여성의 사회 참여율이 상승하는 데 비해 제도적인 지원이 부족해 사회활동과 모유수유를 병행하기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입니다. 보다 적극적인 사회적 제도의 지원과 산후조리원의 시스템 변화 등을 통해 모유 수유가 어렵지 않다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제가 회장으로 있는 모유수유넷을 통해 이러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 저출생(출산) 극복을 위해 어떤 정책이 마련되면 좋을까요.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충격적인 숫자였습니다. 저출생(출산) 정책을 한마디로 말하긴 어렵지만, 우선 급할 때 언제든 맡길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합니다. 요즘 주변에서 ‘아이 낳으면 짐이다’, ‘육아가 힘들다’, ‘아이 키우기 쉽지 않다’ 같은 말만 들려옵니다. ‘아이 낳으면 좋다’, ‘육아는 행복하다’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돼야 합니다. 이민자를 대우하는 분위기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K-문화 덕분에 전 세계 많은 이들이 한국에 와서 살고 싶어 하는데, 우리는 여전히 이들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필리핀, 파키스탄, 네팔 등에서 온 엄마들이 아이 돌보기 어려워하고, 아이들 역시 학교에서 적응이 쉽지 않다고 합니다. 이민을 늘리고 정착을 도와 다 함께 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아동 친화적인 사회 분위기도 조성해야 합니다. 독일은 부모 중 한 명 이상과 동반하는 자녀는 14세까지 기차 요금이 무료이고, 17세까지 무료로 입장하는 박물관도 많습니다. 우리나라는 대부분 36개월 이상이면 성인에 버금가는 입장료를 내야 합니다. 자녀가 있는 가정이라면 다양한 이용요금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나아가 부모와 동반한 자녀는 국가유공자급으로 대우해 공공시설 이용요금 감면이나 무료 혜택을 주고, 교통요금을 할인받을 수 있도록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어야 저출산(출생) 문제를 조금이라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금재 맘스커리어 대표 겸 브릿지경제 객원기자 ceo@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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