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비바100 > Leisure(여가) >

[비바100] 말 많고 탈 많은 아파트… '과학'이 산다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김홍재 '아파트 속 과학'

입력 2024-09-07 07:00 | 신문게재 2024-09-06 11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2024090601010003365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인 절반 이상이 아파트에 산다. 전체 주택의 3분의 2가 아파트다. 가히 ‘아파트 공화국’이다. 외국애선 아파트가 ‘저렴하게 거주할 수 있는 집단 거처’인데 유독 한국에선 ‘누구나 갖고 싶어하는 선망의 주거 공간’이다. 이 책은 그런 아파트를 과학의 시선으로 해부했다. 무심코 지나칠 상식과 정보들을 흥미롭게 일러준다. (*작년에 출간되어 ‘신간’은 아니지만 최근 아파트 이슈가 많아 특별 게재합니다.) 

 

2024090601050003187
아파트 속 과학|김홍재|어바웃어북
 

◇ 다양한 종류의 아파트 ‘면적’

 

24090514


아파트에는 ‘면적’이 많다. ‘전용면적’이 가장 대표적이다. 개별 세대가 독점해 사용하는 공간이다. 여기에 주거공용면적을 합한 것이 ‘공급면적’이다. 3.3㎡ 분양가의 기준이 되는 면적이다. 공급면적 중 전용면적 비율이 ‘전용률’이다. 전용률이 높을수록 세대 내 생활공간이 넓다는 뜻이다. 국내 아파트는 70~80% 수준이다. ‘계약 면적’은 건설사가 입주민들에게 약속한 모든 제공 면적의 합이다. 전용면적에 계단과 복도, 엘리베이터 같은 주거공용면적과 노인정, 주차장 같은 기타공용면적을 합한 개념이다. 발코니 면적을 뜻하는 ‘서비스 면적’도 있다. 요즘은 발코니 확장이 합법화돼 전용 면적이 30% 가까이 늘어나 공급면적보다 전용면적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 최소 주거기준 상향의 필요성

한국은 법률로 주거 면적 등의 ‘최저주거기준’을 정하고 있다. 현재 1인 가구는 방 1개에 14㎡, 부부로 구성된 2인 가구는 방 1개에 26㎡, 부부에 자녀 하나인 3인 가구는 방 2개에 36㎡, 부부에 자녀 둘인 4인 가구는 방 3개에 43㎡가 최저 기준이다. 이 기준은 공공임대 아파트에서 각 세대 면적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고려 사항이 된다.

그런데 이것이 2011년 기준이라 상향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4인 가구 43㎡ 최저기준은 아파트에서 실제 거주 공간을 가리키는 전용면적에 해당한다. 여기에 계단 엘리베이터 등 주거공용면적을 더하면 공급면적이 대략 66㎡(약 20평)가 된다. 협소주택이 많은 일본의 3인 40㎡, 4인 50㎡에 비해서도 좁다는 것이다.


◇ 일조권과 조망권 분쟁 이슈

대법원은 1999년에 햇볕이 차단되어 불이익을 받을 경우, 그 방해의 정도가 사회통념상 참을 수 있는 ‘수인한도’를 넘는다면 위법한 것이라 판시했다. 1년 중 해가 가장 짧은 동짓날을 기준으로 9시부터 15시까지 6시간 중 연속 2시간 이상, 8시부터 16시까지 8시간 중 4시간 이상 일조를 확보 못하면 한도를 넘은 것으로 본다고 명시했다.

반면에 조망권은 법적으로 보호받기 까다롭다. 대법원은 2004년에 ‘조망에 특별한 가치가 있고 사회통념상 조망 이익이 승인돼야 할 정도로 중요하다 인정될 경우 법적 보호 대상’이라고 판시했다. 다만, 인공적으로 시설을 갖춤으로써 향유하는 조망 이익은 보호 대상에서 제외해, 아파트의 조망 이익은 법적으로 보호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 층간 소음은 ‘빨리 짓기’의 시대적 산물?

아파트 층간 소음은 두꺼운 벽이 천장을 떠받치는 ‘벽식 구조’로 지어져 벽을 타고 고스란히 소음이 전달되기 때문이다. 빨리 아파트를 지어야 이익이 났기에 공사기간이 짧고 비용이 저렴한 벽식 구조가 선호된 탓이다. 기둥 위에 보(beam)를 얹은 후 천장을 올린 ‘라멘 구조’나 기둥이 천장을 떠받치는 ‘무량판 구조’가 소음 차단 측면에선 유리하다.

층간 소음의 객관적 기준은 법률로 정해져 있다. 주간(새벽 6시~저녁 10시)과 야간(저녁 10시~새벽 6시)을 구분해 평균치인 ‘등가소음도’와 최대치인 ‘최고소음도’로 규제한다. 직접 충격 소음은 1분간 등가소음이 주간 43dB 이하, 야간 57dB 이하다. 공기전달 소음은 5분간 주간 45dB, 야간 40dB 이하라야 한다. 몸무게 28㎏ 아이가 1분간 뛸 때 소음이 43dB 정도다.


◇ ‘무량판 구조’가 아파트 붕괴의 원흉일까

 

24090515


2000년대 건설된 아파트의 98% 이상이 ‘벽식 구조’다. 뛰어난 경제성 때문이다. 하지만 아파트가 고층화·고급화 하면서 무량판 구조가 점증하고 있다. 그런데 이 구조가 대규모 붕괴 사고의 원인으로 의심받고 있다. 대규모 참사를 부른 2022년 1월 광주종합터미널 옆 아파트와 1995년 6월의 삼풍백화점이 모두 무량판 구조였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러나 정작 이들 붕괴 사고의 원인은 부실시공 및 운용 탓이 더 크다고 말한다. 실제로 삼풍백화점 사고의 결정적 원인은 옥상 냉각탑을 롤러로 굴려 옮긴 탓으로 밝혀졌다. 15톤이나 되는 냉각탑이라 크레인으로 옮겼어야 했는데, 비용을 아끼려 편법을 쓰다 건축 구조물에 치명적 손상이 가해졌던 것이다.


◇ 만일 엘리베이터가 추락한다면…

 

2024090601010003328
엘리베이터는 최대 정원의 30배까지 견딜 수 있도록 제작돼 추락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엘리베이터는 3만 개 이상 부품으로 이뤄진 정교한 기계장치다. 여러 겹 강철을 꼬아 만든 로프를 5개에서 9개까지 사용하며, 최대정원의 30배를 견디도록 제작된다. 추락 방지용 제동기에 최악의 위기상황까지 상정해 ‘조속기’가 설치되어, 엘리베이터가 바닥까지 추락할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다. 최후의 보루로 ‘비상정치장치’와 바닥 완충기도 있다.

그럼에도 만의 하나 엘리베이터가 바닥으로 추락한다면? 엘리베이터가 20층 높이에서 떨어져 바닥에 부딪힐 때 속도는 시속 150㎞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바닥에 등을 대고 큰 대자로 누워 충격을 분산하는 게 그나마 가장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길이라고 말한다. 이 때 머리는 가방이나 외투로 감싸 보호한다.


◇ 대형 화재에 취약한 아파트

아파트에선 화재 시 플래시오버(flashover)가 발생할 수 있다. 천장에 가연성 가스가 꽉 차 있다가 순간적으로 고온에서 터지는 현상이다. 엘리베이터 통로와 계단은 뜨거워진 연기가 빠르게 확산하는 연돌효과(stack effect)로 화재 시 탈출이 쉽지 않다. 하지만 그나마 계단이 가장 안전한 대피처다. 옥상이나 건물 중간에는 ‘피난안전구역’도 설치되어 있다. 아파트 열감지기는 평균 168초만에 작동한다. 연기감지기는 평균 62초 밖에 걸리지 않는다. 스프링쿨러는 72도 이상으로 온도가 올라가야 물을 뿌린다. 화재가 가장 잦은 주방에는 100도 이상 열이 감지되면 가스를 차단하고 140도 이상이면 자동으로 소화액이 분사되는 주방용 자동 소화장치가 별도 설치된다.


◇ 범죄 환경을 완화해 줄 ‘셉티드’

주변 환경을 범죄가 발생하기 어려운 구조로 설계해 범죄 기회를 차단하는 범죄 예방 전략을 ‘셉티드(CPTED, 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라고 한다. 국내에서도 국토부 건축 기준 고시를 통해 500세대 이상 아파트에 대해 셉티드가 의무화되었다가 2019년부터 100세대 이상 아파트로 범위가 확대되었다.

셉티드 시범 지역에서는 5대 범죄 발생 건수가 65%나 줄었다고 한다. 셉티드는 범죄 예방 뿐만아니라, 범죄가 발생하더라도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한 목적이다. 미관도 해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같은 지역 비슷한 시기에 공급된 아파트라도 셉티드 적용 기준과 기법이 제각각이라 정비가 시급한 형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 통풍의 중요성

아파트 단지도 통풍이 대단히 중요하다. 건폐율이 50% 이상이면 원활한 통풍이 어렵다. 건축물의 입면적 합계를 조망면적으로 나눈 ‘차폐율’이 낮아야 바람이 잘 통하는 구조다. 주된 바람 흐름 방향으로 ‘필로티’를 설치하면 차폐율을 낮출 수 있다. 필로티는 건물 1층 전체 또는 일부를 뻥 뚫어, 건물을 2층 레벨까지 들어 올려 지상층을 개방하는 개념이다.

최근 고층 아파트에서 ‘빌딩풍’이 이슈다. 고층 건물 사이에서 풍속이 빨라지는 ‘벤투리 효과’ 때문이다. 상층부에서 빠르게 불던 바람이 건물과 부딪혀 떨어지는 ‘와류 유동’도 빌딩풍의 한 원인이다. 건물과 건물 사이가 너무 좁아지지 않게 하거나 빌딩 외관을 부드러운 곡선이나 나선 형태로 만드는 등 설계 단계부터 세심한 고려가 필요하다.


◇ 다양한 사고의 원인 ‘주차장’

 

2024090601010003663
지하 주차장 진입 공간은 최소 조도 300럭스 이상 이어야 한다.(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현행 법률상 원칙적으로 지하주차장은 27m 이상 높이가 확보돼야 한다. 주차 단위 구획 기준은 30년 만에 2018년에 너비 2.5m·길이 5m 이상으로 상향되었지만 문제는 주차 자릿수다. 서울시는 전용면적 85㎡ 이하 단지에서는 75㎡ 당 1대 이상, 그 이상은 65㎡ 당 1대 이상 주차공간을 확보케 되어 있는데, 턱없이 낮아 법정기준을 높이자는 목소리가 많다. 지하 주차장은 차도가 따로 없어 위험해 조명이 필수다. 지하 진입공간은 최소조도가 300lx(럭스) 이상이어야 한다. 주차 공간도 최소 10lx 이상이고, 최대조도와 최소조도 차이를 10배 이내로 관리해야 한다. 환기를 위해 커다란 송풍기와 배풍기를 활용한 기계환기 설비도 필수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