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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9년만의 ‘파우스트 교향곡’ 최수열 지휘자 “리스트 스스로를 투영한 양면성 그리고 위안”

[人더컬처] '파우스트 교향곡' 최수열 지휘자

입력 2024-08-21 18:00 | 신문게재 2024-08-2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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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oChoiSooYeol
9년여만에 리스트의 ‘파우스트 교향곡’을 선보일 최수열 지휘자(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

 

“낭만주의 시대의 작곡가들은 감정적인 표현과 인간 개인에 대한 생각을 음악에 담고자 했습니다. 괴테가 ‘파우스트’에서 제시한 인간의 자아에 대한 화두는 분명 그 당시 작곡가들에게는 탐나는 주제였을 겁니다.”  

 

클래식 레볼루션(9월 7~11일 롯데콘서트홀) 셋째 날(9월 9일) 프란츠 리스트(Franz Liszt)의 ‘파우스트 교향곡’(A Faust Symphony)을 선보일 지휘자 최수열은 수많은 작곡가들이 요한 볼프강 폰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의 ‘파우스트’를 바탕으로 음악을 꾸린 데 대해 이렇게 밝혔다. 

 

그와 테너 이범주, 한경 arte필, 콜레기움 보칼레 서울이 함께 할 리스트의 ‘파우스트 교향곡’ 연주는 2015년 임헌정 지휘자가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와 ‘파우스트’를 주제로 진행한 ‘파우스트와 만나다 II: 악마와의 거래를 연주하다’ 이후 9년여만이다.  

 

0816 최수열03_ⓒ심규태
9년여만에 리스트의 ‘파우스트 교향곡’을 선보일 최수열 지휘자(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

그의 말처럼 리스트를 비롯해 ‘파우스트 실잣는 그레첸’(Gretchen am Spinnrade)을 쓴 프란츠 슈베르트(Franz Peter Schubert), ‘파우스트의 겁벌’(La damnation de Faust Op. 24)의 루이 베를리오즈(Louis Hector Berlioz), ‘파우스트 환상곡’(Faust Fantasy)의 파블로 데 사라사테(Pablo de Sarasate), 오페라를 쓴 샤를 구노(Charles Francois Gounod), 가곡 ‘메피스토펠레의 벼룩의 노래’(The Song of the Flea)의 모데스트 무소륵스키(Modest Petrovich Mussorgsky), ‘교향곡 8번 내림마장조-천인’(Symphony No. 8 in E♭ major, Symphony of a Thousand)의 구스타프 말러(Gustav Mahler) 등 수많은 음악가들이 괴테의 ‘파우스트’를 음악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데는 ‘인간’이 있었다. 

 

최수열 지휘자의 호소(?)처럼 “읽기도 이해하기도 어려운” ‘파우스트’를 스토리텔링이 아닌 오롯이 캐릭터의 성격 묘사에 집중해 음악적으로 표현한 작품이 리스트의 ‘파우스트 교향곡’이다.  

  

“파우스트와 그레첸, 메피스토펠레스 그리고 오르간과 합창, 테너 솔로 등이 어우러지는 구원까지 4개 부분으로 나뉘죠. 파우스트 악장에는 주제가 20개 정도가 나와요. 심리적으로 뭔가 요동을 치는데 평온했다가 동경했다가 휘몰아쳤다가 안정을 취했다가 승리를 향해 가기도 하고…우왕좌왕하죠.”

 

이어 “그레첸은 일관성있게 사랑을 주제로 하고 악마 혹은 파우스트 내면의 악한 모습일 수도 있는 메피스토펠레스는 자극적이고 빠른 템포, 거친 주제들 등으로 묘사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리스트가 피아니스트로 그러했듯 강한 것은 너무나도 거칠게, 여린 것은 한없이 부드럽게, 치열한 것은 극적으로 치닫을 정도로 격하게 표현하고 있어요. 그렇게 리스트는 방향성이 매우 확실한 음악을 보여주는 음악가죠.” 

 

최수열 인터뷰 사진 (1)
최수열 지휘자(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

 

지휘자로서 리스트가 느낀 파우스트에 대한 질문에 그는 “‘파우스트 교향곡’에 리스트 자신을 투영했다고 분명히 느낀다”며 “오랜 시간 동안 이 작품에 몰두했던 것도 자신의 삶을 ‘파우스트 교향곡’에 녹이기 위해서가 아닐까 싶다”고 밝혔다.

 

“천재 피아니스트로서 온갖 주목을 받았지만 그로 인해 압박과 고뇌도 공존했어요. 리스트는 파우스트와 메피스토펠레스의 양면성으로 자아를 표현하고 그레첸과 마지막 코랄을 통해 스스로를 위안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누구나 하는 혹은 이미 너무 잘하는 사람이 있는 분야가 아닌 것들을 하고자 했던” 그는 교향시와 현대음악을 꾸준히 선보여온 지휘자다. 이에 대해 “하고 싶은 게 있고 실제로 잘하는 게 있고 해야만 하는 음악이 있는데 세 가지를 다 충족시킨 게 현대음악”이라고 털어놓았다. 

 

0816 최수열03_ⓒ심규태
9년여만에 리스트의 ‘파우스트 교향곡’을 선보일 최수열 지휘자(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

그의 주종목(?)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현대음악으로 ‘파우스트’를 표현한다면”이라는 질문에 그는 “워낙 대작이기 때문에 저 역시 스토리텔링보다는 리스트 식의 성격묘사가 적절한 방법이라고 생각된다”고 전했다. 

 

“현대음악의 범위 내에서는 얼마든지 음악이 더 과감해질 수 있거든요. 이를 테면 음향적이나 구조적인 아이디어를 넣어 파우스트의 묘사는 더 혼란스럽게, 메피스토펠레스는 훨씬 자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공연에서 그는 70여분에 달하는 ‘파우스트 교향곡’ 단 한곡만을 연주한다. 그의 전언처럼 “기획하는 입장에선 체감시간 보다는 소요시간이 중요하다보니 사실 ‘파우스트 교향곡’ 한곡만을 연주하는 건 드문 일”이다. 

 

그는 “물리적으로는 다소 짧은 시간일 수도 있지만 저는 음악을 들을 때 체감 시간을 훨씬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라며 “이 한곡만 들어도 충분하다는 생각에 다른 서곡 등 없이 ‘파우스트 교향곡’만을 연주한다”고 설명했다.

 

“체감시간을 좌우하는 요소는 음악 안에 들어있는 내용이죠. 기승전결이 들어간 20분짜리 교향시와 변주곡 형태의 짧은 20분짜리 협주곡은 소요시간은 같아요. 하지만 관객들이 느끼는 무게감은 분명 다를 겁니다. 전자가 뭔가를 덧붙이는 곡들이 투머치로 느껴질 수 있다면 후자의 경우는 다른 작품으로 밸런스를 만들어야 청자의 만족도와 집중도가 좋아진다고 생각합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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