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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 오스칼 김지우 “나, 타인 그리고 조국에 대한 사랑, 어디에나 있고 언제나 있었던 이야기”

[人더컬처]

입력 2024-09-04 18:00 | 신문게재 2024-09-0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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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우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 오스칼 역의 김지우(사진=허미선 기자)

 

“이 이야기는 모든 것에 대한 사랑이 있기에 일어나는 일들이라고 생각했어요. 나 자신이 나를 사랑하는 걸 수도 있고 연인, 사람, 조국을 사랑하는 걸 수도 있고…다양한 사랑이라고 저는 생각을 했어요. 그 사랑이 사람과 사람, 나라, 사물 하나하나에 대한 사랑으로까지 뻗어나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사랑이 아니면 펼쳐나가실 수 없는 이야기죠.”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La Rose de Versailles, 10월 13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왕실 근위대장 오스칼 프랑소와 드 자르제(김지우·옥주현·정유지, 이하 가나다 순)로 분하고 있는 김지우는 작품의 핵심을 “사랑”이라고 강조했다.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는 이케다 리요코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프랑켄슈타인’ ‘벤허’ ‘삼총사’ ‘영웅본색’ ‘신데렐라’ ‘잭더리퍼’ ‘조로’ 등으로 호흡을 맞춘 왕용범 연출과 이성준 작곡·음악감독이 무대화한 작품이다. 

 

대대로 프랑스 왕실 근위대를 이끌어온 자르제 가문의 막내딸로 태어났지만 아들로 키워져 근위대장이 된 오스칼과 그의 애틋한 소꿉친구 앙드레 그랑디에(고은성·김성식·이해준), 반쪽짜리 귀족으로 부조리한 세상에 혁명을 부르짖는 신문기자 베르날 샤틀레(노윤·박민성·서영택), 마리 앙투아네트를 조정하는 폴리냑(리사·박해미·서지영)의 버려진 딸로 길러준 엄마의 복수를 꿈꾸는 로자리 라 모리엘(유소리·장혜린) 등이 ‘내가 살고 싶은 세상’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이야기다.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 김지우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 공연장면 중 오스칼 역의 김지우(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어느 세계, 어느 시대나 존재했던!

 

“사실 내용을 보면 우리네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사회랑 다르지가 않아요. 혁명이라는 건 어느 세계, 어느 시대나 존재했거든요. 지금도 모두가 알게 모르게 속에서 되게 많이 싸우고 있다고 생각해요. 언제 어디서나 보이지 않은 이 싸움은 존재했지만 사랑이 있어서 지금 우리가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거잖아요. 배경이 프랑스여서 그렇지 대한민국을 빗대면 대한민국 이야기가 될 수 있죠.”


김지우는 그 주제를 가장 잘 담은 장면으로 피날레를 장식하는 ‘나를 감싼 바람은 내게만 불었나’를 꼽았다.

 

‘형편없이 작은 존재’라도 ‘자기 진실을 따라’ ‘나에게 주어진 삶’을 살 자유, 저마다의 ‘마음의 자유’를 위해, 살고 싶은 세상을 위해 스스로 ‘깃발’이 돼 ‘다 함께 가자’를 부르짖는 곡이다.

“정말 살고 싶은 세상에서 살고 싶은 나. 제가 중점적으로 얘기하고 싶은 게 딱 이거였어요. 제가 살아가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살고 싶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거든요. 모든 것에 대한 사랑이 없다면 왜 살아야겠어요. 그 마지막 곡 가사 하나하나에 다 담겨 있다고 생각해요. 그 가사에 담겨 있는 메시지가 너무 좋아서 매번 부를 때마다 울컥울컥 해요.”

귀족들의 부조리, 국민들의 고통 등에 오스칼을 필두로 모두가 떨쳐 일어나는 이 장면에 대해 김지우는 “원래 디렉션은 로자리를 보면서 ‘우리 함께 가자’고 하는데 저는 모든 배우들을 보면서 하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베르사유의 장미 김지우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 오스칼 역의 김지우(사진=허미선 기자)

 

“누구 한 사람이 만들어낸 게 아니라 다 같이 만들어낸 건 거잖아요. 그래서 저는 모두를 보면서 노래하는데 그때 배우들의 눈빛이 진짜 어마어마해요. 한 마디 대사도 없이 눈빛을 보낼 뿐인데 정말 엄청난 에너지를 받아요.” 

 

이를 “트럭 위에 올라간 느낌”이라고 표현한 김지우는 “어느 나라, 어느 시대에 가져다 놔도 다르지 않은 이야기여서 마지막이 굉장히 웅장해진다”고 밝혔다.

“마지막에 죽음을 맞아 베르날한테 안겨서 갈 때 전혀 외롭지가 않아요. 죽었으니 끝났다가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이다’ ‘(썩어빠진 귀족들) 너희는 이제 죽었다’ 싶고 정말 든든하고 기분이 굉장히 묘해요. 진짜 무서울 게 없달까요. ‘나 후회 없이 살았어’가 절로 나와요. 프랑스 이야기지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혼자가 아닌 함께 만들어가는 “엄청난 시너지가 너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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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 공연장면 중 오스칼 역의 김지우(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저는 여자로 태어나 여자로만 살았지 딸로 태어나서 아들로 살아본 적이 없어서 오스칼의 감정이 뭘까 이해하기가 너무 어려웠어요.


다양한 인물들의 등장과 방대한 서사를 압축하고 생략하며 3시간 남짓의 무대극으로 꾸릴 수 있었다. 

 

그 과정 중 신분 차이로 조심스러워지고 다소 늦게 깨달은 앙드레와의 사랑, 지금까지도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 마리 앙투아네트와의 연대, 왕비의 숨겨진 연인 페르젠에 대한 연심, 여자로 태어나 남자로 살아야하는 번뇌와 고통 등 생략되고 압축된 감정들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마리 앙투아네트와 페르젠을 목격하고 피난시키는 계단 신은 지금도 너무 어려워요. 마리의 ‘같은 여자로서 이해해 줄 거라고 생각했는데’라는 마리의 말을 어떻게 받아야할지부터 고민이었어요. 여자 입장에서 대꾸를 해야할지 나라를 생각하는 사람이어야 할지…연습 과정에서는 제 안에 100만명의 김지우가 등장해 고민한, 순식간에 훅 지나가는 듯하지만 진짜 어려운 장면이죠.”

생략과 압축 등으로 이해하기 어려워진 캐릭터의 감정들은 결국 함께 하는 사람들로 구체화됐다. 김지우는 “그 어렵던 감정들이 앙드레, 폴리냑, 베르날 등을 비롯한 시민 배우들과 맞닥뜨리면서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다”고 털어놓았다.

“저 혼자 제 입장만을 생각하면서 대본을 보다 보니 이해가 안됐던 부분들이 많았어요. 그 부분들이 상대 배우들 저마다가 가진 감정들과 부딪히니 알겠더라고요. 연습 초반에는 1막 마지막 곡인 ‘어둠 끝에서’를 부르는 게 너무 억울했어요. 내가(오스칼) 시민들에게 무조건 혁명을 하지 말라는 것도 아닌데 싶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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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 오스칼 역의 김지우(사진=허미선 기자)

타인이 극과 캐릭터를 이해하는 과정을 따라가면서 자신만의 오스칼을 만들어간 김지우는 “그 과정에서 공연은 진짜 나 혼자 아는 게 아닌,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처음에는 화만 났는데 시민들 그리고 그들의 감정과 부딪히다 보니 여러 입장들이 메꿔지면서 점점 복잡한 감정들이 생겨났죠. 그렇게 함께 하면서 생겨나는 엄청난 시너지가 너무 좋아요.”


◇전혀 다른 이해준·고은성·김성식 앙드레 그리고 옥주현·정유지 오스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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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 오스칼 역의 김지우(사진=허미선 기자)

“군인으로서의 행동이 너무 어려웠어요. 앙드레 배우들을 붙들고 정말 많이 배웠죠. (고)은성씨는 처음부터 장난꾸러기 친구로 지내다 오스칼과 함께 성장하는 앙드레같아요. (이)해준 앙드레는 처음부터 모든 걸 알고 있으면서 옆을 지키는, 안되는 건 안된다고 얘기해주는 보호자 같은 느낌이죠.”


이어 이해준에 대해 김지우는 “혁명에 대한 각성을 하고서도 ‘조심해야 한다’고 얘기해주는 약간 큰 오빠 같은 앙드레”라고 덧붙였다.

“(김)성식씨는 어떤 순간에는 굉장히 오빠 같다가 또 굉장히 동생 같아요. 상황에 따라 맞춰주는, 굉장히 유동성 있는 앙드레죠.”

김지우와 오스칼로 분하고 있는 정유지에 대해서는 “(‘노트르담 드 파리’의) 에스메랄다나 마리 앙투아네트처럼 예쁘거나 관능적인 역할을 주로 해서 스스로도 고민이 많았다”며 “그 친구가 가진 목소리 톤과 소년미가 오스칼과 너무 어울린다”고 전했다.

“노래할 때 목소리와 평소 말할 때 목소리 그리고 다듬어지지 않은 소년스러움이 너무 귀여워요. 정제되지 않은 소년미가 너무 사랑스럽다 보니 후반부로 갈수록 안타까워지는 것 같아요. 너무 아이 같아서 마음 아파하는 걸 보면 안쓰럽고 보듬어주고 싶은 오스칼이죠.”

옥주현의 오스칼에 대해서는 “처음 봤을 때는 굉장히 ‘딴딴한’, 누가 와도지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이다 보니 어느 순간 연약한 부분을 드러났을 대 굉장히 이팩트가 크게 온다”고 밝혔다.

“그 반향이 너무 커서 어떻게 감싸줘야하나, 치유가 될까 안쓰러움이 느껴지는 오스칼이에요. 엄마를 같달까요. 엄마를 보면 그렇잖아요. 되게 강하고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엄마가 우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와장창 무너지는 느낌이요. 그래서 마지막이 너무 속상해요. 앙드레를 떠나보내고 혼자 울고 있는 모습이 너무 안쓰럽고 가슴이 무너져 내리죠.”


◇‘빈틈’을 촘촘히 채우며 “후회하고 싶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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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 오스칼 역의 김지우(사진=허미선 기자)

 

“마지막 공연까지 느슨해지지 않고 잘 발전시키고 싶어요. 관객분들이 ‘빈틈’이라고 느끼시는 부분을 촘촘하게 메꾸는 건 저희들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그 작업들은 배우인 저희들에겐 기회가 아닌가 싶기도 해요. 오스칼이 성장해가는 과정에서 빈틈을 느끼시지 않도록, 절대 어느 하나도 놓치거나 흘리지 않고 잘 챙겨서 성장시키고자 하는 욕심이 있어요.”

이에 김지우는 차기작도 이미 정해졌지만 “우선은 이 공연을 잘 마무리하는 게 저의 목표”라며 “매번 같은 컨디션을 유지해야만 앙드레도 잘 떠나보내고 깃발을 들고 ‘함께 가자’ 부르짖으며 한회 공연을 제대로 마무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털어놓았다.

“연습기간에는 극 후반 앙드레를 떠나보내고 절규하는 장면을 좀 살살 해볼까 생각도 해보긴 했어요. 하지만 살살 하는 거 자체가 더 힘들었어요. 살살 하자 하는 순간 와장창 다 깨져버리거든요. 목 상태도 오히려 안좋아졌죠. 끝나는 날까지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다 쓰고 쏟을 수 있는 만큼 다 쏟아내고 싶어요. 대충 하고 싶지 않아요. 후회하고 싶지도 않아요. 혼신을 다해 ‘베르사유의 장미’, 오스칼에 집중하는 게 제 목표죠.”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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