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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기업 생존 걸린 ESG… EU 택소노미 주목하라

[딜로이트 인사이트 리포트] 글로벌 지속가능 공시 의무화 대비

입력 2024-08-20 07:00 | 신문게재 2024-08-2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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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 유럽에서는 탄소배출량 저감과 지속가능한 사회로의 전환으로 경제가 재편되고 새로운 기회가 창출되며 비즈니스 비용이 변동하고 있다. 기업들에게는 그 영향이 극명하다. 기업이 지속가능성을 강화하지 못할 경우, 소송과 규제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을뿐더러 매출손실과 평판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기후위기 대응 등 지속가능한 경제성장과 발전을 위해 이미 세계 주요국들은 기업들의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을 제정하고, 이를 의무화하는 등의 법제화가 이뤄지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의 공시의무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지속가능성 공시 프로세스를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회계기준원은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지속가능성 경쟁력을 유지·강화하기 위해선 주요국의 공시의무사항을 올바르게 준수해야 하기에 이에 대한 명확환 정보와 이해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기업 지속가능성 공시는 필연적이고 우리도 글로벌 타임라인에 맞춰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EU는 이미 지속가능성 의무공시를 위한 지침(CSRD)을 지난해 1월 발효했으며, 미국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올해 3월 최종안을 승인하고 공시규칙을 규정화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23년 6월 국제회계기준(IFRS)산하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가 기업지속가능성 공시의 기준이 되는 IFRS S1(지속가능성 관련 재무정보 공시),IFRS S2(온실가스 배출등 기후관련 공시)를 발표한 이후, 세계 각국은 이를 토대로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공시를 의무화하는 규제화에 돌입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더딘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21년 1월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를 2025년부터 시작하겠다고 계획을 세웠으나 지난해 10월 의무화 시기를 2026년 이후로 미룬다는 결정을 내렸다. 재계 일각에서는 충분한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며 지속가능성 공시의무화 시기를 늦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주요 경제국의 정책추진 의지 및 현 상황과 우리 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해외시장이 절대 필요하다는 현실을 고려할 때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는 시간의 문제일 뿐, 외면할 수 없는 절대 명제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현재 국내 기업들 대부분이 새로운 공시 요건을 충족하려면 갈 길이 멀다. EU의 ‘기업 지속가능성 공시 지침’(Corporate Sustainability Reporting Directive, 이하 CSRD)을 중심으로 우리 기업들이 이해하고 준비해야 할 사항들을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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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 지속가능성 공시, 결정적 단계 진입

CSRD는 EU 역외 지역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EU 역외 국가에 본사를 두었으나 EU 규제 영향권에 있는 시장에 상장된 주식 및 채무증권을 보유한 대기업은 일반적으로 이러한 규제의 적용 대상이다. 또한 모회사가 EU 역내에 있는 역외 자회사의 경우, 해당 자회사가 설립된 관할권에서 규정하는 공시 요건을 준수하는 동시에 모회사에 지속가능성 정보를 제공해야 할 수도 있다.

유럽위원회(EC)가 단기적으로는 공시 부담의 범위를 줄였지만, CSRD에 따라 약 5만 개에 달하는 기업이 관련 데이터를 공개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앞서 ‘비재무 공시 지침’에 따라 지속가능성 관련 정보를 공시했던 기업 수와 비교하면 4배가 넘는 수치다. 아직 ‘제한적 인증’이 요구되는 현 단계에서는, 대기업의 경우 이르면 2025년 1월부터 2024회계연도에 대한 공시 의무가 시작된다. EC는 늦어도 2028년 10월까지 ‘합리적 인증’으로 전환을 평가할 계획이다.

이른바 ‘EU 공급망 실사법’으로 불리는 규제가 최근 통과됐다. 올해 4월 EU 의회를 통과한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CSDDD, 이하 ‘실사 지침’)은 EU 역내 대기업(전 세계 순매출액 1억 5000만 유로 이상 및 직원 수 500명 이상인 기업)과 비(非)EU 대기업(EU 내 매출액이 3억 유로 이상인 기업)이 2027년부터 사업과 자회사, 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환경 및 인권 관련 실사를 하도록 하는 법안이다.

‘실사 지침’의 적용 대상은 향후 몇 년간 더욱 많은 기업으로 확대될 것이다. 특히 가치사슬이 국제적인 기업의 경우 이로 인한 규정 준수 의무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해당 제도가 시행되는 2027년까지 대상 기업들이 이에 대응하는 일은 쉽지 않은 과제다.

‘실사 지침’의 요구사항은 CSRD와 맞물리며, 기업들에게 기후 전환 계획의 도입을 의무화하는 최초의 EU 법안이다. 이 때문에 규제 대상이 되는 주요 기업들은 지속가능성 공시를 총체적인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검토해야 하며, CSRD와 다른 규제 요건, 그리고 EU 택소노미(Taxonomy) 규정 간의 연관성을 이해해야 한다.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국제 기준도 진화하고 있다. ISSB는 2023년에 발표한 두 가지 기준을 기반으로 해서 국제 기준을 개발해 나갈 것으로 예상되며 △생물 다양성, 생태계, 생태계 서비스 △인적 자본 △인권 △공시 연결성 등 여러 주제에 대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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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떠오르는 쟁점: 자연 관련 재무정보공개

올해 안으로 ‘자연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NFD)에서 확정되는 프레임워크가 EU 및 국제 공시 프레임워크에 구현될지 여부와 그 구현 방식이 명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프레임워크는 ISSB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TNFD 프레임워크는 기업의 직접적 활동 및 밸류체인에서 생물다양성을 포함한 자연자본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활동을 식별하며, 관련 대응을 공시하도록 하는 자연자본 관련 위험 및 기회를 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그 결과 기업들은 초기 기후 변화 관련 공시를 넘어 더 광범위한 환경 이슈에 초점을 맞추고, 생물 다양성이나 순환성 등 새롭게 떠오르는 주제에 대한 공시 역량을 갖추어야만 할 수 있다.

무엇보다 택소노미 공시가 주목받을 전망이다. ‘EU 택소노미’는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경제 활동에 대한 공시 메커니즘과 기준을 나타내는 분류 체계이다. EU 택소노미 8조에 따르면 CSRD 규제 대상에 속하는 기업은 자본 지출, 운영 비용, 매출액 등의 지표를 고려하여 자사의 활동이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 활동과 어떻게, 어느 정도 연관되어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이 정보는 CSRD에서 요구하는 독립적인 인증 대상이다.

EU 택소노미 공시 규정의 영향을 받는 기업은 데이터 프레임워크와 데이터 품질이 이러한 규정에 부합하도록 개선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전환 계획을 설계할 때 EU 택소노미를 도구로 사용할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기업 전환 계획의 품질이 대출 기관과 채권 투자자가 전환 계획의 관점에서 기업의 위험성을 평가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2024년 이후에는 EU 택소노미의 산업 범위와 지속가능한 활동 목록이 확대되어 더 많은 기업이 적용 대상에 포함될 것이다.

EU 택소노미는 현재 13개 산업을 다룬다. 현재 적용되는 산업에는 임업, 환경 보호 및 복원, 제조업, 에너지, 상하수도 및 폐기물 관리·재생, 운송, 건설 및 부동산, 정보통신, 프로페셔널·과학·기술, 금융 및 보험, 교육, 보건 및 사회복지, 예술, 엔터테인먼트 및 레크리에이션 등이 있다. 아직 농업을 비롯해 중요한 산업이 적용 대상에서 누락되어 있다. 그러나 택소노미에 포함되지 않은 산업에 속하는 기업이라고 할지라도 택소노미에 포함된 활동에 투자하는 경우 해당 자본 지출에 대해 보고할 의무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 국가 경제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목표와 우선순위를 가진 분류 체계가 생기고 있다. 그러나 EU 택소노미는 가장 광범위하고 선진적인 프레임워크로, 다른 국가에서도 이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영국도 대부분 EU 택소노미에 맞출 것으로 예상되며, 일부만 자국 경제의 특수성을 반영해 수정할 예정이다. 따라서 전 세계적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은 개별 국가 차원의 규제 진전 상황과 함께 이것이 자사 사업 운영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모니터링해야 한다.

 


◇ 기업이 지금 당장 해야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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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진 한국 딜로이트 그룹 ESG 통합서비스 그룹 리더

지속가능성 공시는 단순히 규정 준수에 그치지 않는다. 기업은 글로벌 및 지역 규제에 완벽하게 대응하기 위해, 공시 요건의 이행이 어떻게 규정 준수를 넘어 전략과 거버넌스, 운영, 데이터에 광범위한 변화를 불러올지 고민해야 한다.


우선 전략적인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

천편일률적인 방식은 없다. 효과적이면서도 응집력 있는 사업 전략은 비즈니스의 지속가능한 변화를 지원하는 적절한 데이터 프레임워크를 기반한다. 또한 전반적인 공시 환경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공시 전략은 기업의 계획 수립에 도움이 될 것이다. 재무 부서가 이러한 프로젝트를 주도할 가능성이 높지만, 회계, 법무, 조달, 컴플라이언스, 홍보, 인사 등 다른 부서들도 참여해야 한다.

다음으로 거버넌스 구조를 평가해야 한다. 기업은 적절한 거버넌스를 마련해 충분한 자원이 지원되도록 계획을 운영해야 하고, 다양한 부서와 프로젝트 간의 종속 관계를 정리해야 한다. 이는 그룹 차원에서 취하는 공시 전략에 따라 지속가능성 연결 공시를 승인해야 할 수도 있는 자회사 이사회와의 관계를 고민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지속가능성 공시 요건이 모든 산업에 걸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필요한 역량이 부족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관련 인증을 위해 준비하고 공시 오류 위험을 관리해야 한다. 기업은 공급망에 관련된 공시 위험을 파악하고, 이를 완화하기 위해 실사 프로세스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공시 목적의 정보 전달을 보장하기 위해 공급업체와 협업하는 과정에 대해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무엇보다 기업들은 내부 역량을 구축하고 인증 모델을 테스트할 때 충분한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기업의 지속가능성 공시가 해당 기업의 경쟁력으로 평가받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공시대응 체계를 신속하게 구축하고, 글로벌 공시규제에서 요구하는 방향으로 ESG경영을 고도화하는 기업이 생존하게 될 것이다.

 

조남진 한국 딜로이트 그룹 ESG 통합서비스 그룹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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