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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깐깐한 명품 고객, AI 믿고 사게 만들어라

[딜로이트 인사이트 리포트] 명품산업과 인공지능의 접목

입력 2024-08-13 07:00 | 신문게재 2024-08-1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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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고액자산가를 주 타깃으로 하는 명품업계도 여타 산업과 마찬가지로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을 어디에 어떻게 투자할지에 대한 고민을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 명품 리테일 산업에서 몇 가지 중요한 요인들 때문에 고객경험 차별화가 시급해지고 있다.

 

첫째, 경기부진과 높은 인플레이션 때문에 잠재적 고객들이 명품에 대한 지출을 줄이는 한편, 고객들은 브랜드 충성심을 유지하면서도 익스클루시브(배타적 독점) 제품 및 행사뿐 아니라 프라이빗(사적) 쇼핑 경험을 원하고 있다.

둘째, 명품업계의 매출 성장률은 예전 같지 않은데, 브랜드 이미지와 공급망 이슈 등 해결해야 할 도전과제들이 증가하고 있다.

셋째, 소비자가 원하는 바가 변화하고 있다. 명품 고객들은 익스클루시브 제품으로는 만족하지 않고 의미있는 경험을 원한다. 개인의 취향을 제대로 파악해 물리적 공간, 디지털 공간을 막론하고 고객경험 전 과정을 통틀어 맞춤형 소통을 제공하는 브랜드를 높이 평가한다. 이에 따라 최고급 고객경험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로 최상위층 고객(VVIP)들의 브랜드 충성심을 유지함과 동시에 변화하는 소비자 습관과 비용 압박에 민첩하게 대응해야 한다.

특히 디지털 경험에 대한 고객 니즈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딜로이트의 ‘컨슈머 시그널’ 데이터 에 따르면, 다양한 연령대의 응답자 상당수가 스마트폰을 활용한 리테일 쇼핑 경험 강화를 원했고, 이러한 경향은 베이비 부머와 X 세대에서 두드러졌다. 또한 스마트폰을 통한 디지털 경험에 실시간 생성형 AI 기능이 포함되기를 원하는 응답자도 적지 않았다.


◇명품 브랜드의 생성형AI 및 데이터 분석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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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산업은 최근 몇 년간 옴니채널(전 방위 쇼핑환경)혁신, 메타버스 등 신기술에 대한 실험적 도입에 여느 산업보다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 가운데 메타버스에 대한 열기는 다소 식은 반면, 생성형AI가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엔비디아(Nvidia)가 리테일 및 소비재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베이에 따르면, 향후 18개월 내 생성형AI 인프라 구축에 투자하겠다는 응답자가 98%에 달했다. 하지만 투자 규모를 미화 500만 달러 미만으로 답한 응답자가 77%에 달하는 등 아직은 대다수 기업들이 생성형AI를 조심스럽게 도입하려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 매출이 5억 달러를 넘는 리테일 기업들 중에서도 생성형AI 투자 규모가 500만 달러 미만이라는 응답이 78%에 달했다. 리테일 기업들이 생성형AI 투자에 이처럼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이유는 장기적 효과와 투자수익(ROI)이 아직 증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리테일 부문은 생성형AI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가. 딜로이트가 최근 글로벌 리테일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베이에 따르면, 대다수 응답자들이 콘텐츠 제작과 브랜드 캠페인 및 마케팅, 크리에이티브 프로세스 강화 등에 생성형AI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실제 명품 브랜드들의 생성형AI 및 데이터 분석 활용사례를 살펴보면, 온라인 및 매장 내 고객경험과 마케팅 강화 등이 주요 목적으로 나타났다. 명품 브랜드들은 궁극적으로 가상 고객 컨설턴트와 맞춤형 쇼핑 추천 등 고도의 맞춤형 고객경험을 강화하기 위해 첨단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유수 명품 기업 구찌(Gucci)의 경우를 보면 이렇다.

구찌는 글로벌 고객 서비스 네트워크인 구찌9(Gucci 9)에 AI를 접목해 아인슈타인(Einstein)이라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아인슈타인의 AI는 단순한 상품 및 쇼핑 문의 외에도 빈티지 가방의 리퍼비싱(오류상품 정상화)재이나 외식업체 구찌 오스테리아(Gucci Osteria) 예약을 원하는 고객들의 문의에 구찌 브랜드의 독특한 정체성을 담은 ‘구찌화’(Guccified)된 간결한 응답을 생성해 응대한다. 매장 방문 고객, 전화 문의 고객, 왓츠앱 문의 고객을 막론하고 아인슈타인의 AI를 통해 총체적인 고객 인사이트로 강화한 긍정적 고객 소통이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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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AI로 증강하는 맞춤형 마케팅

일부 리테일 기업들은 AI 도입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과감히 뛰어드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생성형AI가 마케팅 및 콘텐츠 제작에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딜로이트의 리테일 기업 서베이에 따르면, 응답자의 52%는 향후 12개월 내 홍보 및 보도자료를 위한 콘텐츠 제작에 생성형AI를 활용할 것이라 답했고, 25%는 브랜드 캠페인과 마케팅에 활용할 것이라 답했다.

명품 브랜드의 흔한 마케팅 전략인 익스클루시브 행사를 예로 들어보자. 우선 데이터 분석을 활용하면 큰 손 고객들과 이들의 구매 및 행동 패턴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다. 이어 생성형AI를 활용하면, 더욱 일관적이고도 맞춤화된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구매액 기준을 초과한 VVIP 고객을 익스클루시브 행사에 초대했을 경우, 생성형AI로 사전에 고객 개개인의 취향을 파악하면, 고객은 원하는 분위기의 장소에서 오찬을 즐기고 취향에 맞는 상품을 둘러볼 수 있으며 좋아하는 뮤지션의 라이브 뮤직을 감상할 수 있다. 이처럼 특별한 경험을 한 큰손 고객들은 브랜드 충성도가 한층 높아지고, 이는 매출 신장으로 직결된다.

명품 브랜드는 스토리가 생명이다. 생성형AI를 활용하면 모든 고객소통을 통틀어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콘텐츠 개발을 강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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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AI 도입을 위한 우선 과제는 신뢰 구축

고도의 맞춤형 몰입형 고객경험은 명품 브랜드들의 필수 과제가 됐다. 하지만 그 전에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가 신뢰 문제다.

딜로이트의 소비자 서베이에 따르면, 리테일 기업들이 책임감 있는 방식으로 AI를 활용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는 응답자가 80%에 달했다. 소비자들은 개인정보보호, 투명성, 알고리즘의 편견 등 우려 때문에 AI를 활용하는 기업들에 이 같은 불신을 나타냈다. 일부 소비자들은 본인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가 남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표시했다. AI 의사결정 프로세스가 투명하지 않다는 점도 불신을 조장하고 있다.

‘딜로이트 트러스트ID 리서치’에 따르면, AI를 활용하는 브랜드는 소비자 신뢰가 144%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AI를 신뢰 중심으로 설계하면 직원과 소비자들이 수용할 확률이 한층 높아지고 해당 기업의 시장가치도 네 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신뢰를 구축한 기업들은 경쟁사에 비해 재무성과가 최대 네 배 많았고, 브랜드를 신뢰하는 소비자들은 재구매할 확률이 88% 높았다.

신뢰는 브랜드 충성심으로 직결되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AI를 불신한다. 명품 브랜드들이 이러한 딜레마를 해결하고 데이터와 생성형AI를 활용해 몰입형 고객경험을 창출하려면, 다음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인적 연결: 고객 응대용 AI 툴을 개발할 때 인간적 소통을 우선시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고객의 다양한 상황에 맞춰 총체적인 가이드라인으로 AI를 훈련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고객이 어려운 개인사를 언급하면 AI는 공감과 위로를 표시할 줄 알아야 한다.

△투명성: 고객과 직원을 대상으로 AI가 효과적 소통을 하려면 소통의 목적과 기능을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챗봇과 같은 AI 툴의 활용 사례와 목적을 충분히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역량: AI 툴에 대한 직원들의 수용과 신뢰를 높이려면, 그에 따른 효익과 기능을 직접 경험해 볼 수 있게 해야 한다. 샌드박스 환경에서 시범적으로 직접 AI 툴을 사용하게 하면, 직원 개개인이 그 효과를 체험할 수 있다.

△신뢰성: 고객 응대 업무에 AI 툴을 도입할 때, 분명한 기대치를 설명하고 한계도 충분히 파악해야 한다. 예를 들어, AI 챗봇이 고객의 특정 문의에 답할 수 없을 경우, 즉각 다른 지원 채널로 고객을 안내할 수 있어야 한다. 머신-인간 협업이 점차 매끄럽게 융합되면 AI 기반 경험에 대한 신뢰가 구축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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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정형화로 생성형AI의 효율성 극대화

생성형AI의 효율성은 데이터의 품질에 좌우된다. 하지만 상당수 기업들이 데이터 정형화 문제에 애를 먹고 있다.

우선 비정형 데이터는 수집도 어렵고 인사이트를 도출하기도 어렵다. 개인식별정보(PII)가 포함돼 있는 경우도 많아 소비자 신뢰 및 데이터 보안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또 데이터의 양이 끊임없이 증가하기 때문에, 저장 솔루션 비용이 막대하고 폐기 절차도 복잡하다. 따라서 명품업계가 생성형AI의 잠재력을 십분 활용하려면, 가치있는 데이터와 반복적이고 불필요한 데이터를 분류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최근 적지 않은 명품 브랜드들이 지속가능성 투자를 확대하고 있지만, 제품에 대한 총체적 데이터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원산지 정보가 모호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비정형 공급망 데이터를 정형화해 분석하면, 지속가능성과 공급망 투명성에 대해 소비자들에게 더욱 많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또한 AI를 활용하면 생산 프로세스 간소화, 운영 효율성 개선, 과잉생산 감축 등으로 환경 영향도 최소화할 수 있다.


◇ AI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고객관계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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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환 한국 딜로이트그룹 소비자 부문 리더
명품 산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가상 쇼핑 라운지부터 맞춤형 아이템 및 스타일링 추천까지 생성형AI가 고객경험을 완전히 재편하고 있다. 하지만 혁신은 도전과제도 수반한다. 이러한 대변혁의 중심에는 신뢰라는 깨지기 쉬운 가치가 굳건히 자리잡아야 한다. 신뢰가 깊이 뿌리내리면 전례 없는 혁신과 초고도로 맞춤화된 고객경험이 가능해져, 여느 때보다 심도 깊은 고객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생성형AI의 잠재력을 십분 발휘하려면 리스크와 보상, 신중함과 과감함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 한다. 또한 생성형AI의 자양분이 되는 데이터의 품질을 부단히 개선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끊임없이 투명성을 제고하고 위험을 관리하는 수밖에 없다. 이러한 노력이 수반돼야 생성형AI와 데이터 분석의 장점을 충분히 활용해 고객경험과 브랜드 이미지를 한 단계 높은 차원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김태환 한국 딜로이트그룹 소비자 부문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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