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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탐구생활] 세계 ‘칩워’ 가속… 한국, 시스템반도체 점유율 10% 달성 지상 과제

정부, 시스템반도체 점유율 2030년 10% ‘목표’
이달 ‘시스템반도체 성장전략’ 발표
한국 메모리반도체 생태계 위주로 성장…미국 등과 격차 커
국내 수요 확보·업체 리쇼어링·민간 주도 국가 반도체 전략 수립 제안

입력 2024-08-04 13:09 | 신문게재 2024-08-05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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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전략산업의 핵심인 반도체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 대만, 일본, 유럽연합(EU) 등이 사활을 건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가히 ‘칩워(반도체 전쟁)’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다.


산업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시스템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지형 및 정책 방안 연구’ 보고서는 각국의 반도체 경쟁에 대해 “현재 반도체산업은 주요국의 경쟁적 자원 투입으로 오는 2025년 이후 글로벌 분업 구조 및 주요 기업의 흥망과 생존이 결정될 ‘대전환기’에 돌입할 전망이라며 “미국과 일본, 대만, 유럽, 중국 등 세계 반도체 가치사슬 구성 주요국의 천문학적 시설 및 연구개발 투자로 이번 전환기에 도태될 경우 주요국으로서 입지를 확보할 다음 기회는 없다고 볼 수 있는 정세”라고 진단했다.  

 

한-미 공급망·산업 대화 반도체 포럼<YONHAP NO-1330>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6월 2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 공급망·산업 대화 반도체 포럼에 참석해 있다.(연합)

◇“2025년 이후 글로벌 분업 구조 및 주요 기업 흥망과 생존 결정될 대전환기 돌입”

이에 각국의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R&D)과 투자가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삼성전자 설명에 따르면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로직반도체)는 논리와 연산, 제어 기능 등을 수행하는 반도체로 정보를 저장하는 메모리반도체와 달리 디지털화된 전기적 정보(Data)를 연산하거나 처리(제어, 변환, 가공 등)한다.

최근 세계 반도체시장은 시스템반도체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의 시스템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지형 및 정책 방안 연구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는 5740억 달러로 이 중 메모리는 22.6%, 비메모리(시스템반도체)는 77.4%를 각각 차지한다.

이 같이 시스템반도체 산업이 커지면서 미국은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며 한국과 대만 반도체업체의 미국 시스템반도체에 투자를 이끌어 내고 있다. 한국 정부도 인프라·세제 지원 등을 통해 시장에서 열세인 시스템반도체의 점유율 제고 등 경쟁력 높이기를 추진하고 있으며 오는 2030년까지 세계 시장 점유율을 1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정부는 지난해 3월 300조원 규모의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설계-제조-후공정 전반의 생태계 업그레이드, 차세대 반도체 대규모 핵심 기술개발(R&D) 지원 등을 담은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강화 이행전략을 발표한데 이어 이달 추가적으로 ‘시스템반도체 성장전략’을 발표할 계획이다.


세계 반도체 시장 시스템이 70% 이상…점유율 미국 55%, 한 국 3% 수준, 중국에도 밀려

하지만 한국은 메모리반도체산업 생태계 중심으로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기반이 미흡하고 압도적 점유율·경쟁력을 갖고 있는 미국은 물론, 대만·일본·중국과의 점유율 격차 및 각국의 경쟁 심화 등으로 갈 길이 멀다는 분석이다.

시스템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지형 및 정책 방안 연구 보고서는 “한국 역시 주요국에 발맞춘 반도체산업 지원의 양적 확대 및 질적 고도화를 추구하고 있으나 비메모리반도체산업에서 우리의 냉정한 시장 내 포지션 인식과 행동 전략 없이는 한정된 국가 재원과 인적 자원의 낭비, 그리고 궁극적 실패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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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산업연구원

 

지난 2022년 기준 한국의 시스템반도체 세계 시장 점유율은 3.3%에 그치고 있고 1위인 미국(54.5%)은 물론 대만(10.3%), 일본(9.2%)과 격차가 크다. 중국의 점유율(6.5%)도 한국보다 두 배 가량 높다. 한국의 시스템반도체 점유율이 낮은 이유 중 하나는 국내 반도체산업이 메모리 위주로 성장해왔기 때문이다.

시스템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지형 및 정책 방안 연구 보고서는 “우리 반도체산업은 종합반도체(IDM) 기업의 메모리 반도체로 발전했으며 이로 인해 관련 소재·부품·장비 협력업체 생태계, 인력 양성과 지식, 시장 정보 생산까지 메모리반도체 위주였다”며 “주력 수출 제조업 대기업이 개척한 판로를 중심으로 비메모리 소자 산업이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팹리스 강국 대만 팹리스-파운드리-후공정 유기적 작용 중소기업 함께 성장…한국, 중소기업 성장 부진

이에 시스템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경쟁 국가이면서 아시아 팹리스 강국인 대만의 산업 생태계를 참고할 수 있다. 산업연구원이 지난 3월 발표한 ‘대만 반도체산업 분석 및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대만은 반도체산업 생태계 내 팹리스, 파운드리, 후공정이 유기적으로 작용하면서 중소기업도 함께 성장한 반면 한국은 메모리반도체 제조업을 집중 육성하는 과정에서 대기업들이 산업을 주도하면서 중소기업의 성장이 상대적으로 부진하다.

대만 반도체산업 분석 및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는 한국의 반도체산업이 안정적이며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메모리반도체 편중에서 벗어나 생태계 전반에 걸쳐 경쟁력을 확보하고 가치사슬 단계별 유기적인 구조 형성이 필요하다며 메모리반도체 경쟁력을 살리면서 팹리스, 파운드리 등도 함께 발전시키는 전략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무엇보다 시스템반도체의 국내 수요 산업 발굴 및 판로 확보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대만 반도체산업 분석 및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는 한국의 시스템반도체산업이 발달하기 위해서는 해외로 진출한 전기·전자 업체의 리쇼어링을 추진해 국내에서 반도체 수요를 늘리는 것이 하나의 방안이라고 제시했다.

시스템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지형 및 정책 방안 연구 보고서도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이 존재감이 미미한 것은 보다 구체적 판로 개척 및 설계에 대한 중요성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시스템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지형 및 정책 방안 연구 보고서는 “메모리반도체 위주의 한국 반도체산업은 이렇다 할 전략적 방향성이 뚜렷하게 포착되지 않는다”고 진단하며 시스템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비메모리 소자 분류 개별 시장과 관련한 수요 산업, 한국 기업의 시장 침투 가능성에 대한 정밀하고 다각적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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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이 지난 1월 16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팹리스)인 텔레칩스를 방문해 이장규 대표로부터 회사 운영현황 및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자동차 반도체 시연장비 등 주요시설을 둘러보고 있다.(산업통상자원부)

구체적 판로 개척 필요…판로·기술·경제성 고려한 국가 전략 선행돼야

경희권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판로 확보가 되지 않으면 사실상 개별 소자(반도체) 개발로는 유의미한 기업 창출이 어렵다”고 말했다.

경희권 연구위원은 먼저 정부의 구체적인 전략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떤 소자, 어떤 비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우리가 판로를 확보할 수 있고 이 부분에 집중하는 것이 기술적, 경제적으로 좋다라는 국가적인 전략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며 “실질적인 매출 확보가 되는 쪽의 국가 전략을 민간 기업들과 합의해서 도출을 하고 중핵기업 육성을 위한 기존의 정책 자원들을 선별적으로 인센티브 구조하에서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시스템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지형 및 정책 방안 연구 보고서는 또 정부의 반도체와 배터리 등 전략산업에 대한 전략이 발표되고 있지만 10~30년 기산의 국가 전략 수립 거버넌스로는 아쉬움이 있다며 민간 주도 ‘국가 반도체 전략’ 연례 작성의 법제화를 제안했다. 특히 비메모리 소자 시장 개척을 위해 물리·전자·화학 및 응용·기반 SW 분야에 대해 장기간에 걸친 인력 양성 및 R&D 투자 확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현재의 시스템반도체 산업에만 매몰되지 말고 인공지능(AI), 양자(퀀텀) 등 선행기술과 연관성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현익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부연구위원은 “메모리와 AI, 퀀텀 등 선행기술과 어플리케이션 이런 것들을 명확하게 설정하고 전체의 청사진 안에서 시스템반도체 전략을 고민하는 것이 굉장히 필요한 상황이 됐다”며 “시스템반도체의 무슨 기술을 확보해야겠다가 아니라 시스템반도체로 무엇을 하고 어떻게 쓸 것이냐에 따라 개발 전략이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원배 기자 lwb21@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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