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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세종솔로이스츠로 한국 데뷔 20년 리처드 용재 오닐 “비올라 선율에 실린 제 목소리 들어보실래요?

[人더컬처]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입력 2024-07-31 18:30 | 신문게재 2024-08-0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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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용재 오닐 1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사진제공=세종솔로이스츠)

 

“음악가라면 그 악기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비올라를 선택했죠. 비올라 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 사람의 목소리랑 닮았다고 생각했거든요. 이 악기 소리에 제 목소리를 담을 수 있어 기쁩니다.”

비올라에 대해 이렇게 밝힌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Richard Yongjae O‘Neill)은 “비올리스트들이 비올라를 고르는 가장 큰 이유는 아주 큰 것의 한 부분이 되는 기쁨을 알기 때문”이라며 “남을 돋보이게 도와주고 스스로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해도 행복한 사람들”이라고 부연했다. 

“좋아하는 비올리스트를 고르는 건 정말 힘든 일이지만 좋아하는 작품은 단연 윌리엄 월튼(William Walton)의 비올라 협주곡이에요. 이 곡을 듣고 비올라의 매력에 빠져들었거든요. 바이올린을 연주하다 비올라로 악기를 바꾼 계기가 된 곡이기도 하죠.”


2024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_포스터
제7회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 포스터(사진제공=세종솔로이스츠)

2001년 글로벌 앙상블 세종솔로이스츠(Sejong Soloists)에 입단한 그는 2004년 그 일원으로 한국에 첫발을 디디며 한국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세종솔로이스츠 일원으로 한국 무대에 데뷔한 그는 2007년부터 2019년 앙상블 디토(Ensemble DITTO, 리처드 용재 오닐, 다니엘 정, 유 치엔 쳉, 문태국, 김한, 스티븐 린)로 젊은 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비올리스트로는 흔치 않은 ‘클래식계 아이돌’로 자리매김했다. 


2020년부터는 세계적인 타카치 콰르텟(Takacs Quartet) 일원으로 합류한 그는 2021년 제63회 ‘그래미 어워즈’ 클래식 솔로 부문(Best Classical Instrumental Solo)을 수상했다. 

타카치 콰르텟은 1975년 헝가리 리스트 음악원 동기생들이 창단한 타카치 콰르텟은 프랑스 에비앙 레뱅 국제 현악사중주 콩쿠르 우승을 시작으로 영국 런던 위그모어홀 콩쿠르 등 세계적인 실내악 콩쿠르에서 잇따라 입상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클래식 음악 전문지 그라모폰의 ‘우리 시대 위대한 5개의 현악사중주단’, BBC 뮤직 매거진의 ‘지난 100년간 가장 위대한 10개의 현악사중주단’에 선정됐는가 하면 2012년 영국 그라모폰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저를 처음으로 한국에 데려다 준 세종솔로이스츠에 정말 감사해요. 강효, 강경원 감독님은 훌륭한 인재를 판단하는 분이고 커리어 초기의 젊은 아티스트들에게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셨어요. 저 역시 세종솔로이스츠에서 실내악에 대해 정말 많은 것을 배웠죠. 

2000년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협연으로 국제무대에 데뷔해 비올리스트로는 최초로 줄리어드 스쿨 음악대학원 아티스트 디플로마(Artist Diploma 최고 연주자과정)를 수료한 그의 한국 이름 ‘용재’는 세종솔로이스츠의 창립자인 강효 전 예술감독이 지어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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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사진제공=세종솔로이스츠)

 

실내악뿐 아니라 다른 일을 할 때도 꼭 알아야 할 많은 것들을 익힐 수 있었습니다. 세종에서 보낸 시간이 무척 그립습니다.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거든요. 감독님들은 저에게 많은 기회를 주셨고 지금은 거의 3세대에 걸친 음악가들에게 그 플랫폼을 제공하고 계십니다. 정말 대단한 일이죠.”

 

창립 30주년을 맞은 세종솔로이스츠 출신 음악가로 ‘제7회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The 7th Hic et Nunc! Music Festival, 8월 16~9월 2일 예술의전당, JCC아트센터, 코스모스아트홀, 카이스트, 언커먼 갤러리 외, 이하 힛엣눙크!) 무대에 선다. 

“오랜만에 세종솔로이스츠 멤버들과 무대에서 호흡을 맞출 8월 27일 공연이 너무 기대됩니다. ‘Ars lunga, Vita Brevis: art is long, life is short.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는 표현이 생각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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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은 세종솔로이스츠는 8월 27일 리처드 용재 오닐과 협연한다(사진제공=세종솔로이스츠)

 

그는 이날 무대에서 그래미 어워즈 수상작인 크리스토퍼 테오파니디스(Christopher Theofanidis)의 비올라 협주곡을 아시아 초연한다. 그는 “크리스토퍼 테오파니디스는 미국에서 가장 독창적이고 독특한 목소리를 가진 사람 중 하나”라며 “이 작품이 처음 작곡될 당시 그는 맨해튼에 살고 있었고 이 곡의 1악장을 작곡할 때는 9.11 테러가 발생한 시기”라고 밝혔다.

 

“저 역시 그 사건이 발생하기 한 달 전부터 맨해튼에 거주하고 있었어요. 제 삶에서 가장 비극적이고 끔찍했던 사건 중 하나였고 참담한 경험이었습니다. 이 곡은 마치 어둠에서 빛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표현한 것 같아요.”

 

이어 “크리스토퍼가 이 곡을 작곡할 당시 저도 같은 곳에 있었고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 한국에서 이 곡을 연주하는 것은 저에게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며 “설명이 필요한 작품도 있지만 이 작품은 조금만 설명해도 진정으로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을 곡”이라며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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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사진제공=세종솔로이스츠)

“이 작품의 악장들은 간결하고 짧지만 놀랍도록 연상적인 나바호(미국의 남서부 지역에 거주해온 아메리카 원주민 인디언 부족으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의 암호병·통신병으로 활약했다)의 시에서 영감받았습니다. 세 번째 악장은 9.11 테러 다음 주에 양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평화 기념식에서 시크교 가수의 노래를 직접 인용한 곡이기도 하죠.”

 

세종솔로이스츠, 앙상블 디토 그리고 타카치 콰르텟 멤버인 그는 실내악이 가지는 의미와 지속돼야하는 가치를 강조하기도 했다. 
 
“처음 앙상블 디토를 시작할 때 ‘보다 즐거운 클래식’ ‘클래식에의 공감’에 대한 생각이 많았습니다. 실내악은 다른 음악 장르와 달라요. 독주자의 화려함도, 큰 규모의 관현악이 주는 웅장함도 없죠. 그럼에도 소수의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그 조화로움이 정말 아름다워요. 사실 음악 역사를 뒤돌아오면 큰 규모의 음악보다는 실내악이 더 많이 연주되던 시기가 더 길었어요. 어렵게만 느껴졌던 실내악 음악을 사람들이 다양한 형태로 즐기게 돼 무척 기쁩니다.”

 

올해는 그가 한국 무대에 데뷔한 지 20주년인 동시에 그의 데뷔부터 함께 한 소속사 크레디아의 창사 30주년인 해이기도 하다. 이에 그는 12월 소속 아티스트인 양인모, 문태국, 김한, 장유진과 크레디아 창립 30주년 기념 실내악 공연 투어와 더불어 내년 솔로 리사이틀을 계획 중이다. 타카치 콰르텟 멤버로서도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공연을 이어가고 8월에는 에딘버러 등 여름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등 쉴 틈 없는 음악활동이 계획돼 있다. 

“음악은 제 영혼을 깊은 열정과 기쁨으로 가득 채워줍니다. 음악이 주는 최고의 순간에는 마치 지구를 떠나 다른 세계로 이동하는 느낌이 들어요. 그 감동은 그 무엇보다 강력하죠. 인간의 삶이 늘 천국일 순 없어요. 매일 땅을 갈고 씨를 뿌리고 수확하는 과정을 통해 살아가도록 만들어졌거든요. 그 과정 속에서 때때로 천국과 같은 특별한 순간을 경험하죠. 음악가의 삶 역시 그래요. 무대 위 단 몇분 간의 연주를 위해 끊임없이 연습합니다. 그 노력들은 잠시나마 천국에 다녀오는 것 같은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죠. 음악은, 비올라는 그래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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