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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탐구생활] 농지 수질오염 주범 눈총받는 ‘비료’…농민에 적정량 사용 인식, 뿌리내릴까

비점오염원 농지 발생량 전체의 약 22%
우리나라의 질소·인 사용량 OECD 평균 대비 3배 이상
정부 농지 비점오염원 해소 의해 종합대책 마련…농민 참여 불러올 방안마련 과제

입력 2024-07-21 13:29 | 신문게재 2024-07-22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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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서 발생하는 비점오염원(非點汚染源)이 수질 등 국내 자연환경을 악화시키는 독이 되고 있다. 그 주된 원인이 농작물 생장에 필수인 ‘화학·유기비료’라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농업환경 개선을 위해 비료사용을 알맞게 줄이는 등의 용기 있는 결단이 절실하지만, ‘비료는 많이 쓰는 것이 좋다’는 관습을 바꾸는 문제가 만만찮아 보인다. 완고한 농민의 마음을 변화시키고, 환경을 지켜낼 혜안은 무엇일까.


농가 효자 비료의 두 얼굴, 환경오염 주범 민낯

비점오염원은 도시, 도로, 농지, 산지, 공사장 등 불특정 장소에서 불특정하게 수질오염물질을 배출하는 배출원을 일컫는다. 이중 농지(전·답)에서의 발생량은 전체의 약 22%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비중이 크다. 그 주범 중 하나로 비료가 지목된다. 토지의 생산력을 올리고 식물이 잘 자랄 수 있게 땅이나 흙에 뿌려 주는 영양 물질인 비료, 그런데 이 유익한 비료도 사용이 과하면 환경을 오염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고 마는 것이다.

화학·유기비료의 사용량이 늘고, 이를 과다 투입해 주요성분인 질소와 인이 과잉화됨으로 문제가 발생한다. 작물이 흡수하지 못한 질소와 인등의 잉여양분이 지하수를 오염시키거나, 강우와 함께 유출돼 하천과 강 등의 수질을 악화시킨다.

우리나라의 비료 사용수준은 일부에서는 남용하는 측면이 있다. 농촌진흥청에서 작물별로 추천 거름을 주는 양(시비량)을 권고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작물 재배시 추천하는 시비량에 비해 실제 농가서 사용하는 시비량이 훨씬 많은 상황이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필요한 만큼, 비료사용량 처방 만큼만 사용하면 되는데, 권고량보다 더 쓰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22_질소인사용량_1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질소(N) 사용량(2020년 기준)은 229.91㎏/㏊에 달하고 있는데, 이는 뉴질랜드 65.97㎏/㏊, 튀르키예 41.97㎏/㏊, 멕시코 34.83㎏/㏊, 캐나다 30.47㎏/㏊에 비해 3배 이상 많다. 또 인(P) 사용량은 45.90㎏/㏊로 튀르키예 10.17㎏/㏊, 뉴질랜드 9.62㎏/㏊, 캐나다 1.19㎏/㏊, 호주 0.56㎏/㏊ 에 비해 4배 이상 많은 실정이다.

적정량을 초과한 비료는 지하수 오염, 강과 하천 수질악화와 녹조 등의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지난 5월말 공개한 제22대 국회입법·정책 가이드북 Ⅲ(사회·문화 분야)에 따르면 국내 농업은 물 환경에 부하를 줄 수 있는 영양분 고투입 중심이고 이로 인해 농업과 환경 부문의 간극이 심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우리 농업이 기본적으로 비료를 많이 쓴다. 특히 질소질 비료를 사용하면 눈에 띄는 작물 성장 차이를 보인다는 점에서 많이 사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필요한 만큼 사용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농지 비점오염원 해소 총력…종합대책 마련

정부는 농축산 분야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비점오염원이 비료사용량 증가와 양분 과다 투입으로 인한 것으로 보고 대응책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환경부의 ‘제3차 강우유출 비점오염원관리 종합대책(2021~2025)에 따르면 시·군·구별로 양분관리 세부 목표기준을 제시하는 지역단위양분관리제도 도입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

양분관리제는 농업환경 보호를 위해 가축분뇨나 퇴비·액비, 화학비료 등 양분(질소, 인)의 투입·처리를 지역별로 환경용량 범위 내로 관리하는 제도를 일컫는다. 일정 기간·범위에서 발생한 양분의 투입량과 산출량의 차이인 양분수지를 관리하는 내용을 골격으로 한다. 이를 위해 환경부는 농식품부와 협력을 통해 ‘가축분뇨법’ 개정 추진에 나서고 있다. 또 지역단위 양분관리 세부지침안 마련에도 나설 방침이다.

공익직불제와 연계한 사용량 감소 방안도 주목된다. 정부는 공익직불제 준수사항에 대한 지속적 계도 등을 통해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지난 2020년 5월 부터 시행된 공익직불제는 비료 사용 감축을 의무화함으로써 이에 대한 교두보가 마련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즉 공익직불금을 받기 위한 준수사항 5개분야 17개 의무사항을 보면 이 중 화학비료 사용기준 준수, 비료의 적정 보관·관리, 가축분뇨 퇴비·액비화 및 살포기준 준수 등이 규정돼 있다는 점에서다.

정부가 공익직불금 수령의 전제조건인 적정 비료 사용 등 환경보호 의무준수를 지속적으로 계도하고, 농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실천을 통해 오염발생이 억제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정부는 또 순환관개시스템 등 농업생산기반시설에서부터 비점오염원 관리기능을 부여하는 방법도 마련하고 있다. 농업생산기반시설은 고형물 침전 등 비점오염원 저감기능도 수행하므로 본연의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비점오염원 저감기능도 함께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환경부는 보고 있다.

이와더불어 주민참여형 농업비점오염원관리와 거버넌스 구축확대 등의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농지 등의 비점오염원관리 해결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국양분수지초과율(2015)(사진=국립환경과학원)
전국양분수지초과율(사진=국립환경과학원)


농민들 ‘비료 적정 사용’ 참여 과제, 규제보단 혜택 필요성도

다만 이 같은 방안들에 대해 농민들의 적극적 참여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농촌 비점오염원관리는 농가소득과 연계돼 있기 때문에 중앙 행정식 관리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다.

환경부 등에 따르면 농민들은 생산을 우선시하는 영농기법과 기존 관행 위주의 영농활동을 하는 경향이 강하다. 농민들이 적정한 비료 사용을 처방대로만 따르면 질소와 인 사용량이 획기적으로 줄어 수질개선에 기여할 수 있음에도, 실행되기 쉽지 않은 이유다.

또 농촌지역의 고령화와 인력부족으로 비점오염원 저감정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적용되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무기질비료 사용량은 계속적 줄고 있는 추세지만 퇴비 등의 사용량이 늘고 있어서 비료사용량은 전체적으로 줄고 있지 않은 경향”이라고 지적하며 “비료사용을 적정하게만 하면 지금보다 30~40%정도 감소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농가에서 적정한 비료 사용을 유도하는 적극적 유인책 마련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우선 농민들 스스로 ‘더한 것보다 적정한 것이 좋다’는 인식 전환이 요구된다.

여기에 비료를 적정하게 사용하는 농민들에 대한 인센티브 지급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제22대 국회입법·정책 가이드북 Ⅲ(사회·문화 분야)에서는 환경부하(환경에 부담을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이르는 말)가 최소화된 농산물에 대한 가격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관련 법률을 개정 필요성을 조언한 바 있다.

김경민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적정량의 비료를 쓸 때 보조금을 더 주거나, 친환경적 비료에 대해 보조금을 더 주는 방식 등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세종=곽진성 기자 pen@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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