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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더컬처] 데뷔 30주년 베이스 연광철 “바그너 음악의 매력은 지루함, 그 심연의 촘촘한 서사들”

입력 2024-07-20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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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 연광철
베이스 연광철(사진제공=예술의전당)

 

“바그너 음악의 매력은 지루함이죠. 그런데 그 안에는 촘촘하고 깊은 서사들이 있어요. 그렇게 그 심연의 뜻을 알았을 때는 점점 빠져들죠.”

베이스 연광철은 예술의전당 ‘보컬 마스터 시리즈’(7월 26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공연을 앞두고 진행된 라운드인터뷰에서 리하르트 바그너(Richard Wagner) 음악의 매력을 “지루함과 그 심연에 촘촘하게 자리 잡은 서사들”로 꼽았다.

“한국인들이 좋아할 만한, 귀에 딱 꽂히는 선율도 없는데 정말 많은 주제들과 이야기들이 나오기 때문에 감상할 포인트들도, 생각할 거리도 너무 많습니다. 그렇다 보니 한국에서는 감상할 기회가 적은 편이죠.” 

 

연광철
베이스 연광철(사진제공=예술의전당)

연광철은 자타공인 ‘세계적인 바그너 스페셜리스트’로 2018년 베를린 국립 오페라 극장에서 궁정가수 칭호를 수여 받은 성악가다.

 

1994년 베를린 국립 오페라 극장 솔리스트 계약 후 2004년까지 바그너 포함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주세페 베르디(Giuseppe Verdi), 조아키노 로시니(Gioacchino Rossini) 등 폭넓은 레퍼토리를 선보였다.

1996년 아주 작은 역으로 시작해 매년 여름 바그너 오페라로만 꾸리는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Bayreuth Festival)에서 150회에 걸쳐 ‘라인의 황금’(Das Rheingold), ‘발퀴레’(Die Walkure), ‘탄호이저’(Tannhauser), ‘뉘른베르크의 명가수’(Die Meisteringer von Nurnberg), ‘파르지팔’(Parsifal), ‘방황하는 네덜란드인’(Der Fliegende Hollander) 등의 무대에 올랐다.

더불어 빈 국립오페라, 런던 코벤트가든, 밀라노 라 스칼라,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극장 등 유수의 오페라 극장에서 샤를 구노(Charles Francois Gounod)의 오페라 ‘파우스트’(Faust), 베르디의 ‘일 트로바토레’(IL Trovatore), 쥘 마스네(Jules Massenet)의 ‘마농’(Manon), 루트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오페라 ‘피델리오’(Fidelio) 등에도 출연했다.

이번 ‘보컬 마스터 시리즈’에서 연광철은 “지금까지 해왔던 작품들 중 무대에서 많이 선보인 곡과 캐릭터들로 선정한” 프로그램을 지휘자 홍석원이 이끄는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함께 선보인다.

1부에서는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Le nozze di Figaro) 서곡을 시작으로 ‘더 이상 날지 못하리’(Non piu andrai), ‘모든 것은 준비되었으니 눈을 떠라’(Tutto e disposto... Aprite un po’ quegl’occhi), 베르디의 ‘시칠리아 섬의 저녁기도’(I Vespri Siciliani) 서곡과 ‘시몬 보카네그라’(Simon Boccanegra) 중 ‘찢어질 것처럼 아픈 영혼’(Il lacerato spirito), ‘돈 카를로’(Don Carlo)의 ‘그녀는 나를 사랑한 적이 없다’(Ella giammai m‘amo)를 선사한다. 

 

연광철
베이스 연광철(사진제공=예술의전당)

 

“고전 중 스탠다드라고 할 수 있는 모차르트와 이태리 오페라 대표 작곡가이자 제가 유럽의 다양한 프로덕션에 참여했던 베르디로 시작합니다. 모차르트는 백작의 음모에 맞서는 젊은이의 패기, 사랑하는 여인에 대한 애정이 드러난다면 베르디는 딸을 잃은 아버지의 아픔 혹은 정략결혼으로 인한 사랑의 결핍과 그리움, 쓸쓸함에 대해 노래하죠.”

2부는 올 바그너 아리아들로 꾸린다.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중 ‘얘야 그렇게 할 수 있겠느냐?’, ‘트리스탄과 이졸데’(Tristan Und Isolde)의 ‘네가 정말 그랬다는 말인가’, ‘리엔치’(Rienzi, der Letzte der Tribunen) 서곡, ‘파르지팔’ 중 ‘티투렐, 신앙심 깊은 영웅’과 ‘그렇지 않다는 게 보이지 않니?’를 만날 수 있다.  

 

연광철
베이스 연광철(사진제공=예술의전당)
“오페라 가수로서 커리어의 가장 많고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작품이 바그너입니다. 이번 바그너 프로그램은 익숙하지 않은 곡들이 많아요. 바그너 중 한번씩은 꼭 들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되는 곡들로 꾸렸죠. 특히 ‘파르지팔’은 제가 해외에서 100회 이상 공연한 작품으로 1막과 3막의 아리아를 선보입니다. 제가 세계 무대에서 어떤 모습으로 활동하고 어떤 음악으로 관객 앞에 서는지를 보여드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예술의전당에서 기획한 ‘보컬 마스터 시리즈’는 지난 3일 소프라노 홍혜경에 이은 연광철 그리고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11월 16일)으로 라인업을 꾸리고 리사이틀과 더불어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보컬 마스터 시리즈’를 비롯해 올해부터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여름 아카데미에서도 전세계 젊은 성악가들을 만날 그는 “그들 역시 제가 시작할 때처럼 여전히 어려운 상황에서 시작한다”고 털어놓았다.

“이태리에 있든 독일에 있든 유럽의 어느 국가에 있든 뉴욕에 있든 생활과 생각과 커뮤니케이션은 한국 사람과 똑같이 하고 있어요. 한국어로 대화하고 카카오톡을 이용하고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그들의 음악을 공부하려고 해요. 좋은 가수들이 많이 배출되기 위해서는 장인정신이 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몸만 유럽에 있을 게 아니라 몸과 마음, 정신까지도 유럽 사람으로 살아가야 하죠.”

더불어 “공기순환도 잘 안되는 무대에서 무릎이 깨지고 다치는 상황들과 시간들을 견뎌야만 가능한 일”이라며 “한국의 미디어에서 성장하려는 성악가들을 데려다 엉뚱한 데 출연시켜 스토리텔링해 소비하는 경우들도 있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미디어에서 주목받는 건 좋아요. 일견 대견하기도 하죠. 하지만 프로그램 측에서 음악을 해서 살아가는 그들에게 연락해 오디션 출연자만이 제대로 인정받는 성악가라거나 여기를 통하지 않으면 한국 활동이 어렵다는 등의 인식을 심어주는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잘 활동하다가 커리어가 끊겨 출연하는 것도 괜찮아요. 하지만 지금까지 해온 활동들을 폄훼하거나 성취가 미미하다고 틀린 길이라고 비하하는 건 좀 안타까워요.”

연광철
베이스 연광철(사진제공=예술의전당)

 

그리곤 젊은 성악가들에게 연광철은 “저 역시 독일에서 활동하면서 그 나라의 인물을 통해 문화와 역사 등을 보여주는 무대에 서는 사람으로서 그들 속에 훨씬 더 깊이 들어가야 했다”며 “그렇게 훨씬 더 깊이 들어가 종교, 역사, 정치, 문학 등 많은 것들을 접하고 그들과 호흡하면서 절실하게 배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공연을 준비하면서 1994년 베를린 국립 오페라 극장에서 데뷔한 후 30년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30년이 너무 빨리 가버렸어요. 대부분의 공연 스케줄은 2, 3년, 심지어 5년 전부터 잡히곤 하거든요. 10년짜리 캘린더를 쓰고 있는데 그 달력 3개면 30년이잖아요. 결코 길지도 짧지도 않은 세월이지만 출발점에서 여전히 가고 있는 시간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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