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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더컬처] 주지훈의 현재, 그리고 미래… "퍼니 말고, 인터레스팅하게!"

12일 개봉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의 조박役
“작품에 부족하지 않고 필요한 배우이길"

입력 2024-07-11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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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평의 세트장에서 펼쳐지는 붕괴, 총격 장면의 박진감, 화려한 시각특수효과(VFX)가 재난 영화로서 볼거리가 충만한 영화에 대해 그는 “화장실 가기가 가장 어려웠다. 그 정도로 넓고 사실적인 현장이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CJ ENM)

 

배우 주지훈이 모델이던 시절이 있었다. “혜성같이 나타났다”는 표현은 솔직히 진부하다. 큰 키에 식물같은 외형의 남성 모델들 사이에서 조각미남은 아니었지만 유독 카메라 앞에서 표현력이 뛰어났다. 그저 사진발이 좋다는 말로는 정의되지 않은 신비로운 매력이 그에겐 있었다. 드라마 PD를 비롯해 영화관계자들이 주지훈이란 ‘옥석’을 가만둘리 없었다.

주지훈 스스로 “드라마 ‘궁’에서의 연기를 보게된건 3년 전 쯤이다”고 말한건 연기자로서 그의 성장통이 얼마나 컸는지 가늠된다. 당시 소녀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아시아를 넘은 팬덤을 구축한 작품이지만 “20년 전 내 아들을 보는 느낌이다. 그런 파릇한 청춘의 기운을 좋아해 주신게 아닐까”라는 말로 여전히 박한(?)점수를 주는 모양새다.

그런 의미에서 12일 개봉을 앞둔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는 주지훈 스스로가 ‘믿고, 즐긴’ 작품이다. 쌍천만 영화 ‘신과 함께’시리즈의 CG를 담당했던 덱스터의 진행과정을 알기에 흔쾌히 참여했다. 짙은 안개 속에서 다리 위에 고립된 이들의 사투를 그린 재난 스릴러인 이 영화는 군의 실험으로 전투견들과 추락한 헬기, 끊어진 도로등이 일상의 비극을 강조한다.

극중 렉카 기사인 조박을 맡은 주지훈은 “누가봐도 정확한 팝곤무비여서 좋더라”며 “위트있는 인물이라 연기하는 재미가 남달랐다“고 말문을 열었다. 탈색한 긴 머리를 하고 시종일관 껄렁한 말투에 불량해 보이는 눈빛은 모두 주지훈이 먼저 제시한 설정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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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비 185억원의 이 작품은 지난해 5월 칸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됐다.(사진제공=CJ ENM)

 

“좀 위험한 표현이지만 배우로서 만큼은 선입견을 잘 이용하자 주의예요. 제가 어릴때는 동네에 가스배달하는 형들이 많았거든요? 그들이 가진 이기적인 느낌이 바로 연상되더라고요. 딱봐도 고된 노동의 흔적이 드러났으면 했고, 재난영화가 가진 일반적인 느낌을 살짝 비틀고자 했습니다.”

극중 렉카를 모는 조박은 딸의 유학길을 배웅하기 위해 공항을 가다 주유소에 들린 국가안보실 행정관 차정원(이선균)과 시비가 붙는다. 카드기계가 고장났다며 현금을 요구하는 꼼수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지역적 특성상 안개가 잦은 대교가 연쇄충돌로 아수라장이 된 그 때, 두 사람은 국가가 비밀리에 실험한 살아있는 무기들 사이에서 생존을 위해 힘을 합치게 된다.

살생무기를 만든 박사, 해외여행에서 막 돌아온 노년의 부부, 시합을 코 앞에 두고 여권문제로 출국이 막힌 골퍼와 매니저등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의 등장인물은 교집합이 없는데 그 지점이 영화의 재미를 이끈다.

“주요인물만 무려 8명이예요. 현장의 배경이 거의 CG로 가야했기에 배우들끼리 더 많은 대화를 했고 그게 영화에 잘 드러난 것 같아요. 다만 차이가 있다면 그간의 액션이 고생이었다면 이 작품은 통증이었다는거 정도?(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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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자신의 이름을 딴 강아지 조디와의 호흡을 묻자 “내가 개띠라 그런지 강아지와 소통하는 게 어렵지 않다. 현장에서 인간 배우들보다 복지가 좋았고 현장에서 칼퇴를 하는 총총거리는 뒷모습이 지금도 기억난다”고 미소지었다. 사진제공=CJ ENM)

 

무너지는 다리 중간, 유독가스로 불붙은 상황에서 조박은 트렁크에 갇힌 채 생존에 직면한 인간의 본능을 탁월하게 오간다. 절규와 한탄 사이의 감정을 제대로 살리며 되려 웃음을 유발하는것. 그가 인간답게 앞자리로 가기 위한 방법은 차의 설계상 뒷자석의 팔걸이 정도의 공간 뿐인데, 190cm에 육박하는 체구로 몸을 구겨 넣은 채 쥐가 나고 어깨가 탈골되는 고통을 견뎌야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살생무기로 훈련된 전투견들을 공격하는 장면에서는 붙 붙은 위스키를 직접 뿌리며 차력사 수준의 연기를 소화했다.

“당시 모든 제작진이 말렸어요. 하지만 저는 영화에서 퍼니(funny:재미)가 아니라 인터레스팅(interesting:흥미)을 더 중요시합니다. 미묘하지만 분명 다르니까요. 다만 촬영 후 침샘에 위스키가 역류하는 바람에 한동안 병원신세를 지긴했어요. 작품에 꼭 필요한 배우이고 싶고, 그냥 재미있는게 좋거든요. 그게 저인걸 어쩌겠어요.”

지난 10년간 매해 한 두 작품은 해왔던 주지훈이지만 “여전히 풍자와 해학이 넘치는 제안이 들어오길 기다린다”고 말했다. 故이선균의 유작이란 스포트라이트에 대해서도 “당연히 힘들지만 이 영화를 관객들에게 최대한 소개하는게 내 몫”이라는 말로 자신만의 추모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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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정통 멜로를 하고 싶다는 마음의 끈은 늘 놓지 않고 있다”는 말로 자신의 바램을 드러냈다. 차기작은 12월 방영 예정인 tvN 드라마 ‘사랑은 외나무다리에서’로 로맨스 장르다. (사진제공=CJ ENM)

 

“필요한 말을 제때 하는 선배였습니다. 제육 볶음을 시켰는데 고등어가 나오면 안되는거니까. 현장의 그런 지점을 잘 아는 형이었죠. 물론 가끔 피곤하긴 했지만(웃음)나중에 보면 다 맞는 말 만 하셨더라고요.”

이제 막 40대에 들어선 주지훈은 자신의 영화적 취향을 강조하며 앞으로의 필모그라피를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다. 실제 있을 법한 어두운 소재의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에서 유일하게 진부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웃음을 준 그는 “사실 봄바람처럼 살랑거리고 수채화 같은 영화를 좋아한다. 그런데 들어오질 않는다”는 말로 작금의 영화 제작 현실을 슬쩍 내비쳤다. 사실 누가봐도 가볍고, 유쾌하게, 그럼에도 치명적인 섹시함으로 중무장한 주지훈 이라면 곧 이뤄질 현실이겠지만.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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