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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볼 맛'나게 만드는 배우… 설경구가 말하는 '돌풍'

[人더컬처] 넷플릭스 '돌풍' 설경구
넷플릭스 12부작, 공개되자 마자 1위
"어느 조직에서나 있을 법한 인물 아닐까요?"

입력 2024-07-10 18:00 | 신문게재 2024-07-1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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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구는 “피부과도 다니지 않는다. 촬영 감독님들이 ‘단 한번도 부어서 현장에 오지 않는다’라는 말이 나에게 최고의 찬사”라며 운동으로 다져진 자신의 일상을 무심하게 내뱉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연기 32년 차. 늘 “연기에 O.K가 어딨냐?”는 이창동 감독의 말을 좌우명으로 삼는 배우. 현장에 가기 전 줄넘기 1만번 이상을 하며 땀을 빼는 남자. 직업 상 밖으로 돌기에 쉬는 날이면 빨래를 개고 ‘집돌이’로 불리는 걸 즐기는 가장. 설경구가 말하는 ‘자신’은 간단하면서도 심오하다.

스크린에서 주로 활약해 온 그는 “약 30년 전 아침드라마를 하긴 했었다. 잘 모르시더라. ‘괴물 신인’이란 말은 부끄럽다”며 넷플릭스 ‘돌풍’에 출연한 부담을 덜어내는 모습이었다. 총 12부작으로 공개된 ‘돌풍’은 부패한 거대권력을 뿌리째 뽑아버리고 싶은 국무총리와 그에 맞서는 경제부총리가 대립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극과 극에서 주연으로 맞붙은 설경구와 김희애의 시너지로 공개와 더불어 넷플릭스 1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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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자 더 체이서’ ‘황금의 제국’ ‘펀치’ 등 권력 3부작에 이어 정치판을 무대로 한 드라마를 내놓은 박경수 작가의 최신작인 ‘돌풍’의 설경구. (사진제공=넷플릭스)

 

“사실 제가 맡은 박동호는 현실적이지 않은 인물이죠. 초심을 잃은 대통령에게 하야를 요구하는 국무총리로 부패한 세력을 쓸어버리기 위해 극단적인 결심을 합니다. 기본 대사가 한 페이지 반이 넘었어요.(웃음) 평소에 그런 말투를 하고 싶다고 할 정도로 익숙하지 않았고 그렇기에 더더욱 ‘말’에 매달린 작품입니다.”

시대를 자각하게 만드는 서사와 문학 작품에 비견될 대사로 유명한 박경수 작가가 참여한 이 작품은 1부의 엔딩부터 정치적 대척점에 선 부총리 정수진(김희애)를 단번에 자르는(?) 박동호의 결단으로 휘몰아친다.

자신이 속한 정당을 위해서라면 대통령 공약이었던 정경유착의 부도덕함을 묵인하고 정치적 동반자였던 남편의 약점을 덮는 동료를 단번에 손절하는 박동호의 모습은 익숙한 듯 거리감이 느껴진다. 박 작가는 앞서 진행된 제작보고회를 통해 “두 사람은 각자의 신념으로 맞선다. 정수진은 타락한 신념을 의미하며 박동호는 위험한 신념을 뜻한다”며 배우들의 연기를 극찬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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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풍’은 공개 직후 넷플릭스 대한민국의 TOP 10 시리즈 부문 1위를 기록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설경구는 “누가 뭐라해도 무모함이 매력적이었다”면서 “사실 김희애의 매니저를 통해 시나리오를 먼저 접했다. 캐릭터도 매력있었지만 이야기 자체가 너무 재미있어서 소속사를 통해 정식으로 제안하라고 했던 작품”이라고 숨겨진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처음에 읽은 건 5부작 까지의 내용이었어요. 연기하면서도 캐릭터의 운명은 모른 채 덤빈거죠. ‘현실적으로 이 정도까지 할 정치인이 있을까’ 싶은 거예요. 연기적 쾌감이 컸던 작품입니다. 기존 정치인들의 제스처? 되려 손짓조차 참고하지 않았습니다.”

극 중 박동호는 자신의 선배이자 정치적 아버지인 대통령을 시해하려다 실패한다. 초심을 잃은 그의 전철만큼은 밟으려 하지 않지만 ‘돌풍’은 그런 인간의 고뇌 위에 역사적으로 반복된 상황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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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초반 눈을 감는 장일준(김홍파)은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모습이 응축돼 눈길을 끈다.(사진제공=넷플릭스)

 

비서실장에게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한 달간 정치개혁의 시간을 벌었던 박동호는 선거를 통해 정권을 잡은 뒤 호락호락하지 않은 상황을 마주한다. 각오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산 너머 산이다. 믿었던 친구는 적으로 등지고 함정의 늪은 점차 깊어진다. 모든 것을 잃어버릴 위기에 처한 박동호는 뚝심 있는 검사였다가 정계에 입문해 대통령까지 되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의 마지막 선택이 정치는 생물(生物)이라는 말에 부합되면서 ‘돌풍’을 본 국내 시청자들은 실존 정치인들을 언급하며 화제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대해 설경구는 “정치는 외피일 뿐이다. 어느 조직이든 일어나는 이야기가 아닐까”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지독한 캐릭터’에 끌리는 마음은 숨기지 않았다.

“선호하지는 않지만 눈이 가긴합니다. 연기하는 데 여유가 없긴하죠. 어차피 재료는 ‘나’이다 보니 ‘똑같은 배우’라는 말을 듣기 무섭기도 하고요. 늘 ‘이건 어떻게 하지?’하면서도 하게 됩니다. 안해본 캐릭터를 우선으로 하지만 이제 그 선택지도 좁아졌어요.(웃음)”

설경구는 2016년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을 통해 지천명(知天命) 아이돌의 호칭에 얻었다. 환갑일 때는 어떤 말을 듣고 싶냐는 말에 그는 평소 보이지 않았던 농담으로 인터뷰를 마쳤다. 

“아직 한참 남았으니 그때 말씀드리겠습니다. 다만 잘 나이먹고 편안하기를. 겨우 32년 차니까요.”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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