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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덜 믿는 당신! 더 묻는 당신!… 사기꾼이 당신을 싫어합니다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대니얼 사이먼스·크리스토퍼 차브리스 '당신이 속는 이유'

입력 2024-08-24 07:00 | 신문게재 2024-08-2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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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세상에는 ‘속이려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그들은 우리 마음이 움직이는 방식을 악용해 우리를 속인다. 이 책은 <보이지 않는 고릴라>의 저자들이 똑똑한 우리가 왜 거듭 사기를 당하는지, 어떻게 하면 피할 수 있는지를 상세하게 일러준다. 사기와 가짜뉴스가 판을 치는 시대에 속임수에 쉽게 말려들지 않는 법을 제시해 준다. 저자들은 때때로 불리하게 이용될 수 있는 인간의 4가지 인지 습관(집중, 예측, 전념, 효율)과 사기꾼들이 거짓을 진실처럼 보이게끔 사용하는 4가지 후크(일관성, 친숙함, 정밀성, 효능)에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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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속는 이유|대니얼 사이먼스·크리스토퍼 차브리스|김영사

◇ 누구나 가끔은 속는다, 습관 때문에…


저자들은 사람들이 속는 경우를 크게 네 가지로 나눈다. 눈 앞의 관심 있는 것에만 집중할 때, 기대하는 바대로 자동적으로 예측할 때, 강한 신념에 전념할 때, 그리고 경험을 통해 효율을 추구할 때이다. 사고와 판단, 추론을 할 때 도움 되지만 우리에게 불리하게 이용될 수도 있는 습관들이다. 저자들은 우리의 기본 상태는 ‘신뢰’라고 말한다. 좋은 이야기에 끌리고 설득당하는 것이 우리의 본능이라는 것이다.

이런 경향을 사기꾼들은 십분 이용한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정보에도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스스로 “놓친 것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수시로 던져야 한다. 정말로 필요한 정보가 무엇인지 자문해야 한다. 예의를 차리느라 정말 중요한 질문을 빼먹으면 속게 된다. ‘실패 이력서’ 쓰기도 한 방법이다. 간신히 나쁜 결과는 모면했지만, 운이 나빴던 일이나 실행을 고려했다가 지나쳤던 것까지 추적할 수 있다.

우리는 경험과 예측이 맞아떨어지면 문제를 제기 않는 경향이 많다. 그래서 예측이 실현되게 만드는 사람들에게 속기 일쑤다. 우리는 부정확한 예측의 폐해를 잘 몰라, 때로는 확증편향에 빠진다. 거짓말은 진실보다 훨씬 그럴 듯하며, 이성에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거짓말쟁이는 듣기를 바라거나 기대하는 것을 따라하는 능력이 출중하다. 이 때 자신이 반대의 결과를 기대한 것처럼 생각해 보면 도움이 된다.

여섯 명의 사진작가에게 중년 남성을 찍게 했다. 사전에 그가 재소자, 심령술사, 알코올 중독자라는 각기 다른 정보를 주었다. 같은 사람을 같은 스튜디오에서 찍었지만 결과는 완전히 달랐다. 사진작가들은 그 남성에게서 발견한 ‘정수’를 포착하려 시도했다. 이처럼 우리는 기대에 따라 해석하고 ‘예측’한다. 보는 것이 자신의 기대에 부합할 때, 우리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거나 깊이 파고들지 않는다.

 

사기 1

 

기대로 인해 눈이 어두워진다. 추론 능력이 나은 사람들이 신념을 정당화하려는 의욕 때문에 더 쉽게 속는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그래서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을 대화에 포함시키는 것은 대단히 효과적이다. 정당한 데이터가 우리를 속이기도 한다. 축적된 경험이 너무 일관적이어서 강력한 가정으로 변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우리를 속이려는 이들은 오히려 그런 신념을 강화한다.

세상을 이해하는 데는 때론 의심 없는 가정이 필요하지만, 속지 않으려면 의문을 제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속지 않으려면 “내가 가정하고 있는 것은 무엇이지?”라고 자문해야 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선택했는지 몰라도 그 선택을 고수하는 경향이 짙다. 이를 ‘선택맹(choice blindness)’이라고 한다. 더 깊이 확인해 보지 않고 정보를 받아들이면 누구나 속임수에 취약해질 수 밖에 없다.

우리를 속이려는 사람들은 효율성을 추구하는 우리의 습관을 자주 이용한다. 유명 미술관들에 위작들이 많은 이유다. 모든 박물관 그림의 20~50%가 위작이며, 경매 작품 중 상당수가 가품이라고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겉으로 괜찮아 보이는 경우 우리는 직관적으로 ‘효율’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투자 제안서의 아주 작은 글자들도 그런 유형의 하나다.

저자들은 효율적인 행동을 선호하는 이런 타고난 습관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더 알아봐야 하는 것은 뭘까” 하는 단 하나의 질문만 던지면 된다고 말한다. 가장 유용한 질문은 그 상황 특유의 질문, 숨겨져 있던 더 많은 문제들을 드러내는 질문이다. 이 때 우리는 일반적인 비 응답, 즉 사람들이 추가 질문을 차단하기 위해 사용하는 상투적인 답변을 찾아내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무가치한 답을 진짜 답으로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 그런 답을 더 많은 정보를 독촉해야 할 신호로 여겨야 한다. “상당한 주위 의무를 다했다”, “검증·인증되었다”, “원본이 분실되었다” 같은 답변을 특히 주의해야 한다. 대답이 없거나 지나치게 회피하는 느낌이 들면 자리를 떠날 용기도 필요하다. “더 말씀하실 것은 없나요”, “더 좋은 조건은 없나요” 같은 질문이 좋은 효과를 낸다.

 

사기 3

 

◇ 우리를 옭아매는 ‘후크’

저자들은 사기꾼들이 진실이 아닌 것을 받아들이도록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네 가지 ‘후크’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예외가 없는 일관성, 어디서 보고 들은 것 같은 친숙함, 숫자로 표기되는 정밀성, 그리고 작은 원인이 큰 결과를 부르는 효능 등이다. 대부분의 속임수에는 이런 후크가 하나 이상은 포함되어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일관성을 진짜라는 신호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진짜 데이터에는 거의 항상 가짜처럼 보이는 가변성, 즉 노이즈가 녹아있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현실적인 수준의 임의성과 변화를 찾는다면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일관성은 사기꾼들만 이용하는 도구가 아니라고 말한다. 우리가 일관성을 맹신한다는 사실을 이용하는 합법적인 조직들이 수두룩하다고 말한다.

저자들은 노이즈 평가의 세 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첫째, 진짜 인간의 성과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노이즈가 많은 것이 대부분이다. 둘째, 일관성을 알아차리려면 거기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셋째, 의심되는 성과의 일관성이, 이와 똑같은 일을 하고 있다는 다른 사람들의 성과의 일관성보다 강한 지 확인해야 한다.

친숙함도 경계 대상이다. 우리는 친숙함을 진실과 정당성으로 이해하지만, 저자들은 그것이 진짜와 비슷할 뿐이지 진짜가 아니며 누군가가 우리를 속이고 있을지 모른다는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친숙함과 유사성을 활용해 브랜드에 대한 대중의 인지도를 높이려는 광고도 수 없이 많다. 친숙함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불어넣음으로써 제품이나 권유를 믿을 만하게 보이도록 하는 것이다.

이 같은 ‘착각적 진실’의 효과는 매우 즉각적이다. 정치권에서도 친숙함을 정직성과 혼동시키는 경우가 많다. 사회공학적 피싱이 성공하는 것도 친숙함 때문에 사람들이 방심하기 때문이다. 벗어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친숙한 외양의 메시지가 보이는 것과 다르지 않은 지 자문하는 것이다. 무언가가 친숙하게 느껴지면 “왜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을까”라고 자문해 봐야 한다.

처음 접하는 것인데도 설득력 있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정밀하게 보일 때 특히 그렇다. 하지만 가짜는 대개 진짜보다 더 상세하고 구체적이다. 부정적인 감정 경험에 대한 긍정적인 감정 경험의 비율이 2.9013을 초과하면 번성하지만 그 보다 낮다면 힘든 삶을 산다는 연구 보고서가 있었다. 저자들은 소수점 네 자리에 이를 정도로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인간 행동은 거의 없다며 부정한다.

숫자는 정밀할수록 설득력이 커진다. 37만 달러 주택보다 36만 7500달러 주택이 결국에는 더 비싼 값에 팔린다. 협상의 여지가 많지 않다고 느끼는 것이다. 여기서 저자들은 정밀하다는 주장이 자칫 정확하다는 그릇된 인상을 줄 수 있다고 꼬집는다. 그런 점에서 여론조사를 너무 맹신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부적절한 정밀성 때문에 모델을 잘못 해석하고 사용하는 경우를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적적인 효능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기성 또는 기만적인 제품을 ‘스네이크 오일’이라고 한다. 이런 경우를 접할 때는 당연히 “유효 성분이 무엇인가” 라는 질문이 뒤따라야 한다. 과장된 과학적·의학적 주장을 경계하고 견지하라는 것이다. 저자들은 ‘나비효과’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그런 경우는 생각보다 훨씬 드물며, 대부분 우리의 삶을 바꾸지 못한다고 말한다.

 

사기 2

 

◇ 덜 받아들이고 더 확인하라

저자들은 “의심을 보편화한다면 절대 사기를 당하지 않을 것”이라 면서도 “극단적인 회의주의는 비생산적”이라고 조언한다. 사람은 누구나 속을 수 있다. 일단 받아들이고 확인은 나중에 하려는, 그마저도 하지 않을 수 있는 인간의 기본 성향은 사기 피해자가 될 수 밖에 없는 전제조건이다. 하지만 적절한 시기에 질문을 던지는 법을 배우면 속아 넘어갈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직관에 더 많이 의존하고 분석적 사고에 숙련되지 않은 사람일수록 참도 거짓도 아닌 말도 안되는 진술에 깊은 인상을 받는 경향이 있다. 저자들은 그럴수록 추상적이고 복잡한 단어들을 단순하고 구체적인 단어들로 대체해, 이해하기 힘든 주장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주장으로 전환시켜 보라고 권한다. 또 전문지식은 눈에 보이는 것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일을 막을 수 있는 최고의 방어책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들은 아무리 제의가 매력적이라도 잠시 멈춰서 속임수를 피하는 데 도움이 되는 세 가지 질문을 던지라고 조언한다. 첫째는 “왜 나인가”이다. 둘째는 “내가 무엇을 하고 있지”라고 자문해 보는 것이다. 셋째는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라는 질문이다. 자신이 속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나 장소에 있는지 평가해 보라는 얘기다.

여기에 ‘실수 확인’ 과정을 거치면 상황을 보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저자들은 강조한다. ‘수용’과 ‘확인’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잡는 노력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결국. 아무리 똑똑한 사람도 속을 수 있다. 문제는 더 확인해야 할 때가 언제이고 어떻게 확인하는지 이해하는 것이다.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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